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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집회인원 추산 안해"…국민 알권리·책임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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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전날 돌연 '비공개' 통보...국민 알권리 침해 논란

집회인원 추산 논란과 관련해 경찰이 국민의 알권리를 포기하고 비공개 원칙을 천명해 논란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3일 "이제까지 경찰이 주말 촛불집회와 맞불집회 일시점 최대인원을 공개해왔는데, 이번 주말(14일)부터 비공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광화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사진=자료사진)

 

경찰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결정이 내려진 데는 이철성 경찰청장의 의중이 주효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집회 인원 추산에 반발한 시민단체가 청장을 고발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등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 규모(3만7000명)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 규모(2만4000명)보다 많다고 집계했다. 박사모 등 대통령 탄핵 반대 집단의 규모가 온건 보수 세력까지 포함한 촛불집회 인원을 넘어섰다는 발표인 만큼, 경찰의 정치적 의도부터 집계의 방법까지가 모두 도마 위에 올랐었다.

여기에 친박 단체들까지 자신들의 집회 규모가 축소됐다며 반발하고 나서자 경찰이 돌연 집계 인원 비공개 원칙을 해결책이라고 들고 나온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본, 이탈리아, 홍콩 등 일부 국가는 경찰 추산 인원을 발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경찰이 대통령의 탄핵 심판까지 이끌어낸 촛불민심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국민의 기본적 알권리마저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탄핵 심판 국면에서는 촛불 집회의 규모 자체가 민심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와 관련한 중요한 정보다. 언론 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집회 인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때문이다.

경찰은 현행 경찰 집회인원 추산방식인 페르미(Fermi) 추정법이 최선이라면서 실제 집회 인원을 반영할 과학적 방안을 찾는데도 소극적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촛불집회에서 지하철 수송분담률을 이용해 참여 인원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하는 등 집계 방법에도 진전이 있지만 경찰 측은 "내부적으로 검토했다"며 입을 닫고 있다.

페르미 추정법은 3.3제곱미터(1평)당 앉으면 5~6명, 서 있으면 9~10명이라고 계산하는 집계 방식으로, 외국 추정치가 기준이기 때문에 체구가 작은 한국인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심지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자체추산도 하지 않는 쪽으로 매뉴얼을 만들 것"이라고 말하는 등 논란 회피를 넘어선 책임 회피성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경찰이 집회인원을 자체적으로 집계하는 건 이를 기준으로 향후 교통 흐름과 통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는 격"이라면서 "집회 규모가 정치적 논란과 이어지면서 경찰이 논란을 피해가자는 것인데, 일방적인 비공개 원칙이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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