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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기름장어 반기문? 외교관 출신 정치인의 강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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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에서부터 UN에서까지…10년 간 내가 본 반기문

- UN사무총장 시절,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와
- '외교'는 공존의 미학. 외교관출신 정치인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에 강할 것.
- 한일합의문에 '소녀상철거' 명시 돼 있지 않다면 韓외교부, 강력히 항의할 조건 돼.
- 사드에 대한 中의 보복행위, 한국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수준으론 가지 않을 것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7년 1월 10일 (화) 오후 6시 3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오준 前 유엔 대사

◇ 정관용> 38년 동안 외교관으로 지구촌 곳곳을 누벼온 오준 전 UN대사. 작년 12월 30일 마지막 임기를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오늘 스튜디오에 모셨는데 지금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 외교 상황 또 12일에 입국하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에 대한 이야기들 함께 좀 들어보도록 하죠. 오준 전 대사 어서 오십시오.

◆ 오준> 안녕하세요.

◇ 정관용> UN대사가 마지막 임기였죠?

◆ 오준> 그렇습니다.

◇ 정관용> 꽤 오래하셨어요.

◆ 오준> 3년 조금 넘게 했는데요. 전체 외교관 생활은 38년이니까 정말 오래했죠.

◇ 정관용> 그래도 어디 한 곳 대사로 3년 넘게 꽤 길게 하신 거잖아요.

◆ 오준> UN도 3년 넘었고요. 그전에 싱가포르 대사도 했는데 그때도 3년 넘었습니다.

◇ 정관용> UN 주재 한국대사와 UN사무총장은 공식적 관계가 있지 않습니까?

◆ 오준> 그러니까 한국 대사 입장에서 보면 UN사무총장이 주재하는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할까? 이런 격이죠. 그러니까 처음에 부임할 때도 UN사무총장한테 신임장을 제출합니다. 제가 싱가포르 대사였을 때는 싱가포르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출한 거죠.

◇ 정관용> 그렇군요. UN이라는 나라의 대통령.

◆ 오준>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한국 사람이고 선배란 말이에요.

◆ 오준> 그렇죠. 우연한 거죠.

◇ 정관용> 훨씬 더 다른 나라들 대사들보다는 자주 만나고 그렇게 되나요?

◆ 오준> 물론 그렇게 되죠. 그렇게 되고 또 여러 가지로 편하고요. 생각해 보시면 알겠죠. 예를 들어서 제가 싱가포르 대사인데 싱가포르 대통령이 마침 제가 아주 잘 아는 분이다 그러면 굉장히 편하겠죠.

◇ 정관용> 편하죠. 일하기 편하셨겠어요?

◆ 오준> 그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사적으로도 자주 만나시고?

◆ 오준> 사적으로는 워낙 바쁘시니까 자주는 못 만나지만 가끔 뵀죠.

◇ 정관용> 고시로 따지면 몇 년 선배가 되십니까?

◆ 오준> 저보다 한 10년 정도 선배가 되십니다.

◇ 정관용> 10년 정도. 외교관 생활하시는 동안에 가까이에서 직접 모시고 일하거나 이런 경험들이 UN 시절 말고도 또 있습니까?

◆ 오준> 네, 그전에도 또 반기문 사무총장님도 UN사무총장이 되기 전에도 우리 외교부에서 UN 관련 일을 많이 하셨거든요. 저도 그랬고요. 그래서 몇 번 함께 근무했습니다.

◇ 정관용> 몇 번이요?

◆ 오준> 한 두세 번 되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다 합하면 기간이 얼마나 돼요, 그러면.

◆ 오준> 다 합하면 글쎄요. 한 10년 가까이.

◇ 정관용> 그쯤되면 한 부처 내에 한 10년 차이 나는 선후배 사이에서 누구보다 오래 오래 같이 일한 분 아닌가요, 사실?

◆ 오준> 글쎄, 누구보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같이 일한 사람 중에 하나겠죠.

사진=유튜브 캡쳐

 

◇ UN사무총장 시절, 성실하고 배려깊지만 '결단력이 부족하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와

◇ 정관용> 그렇죠. 어떤 분이에요?

