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구속 기소) 일가에 대한 대가성 특혜지원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미르·K스포츠 재단'에 430억원을 지원해 준 것은 삼성합병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지원 때문이다"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혐의를 적용한 핵심 골격이다.
특검은 최씨의 독일법인인 코레스포츠와의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16억2천800만원 후원, 그리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204억원 출연 등을 모두 대가성 있는 뇌물로 봤다.
특검 관계자는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204억원까지 뇌물죄에 포함시킨 이유를 "모두 같은 날 지원이 결정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삼성에 모두 같은 날 부탁했는데 어떤 건 뇌물이고 어떤 건 뇌물이 안된다고 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뇌물죄로 본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경제적, 정치적으로 사실상 공동체 관계이고, 박 대통령이 '삼성합병을 지원하라'고 지시함으로써 삼성이 그 대가로 최순실 일가와 재단 설립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최씨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법리적 사실관계로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뿐만 아니라 포레카 강탈이나 최 씨 소유의 플레이그라운드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최씨는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을 움직이고 뒤이어 대통령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을 '해결사'로 나서게 했다.
특히 삼성이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에 지원한 220억원과 장시호씨에게 준 16억원은 모두 박 대통령 직접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코레스포츠는 단순히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기 위한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했다"며 "그 돈을 대통령이 직접 수령하지 않았더라도 두 사람은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공범으로 본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이 뇌물죄 영장청구라는 초강수를 둔 또다른 이유는 박 대통령이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에게 "삼성합병을 잘 챙기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검에 따르면 문 전 장관은 2015년 6월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잘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았다.
지시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원영 고용복지수석, 김진수 보건복지비서관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전달됐다.
문 전 장관은 대통령 지시를 받은 직후 국민연금공단 '전문위원회'의 반발이나 각종 자문기관의 합병반대 권유를 모두 무시하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밀어붙인 것으로 공소사실에서 드러났다.
양사 합병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가 대주주들은 그룹 핵심기업인 삼성전자에 지배력을 대대적으로 강화시키는 이득을 봤다.
◇ 전대미문의 '뇌물죄 논쟁'…영장 발부될까?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뇌물죄는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여타의 뇌물죄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를 속단하기도 어렵다. 특히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출연금 204억원 대한 뇌물죄 성립 여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삼성측은 특히 '대통령의 압력에 못이겨 돈을 낼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른바 '강요죄' 피해자라는 것이다.
삼성은 '삼성합병'과 '독대', '최순실 지원'이 순차적으로 이뤄졌다며, 합병이 독대보다 먼저 이뤄졌는데 어떻게 합병과 최순실 지원을 맞교환 할 수 있냐는 항변이다.
그러나 특검은 2015년 7월 25일 박 대통령과의 독대 훨씬 이전부터 이재용 부회장이 최씨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부회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최씨를 지난해 2월에 처음 알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삼성이 2015년 3월 대한승마협회장 직을 맡고 나서부터 정유라 지원 문제 때문에 이 부회장이 최씨를 알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