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핵심 외교안보 현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사드배치 결정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미리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당 안팎에서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을 의식해 입장을 선회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정치권이 소용돌이 쳤지만 문 전 대표는 16일 "취지를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앞서 지난 15일 뉴시스는 문 전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드 문제는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사드 배치 결정을 취소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다음 정부로 넘기라는 것이 아니다. 한미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그렇게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사드 배치를 일방적으로 밀어부친 직후 문 전 대표는 "국익의 관점에서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결정이다. 재검토가 필요하고 국회 동의절차도 거쳐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초 재검토 입장에서 "한미 협상을 취소할 수는 없더라도 다음 정권에서 논의해야한다"는 취지로 한발 물러난 것으로 해석되면서 거센 비판에 시달렸다.
당장 범여권에서는 "북한 핵미사일을 도대체 어떻게 막는다는 것인지 대안은 없고 세태에 따라 말 바꾸기를 하는 것 같아 종잡을 수 없다"(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 "말 바꾸기로 국민을 혼란하게 하고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을 가중하지 말라"(바른정당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소속 야당 대선주자들도 문 전 대표가 입장을 선회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공박에 나섰다.
"당초 설치 반대에서 사실상 설치 수용으로 왜 바뀌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야권 지지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이재명 성남시장), "정치적 표를 계산하며 말을 바꿔서는 안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박원순 서울시장) 등 문 전 대표를 향한 비판은 하루 종일 계속됐다.
급기야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에 출연해 "저는 (계속해서) 다음 정부에 맡기라고 요구해 왔다. 그렇게 왜곡해서는 안된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공론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이웃 국가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할 수도 있고 미국과 새로 협의할 수도 있는 일"이라며 입장 선회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사드 배치와 철회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다음 정부가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여서 필요 이상의 공격을 당했다는 취지다.
문 전 대표측은 이날 오후 늦게 문 전 대표의 지난해 페이스북 언급까지 인용하며 입장 선회가 아니라고 적극 해명했다.
실제로 문 전 대표측이 해명을 위해 전 언론사를 상대로 인용한 지난해 10월 9일자 페이스북에는 "이제 와서 정부가 동맹국인 미국과 한 합의를 번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드배치를 위한 제반 절차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북핵을 완전히 폐기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시 하자는 것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한미간 합의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꾸준히 했는데 갑자기 입장이 바뀐 것처럼 호도되는 것은 억울하다는 의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 인터뷰의 최초 보도와 해명 사이에 24시간 이상이나 차이나는 점 등을 들어 늦어도 너무 늦은 뒷북 해명으로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충분한 국민적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한 박근혜 정부에게 책임이 있고, 이로 인해 소모적인 정쟁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