◆ 오준> 글쎄요. 저는 제가 반 총장을 표현할 때 두 단어를 쓰는데요. 하나가 성실. 그리고 또 다른 단어는 배려입니다. 그러니까 성실한 걸로 아주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는 분이고요. 또 대개 어느 조직이나 성실한 사람들이 잘나가잖아요. 그런데 성실하지만 또 남을 특히 아랫사람이나 작은 것을 그다지 배려하지 않는 리더십도 있는데 반 총장은 굉장히 배려하는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다 좋은 것만 말씀하시는데 모시고 일하면서 '아, 이건 마음에 안 들어' 이건 없으셨어요?

◆ 오준> 지금 제가 얘기한 게 좋은 걸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지만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죠. 예를 들어서 배려한다는 건 이 사람, 저 사람 얘기를 다 들어주고 이 사람, 저 사람 사정을 다 고려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지도자로서의 결단력이 부족하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이런 이야기도 듣는 것이죠. 또 실제로 그런 얘기를 들으셨고요, UN사무총장 하면서. 저는 그런 걸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돌파력 면에서는 그게 장점으로 말하기는 좀 어려우신 분이다, 그런 거죠?

◆ 오준> 그렇죠. 결단력이라든지 그럴 때는 여러 사람을 고려해 주면 그렇게 모든 일을 무 자르듯 하기는 어렵죠. 세상의 모든 일들은 양면이 있으니까요.

◇ 정관용> 그렇게되면 꼬인 문제를 풀어내는 해결력은 좀 떨어지는 거 아니에요?

◆ 오준> 글쎄요. 그건 문제에 따라 다르겠습니다. 그런데 본인이 일을 하실 때는, 자기가 업무라고 생각할 때는 물론 결단력을 발휘하시겠죠. 그러나 인간 사회에서 한 명의 선배로서 또는 지도자로서는 항상 남을 배려한다, 저는 그게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 정관용> 기름장어라는 별명 있잖아요, 왜. 왜 그런 별명이 붙었어요?

◆ 오준> 그건 왜 그런 별명이 붙었을 때 제가 함께 근무하지 않았는데요. 아마 언론에 나서거나 기자회견같은 걸 했을 때 어떤 질문을 해도 매끄럽게 피해 나가신다 그런 뜻으로 붙인 거 아닌가요?

◇ 정관용> 글쎄요. 이게 느낌이.. 물론 매끄럽다라고 하는 건 기름장어의 특징인데 장어 자체가 미끄럽잖아요. 게다가 기름칠까지 한 장어라서요. 기름장어라고 할 때는 '너무 과하다', 이런 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거든요.

◆ 오준> 글쎄요. 아마 그때 그걸 붙이신 분들한테 물어봐야 될 것 같은데. 아마 어떤 질문으로도 도저히 잡을 수가 없다 그런 뜻이었지 않나 저는 그렇게 추측합니다.

◇ 정관용> 외교관은 사실 이런 매끄러움이 필요하죠? 외교적 언사라고 하는 게.

◆ 오준> 그렇죠. 그럴 때가 많이 있죠. 그렇지만 저는 외교관에게도 중요한 자질이 솔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어떤 분들은 외교관은 나라를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 표현도 했었는데요.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고요. 솔직한 것이 궁극적으로는 나라를 위한 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물론 솔직해야 하지만 외교라는 건 분명히 상대방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요. 우리 국익을 위해 하는 일이지만 우리 국익만 주장할 수도 없는 게 또 외교 아닙니까?

◆ 오준> 그렇습니다. 상대방도 가질 것을 갖게 해 주고 또 우리가 찾을 것을 찾아야 하는 일종의 공존의 미학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이 외교의 본질이 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공존의 미학 '외교', 외교관출신 정치인이라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에 강한 면모 보일 것

◇ 정관용> 그렇죠. 그런 외교의 본질하고 산적한 국내 문제를 풀어나가는 정치의 본질하고 비슷하다고 보세요, 다르다고 보세요?

◆ 오준> 그거는 이제 우리 정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는데요. 어떤 분들이 외교관이 정치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 제가 들었는데.

◇ 정관용> 저도 그런 걸 바탕에 깔고 던진 질문입니다.

◆ 오준> 외교관은 대화와 타협을 특징으로 하는 직업이죠. 그러니까 정치를 대화와 타협으로 하는 거를 보시는 분에게는 외교관에게 반드시 맞지 않는 직업이라고 할 수 없겠죠.

