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2분여간의 전화통화를 가졌다. (사진=자료사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탄핵 의결로 칩거 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16일 '격려'했다. 두 사람 간 통화 내용 자체나 짧아진 통화시간 등에서 박 대통령의 달라진 위상이 거듭 확인된다.
반 전 총장은 2분 안팎의 통화에서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 부디 잘 대처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탄핵심판 중이어서 방문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상기시키는 한편, 탄핵심판을 잘 대비하라고 격려한 게 된다.
이번 통화는 박 대통령 취임 뒤 신년인사 때마다 10분 이상씩 이뤄지던 양자간 통화에 비해 대단히 짧다. 반 전 총장의 이번 메시지도 기존의 '박 대통령 찬양'과는 격이 달라져 있다.
반 전 총장은 2014년 1월2일 "취임 후 국내외에서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원칙에 입각한 훌륭한 리더십으로 여러 가지 도전을 잘 관리하고 국정을 발전시켜온데 대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박 대통령을 치하했다.
2015년 1월2일에는 "대통령의 리더십 하에서 대한민국이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한다"며 "(가을에 열릴) 유엔 총회에 대통령께서 참석해 선도적인 외교 역할을 해주시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1일에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조국 대한민국이 더욱 크게 발전해나가기를 기원한다"며 "유엔 총회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해 좋은 비전을 제시해 줘 목표 달성에 기여했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특히 2015년말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박 대통령의 치적으로 평가했다. 당시 반 전 총장은 "양국이 24년간 어려운 현안이던 위안부 문제에 합의한 것을 축하한다"면서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의 해가 가기 전에 타결된 것을 매우 다행으로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친박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반 전 총장이 탄핵 의결 뒤엔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양상이다. 위안부 합의를 놓고도 "궁극적인 완벽한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주는 수준"(귀국 기자회견)이라거나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합의 자체를 환영했던 것"(기내 인터뷰)이라며 비판적 입장으로 표변했다.
청와대는 이날 통화 등 반 전 총장의 행보와 관련해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한 관계자)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