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16일 국회에서 전당대회 이후 첫 최고위원회의를 가진 가운데 박지원 신임 당 대표가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박지원 국민의당 신임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해 각 당을 설득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주장했고, 정의당이 적극 동조하며 이슈로 부상되다가 최근에는 다소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박 대표의 불씨 살리기가 성공할지 주목된다.
◇ 돌아온 박지원 일성으로 강조한 결선투표·첫날부터 당안팎 설득 작업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는 후보가 없으면 2차 투표에서 1,2등 후보가 다시 겨뤄 승부를 펼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16일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선투표제는 현 다당제 하에서 민심을 받들 수 있는 가장 합리적 제도"라며 "정치공학적 연대가 사라지고 정책적 연대만 남게 돼 진정한 의미의 정치의 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결선투표제는 최근까지 국민의당 내부에서조차 위헌 시비와 시간 부족에 대한 선관위 유권 해석 등을 들어 이번 대선에서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 소속 의원 31명이 채이배 의원의 결선투표 도입을 위한 선거법 개정안에 서명했지만 이상돈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반대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CBS에 "옳은 제도라 추진하는 것"이라며 "현재 구도 하에 대선이 치러진다면 누가 집권해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그 어떤 정책 추진에도 힘을 받지 못하고 나라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단순한 선거룰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정책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라는 설명이다.
이에 박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주승용 원내대표에게 법 개정안 관철을 당부하는가 하면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적극적인 설득에 나섰다.
정의당도 전열을 가다듬는 국민의당과 손잡고 결선투표제 도입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심상정 상임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진적 연합정치를 통한 개혁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과거처럼 정권교체를 위한 소수당 후보의 사퇴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측도 "현 여론조사 구도에서 우리에게 오히려 불리하지만 다당제 체제하에서 꼭 필요한 제도"라며 힘을 싣고 있다.
◇ 文 결선투표 공감한다며 민주당에 공 넘겼지만 당은 미적지근이같은 압박에도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결선투표 도입에 대해 원론적으로만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당에서 논의할 문제"라며 공을 넘겼다. 반면 당 지도부는 "개헌 사항"이라며 소극적인 모습이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개헌 사항이라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라며 "대선 후보들과 더 논의를 해봐야 하겠지만 법 개정으로는 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당내 갈등과 창당 준비 등으로 결선투표제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두 당은 자신들이 대선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는 반기문 전 총장이 결선투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이다.
박지원 대표는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압박하면서 여타 주자들을 설득해 최소 2월 국회에서 관철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만 국민의당은 논외로 치더라도 다른 정당의 상황을 봤을 때 낙관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박 대표 특유의 정치력으로 1,2월 국회에서 18세 선거연령 인하와 개혁입법 등 여러 과제를 동시다발적으로 협상하는 과정에서 결선투표제에 대해 주목할만한 진전을 이뤄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