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옛날식 다방, 2천원 커피한잔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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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차민영 (합천 터미널다방 대표)

여러분, 하루에 커피를 몇 잔이나 드세요? 밖에서 사먹을 때는 그 값이 만만치가 않죠. 그런데 경남 합천에서는 28년째 터미널 다방을 운영해 온 분이 매일매일 커피 한잔값을 돼지저금통에 모아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해 왔답니다. 이렇게 모으면 보통 1년에 40만원에서 50만원 돈이 모이는데요. 이게 28년째니까 다 합치면 한 1200만 원 정도가 되는 거죠. 오로지 돼지저금통으로만요. 그 꾸준함을 인정받아서 지난 연말에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도 받으셨답니다. 오늘 화제 인터뷰 구수한 시골다방으로 가보겠습니다. 경남 합천 터미널 다방의 차민영 씨 연결을 해보죠. 차 사장님, 안녕하세요.



◆ 차민영>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다방에서 커피뿐만 아니라 돼지도 한 마리 키우시는 거네요? (웃음)

◆ 차민영> 네, 그렇죠. 돼지를 키워야 되잖아요. (웃음)

◇ 김현정> 돼지, 복덩이인데 돼지 키우셔야죠. 아니, 다방에서는 커피 한잔에 요새 얼마나 합니까?

◆ 차민영> 요즘 시골다방이 커피 한 잔에 2000원 합니다.

◇ 김현정> 2000원, 그러면 딱 그 한잔값을 매일매일 돼지저금통에 넣으시는 거예요?

◆ 차민영> 네, 그렁죠.

◇ 김현정> 딱 그만큼만 넣으시는 이유가 뭘까요?

◆ 차민영>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 넣는 이유는, 제가 그렇게 살림이 넉넉하지도 않고요. 그냥 하루에 커피 한 잔 안 판 걸로 생각하고 내가 어려울 때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까 도움 받은 것만큼은 못해도, 1000분의 1이라도 내가 해야 되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넣고 있어요.

돼지저금통 기부를 하는 터미널다방의 차민영 씨.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갑자기 뭉클하네요. 2000원, 그거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어려운 살림에 사실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2000원 모은다는 거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요. 내가 한 잔 못 팔았다 생각하고 모으자 하고 시작하신 거예요?

◆ 차민영>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거를 굳이 돼지저금통을 택하신 이유는 뭐에요?

◆ 차민영> 통장에 돈이 있다든지 안 그러면 제가 보는 앞에서 돈이 모이게 되는 거면 사람이 어려우면 견물생심이라고 돈이 탐이 나게 되잖아요.

◇ 김현정> 빼 쓰게 되니까? (웃음)

◆ 차민영> 네. 그렇죠. 그러니까 돼지저금통에 넣으면 내가 잘 가르지 않았죠.

◇ 김현정> 배를 가르기 전까지는 못 빼니까요.

◆ 차민영> 그럼요. 그래서 그렇게 생각을 하고 돼지로 하게 됐어요.

◇ 김현정> 아까 내가 어려울 때 생각을 해서 시작하셨다, 그러셨어요. 사연이 있으신 겁니까?

◆ 차민영> 그렇죠. 제가 결혼을 했는데 아기 아빠가 장남이었는데 시아버님은 안 계시고 홀로 시어머님 모시고 이러다보니까 시누들하고 또 모든 걸 책임을 지게 됐어요. 시누들 다 결혼 시키고 했는데 그 뒤에 아기 아빠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게 됐어요. 그 뒤로부터는 영 많이 힘들었죠.

◇ 김현정> 투병생활을 오래 하신 거에요?

◆ 차민영> 네. 10년 했어요.

◇ 김현정> 세상에. 그 병수발을 다 드신 거군요. 돈 벌어가면서.

◆ 차민영> 네, 화장품 외판원도 하면서, 10년 투병 생활하고 돌아가실 때까지 그렇게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아픈 사람들은 도움을 안 받고 안 되잖아요. 제 입장으로서 그분들이 아니었으면 제가 애들 공부도 시키지도 못했을 뿐더러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제가 하고 있어요.

1년에 한번 돼지저금통을 갈라 기부하는 차민영 씨. (사진=합천 군청 제공)

 

◇ 김현정> 그래요. 결국 내가 받은 도움을 남에게 돌려주는 어떤 선순환이네요. 가장 바람직한 이런 사회의 모습인데 참 온기가 있는 다방일 것 같아요. 훈훈한 다방 맞죠, 거기?

◆ 차민영> 글쎄요. 손님들이 그렇게 생각하실까요? (웃음)

◇ 김현정> 아니, 그러니까 거기가 커피전문점이나 요새 카페 이런 게 아니라 진짜 옛날식 다방이에요?

◆ 차민영> 그렇죠. 옛날식 다방이에요.

◇ 김현정> 그러면 푹신한 소파 있고, 나무테이블 있고요?

◆ 차민영> 그렇죠. 원목테이블 있죠.

◇ 김현정> 원목테이블 있고. 우리가 예전에 영화 속에서 보던 그 터미널다방 그대로?

◆ 차민영> 네, 그렇죠. (웃음)

◇ 김현정> 요즘 그런 다방 찾기 어려운데 어떻게 계속 하시네요?

◆ 차민영> 시내 계시는 분들 내려오시면 '시골다방풍이다, 참 좋다.'라는 그런 평을 듣기도 해요.

◇ 김현정> 왜 신식으로 싹 안 고치셨어요?

◆ 차민영> 신식으로 고치기보다는 어르신들 오시면 여기에서 그냥 휴게소 마냥, 만남의 장소로 고집하고 있어요.

◇ 김현정> 하긴 신식으로 싹 고쳐놓으면, 모르겠어요. 매상은 좀 더 오를지 모르겠지만 추억은 다 사라지는 거거든요.

◆ 차민영> 매상도, 시골에는 인구 수가 많지가 않기 때문에 시골다방이나 요즘 현대식으로 꾸며놓는 거나 별 차이는 없을 것 같아요.

◇ 김현정> 그게 그거에요? (웃음)

◆ 차민영> 네. 그러면 어르신들이 부담 가지실 것 같고 해서 어르신들이 또 편안하게 하려다 보니까 이렇게 고집하게 된 거예요.

차민영씨의 '터미널다방' 내부 모습.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잘하셨어요. 그러면 커피도, 우리가 흔히 다방커피 하면 인스턴트 커피 한 스푼에다가 프림 둘 설탕 둘. 하나, 둘, 둘 그런 공식이 있는데 그렇게 타세요?

◆ 차민영> 아니요. 그렇게는 안 하고요. 시골 어르신들도 요즘은 커피원두를 갖다 조금 진하게 뽑아서요.

◇ 김현정> 원두커피에요?

◆ 차민영> 네, 원두예요. 원두를 좀 진하게 좀 내려서, 진하게 드시는 분들은 진하게 드리고 또 연하게 해 달라 그러면 조금 연하게 해 드려요.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보니까 주인 그대로고 인테리어 그대로고 다방식 그대로지만 커피는 현대식인데요? 요즘 스타일. (웃음)

◆ 차민영> 네, 커피는 그렇게 하고 있어요. 크게 뭐 라떼나 그런 건 못 하더라도. (웃음) 그냥 핸드 드립으로 내리니까 원두를 쓰고 있어요.

◇ 김현정> 구수합니다. 얘기만 들어도 구수한 합천의 터미널 다방, 고향 내려오시는 분들은 꼭 한 번 들르시겠는데요, 거기?

◆ 차민영> 고향에 명절 때 내려오시는 분들이나 안 그러면 가끔 시골에 볼일 있어서 내려오시는 분들은, 또 그냥 시간이 조금 남아서 옛날 추억 삼아 또 한 번 오셔가지고 또 말씀 나누시는 경우도 있고요.

◇ 김현정> 그렇게 오래 한 곳에서 가게를 하시다 보면 재밌는 에피소드들도 꽤 있었겠는데요?

◆ 차민영> 재미있었던 분들이요. 음 크게 그건 없고 이제 매일 출근하시다시피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저 도와준다고 많이 그러시겠죠.

◇ 김현정> 그러니까 아직 정이 있네요.

◆ 차민영> 그래서 제가 고마운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어요.

◇ 김현정> 그래요. 그 동네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겠어요. 사랑방 역할하고 모든 게 거기에서 이야기가 이루어지고 안식처 같은, 고향집 같은 다방이네요.

◆ 차민영> 고향집 같은 다방. 제대로 하고 싶어요.

◇ 김현정> 저 한 번 놀러가고 싶어요, 사장님.

◆ 차민영> 네. 한번 놀러오세요.

◇ 김현정> 추억여행 한번 하고 싶어가지고.

◆ 차민영> 합천도 참 공기 맑고 물 좋고 좋은 데예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추억을 간직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다시 그 다방에 손님도 많아져서 저는 돼지 배가 하루 한 잔 값이 아니라 두 잔 값 모을 수 있게 배가 더 두둑해지기를 기도하겠습니다.

◆ 차민영> 아이고, 그럴까요?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감사드리고요. 건강하세요.

◆ 차민영> 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 김현정> 합천에 유명한 터미널 다방입니다.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 차민영 사장님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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