하지만 정치라는 걸 대화와 타협이 아니고 대립과 대결 또는 상대방에 대한 제압. 이런 것이 정치의 속성이다 이렇게 보는 분들에게는 그건 외교관의 특성과 맞지 않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우리 정치가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되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그런 의미에서는 외교관적 자질을 갖는 사람들이 정치를 많이 하는 게 좋다.

◆ 오준> 그럴 수도 있죠. 반드시 외교관만이 대화와 타협을 하는 건 아니지만.

◇ 정관용> 물론 그렇죠. 반기문 사무총장 12일에 오시잖아요. 바로 만나실 거죠?

◆ 오준> 공항에서 뵐지 아니면 어디 사무실에서 뵐지는 모르지만 물론 가까운 시일 내에 뵐 기회가 있겠죠.

◇ 정관용> 가장 최측근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 오준> 최측근이라는 표현은 저는 좀 부담스러운데요. 반 총장은 외교부에서 40년을 보낸 후에 UN에서 10년 가까이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UN도 외교를 하는 곳이니까 반 총장과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낸 사람들이 외교관인 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걸 가지고 측근이다, 아니다 하는 것을 어떤 정치적 의미에서 얘기하는 게 조금 맞지 않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 오준은 반기문의 최측근, 반기문의 대변인이다?

◇ 정관용> 캠프가 지금 있습니까, 국내에?

◆ 오준> 아직 없죠. 아마 귀국해서 본인이, 당신께서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을 하면 당연히 캠프를 구성을 하겠죠.

◇ 정관용> 캠프를 구성하면 오준 전 대사도 참여하실 거죠, 당연히?

◆ 오준> 그건 지금 제가 뭐라고 얘기할 수 없고 전혀 당연한 얘기 아니고요.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될지.

◇ 정관용> 반기문 전 총장이 요청하면?

◆ 오준> 글쎄요. 그건 봐야 되겠죠? 그런데 요청할지도 안 할지도 모르는 거고요.

◇ 정관용> 보통 정치인들의 경우는 본인은 가만히 있어도 소위 말하는 측근이라는 분들이 자기들끼리 사람들 모아가지고 여기저기 캠프도 막 만들고 그러거든요. 지금 그런 건 없습니까? 자생적, 자발적 캠프 조직 이런 거는?

◆ 오준> 물론 그런 반 총장을 돕고자 자발적으로 그런 조직을 동원하시는 분이 있겠죠. 그런데 반기문 총장이 원래 정치인 출신이 아닙니까? 원래 가지고 있는 그런 조직이나 세력은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들어와서 만약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면 그 후에는 어떤 조직이 필요하겠죠.

◇ 정관용> 오준 전 대사는 본인이 좀 다른 사람들 좀 동원해서 뭔가 조직을 만들고 계시거나 그런 거 없으세요?

◆ 오준> 저는 좀 정치 체질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스스로 보니까.

◇ 정관용> 그럼 활동 없으시다, 지금까지?

◆ 오준> 네, 없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최근에 언론 노출이 대단히 빈번하시더라고요, 우리 대사님이.

◆ 오준> 그건 지금 현재 반 총장에게 대변인인 것도 아니고 반 총장을 대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이 없으니까요. 언론에서는 퇴임한 저를 인터뷰하는 기회에 반 총장에 대해서도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 정관용> 그럼 반 총장께서 '오준, 자네가 내 대변인 격으로 활동하게.' 이렇게 한 건 아닙니까?

◆ 오준> 그런 적 없죠.

◇ 정관용> 그런데 그냥 스스로 그렇게 하시는 거예요?

◆ 오준> 저는 지금 방금 얘기한 것도 그렇지만 반 총장을 대변하는 게 아니고 반 총장에 대해서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 이상의 얘기를 한 적이 없죠.

◇ 정관용>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반총장 본인이 시대적 소명으로 느끼는 것 같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더라고요. 그렇죠?

◆ 오준> 그 얘기는 무슨 뜻인가 하면 반 총장이 대선출마를 발표한 게 아니잖아요. 출마를 발표한다면 그 배경은 자기 자신의 어떤 개인적인 영광이나 또는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는 욕심이나 그런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가 1000년에 한 번쯤 배출할 수 있는 UN사무총장을 10년을 했는데 그 이상의 영광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 같고요. 말하자면 본인이 UN사무총장을 마친 후에 고국에 돌아와서 이러이러한 기여를 해 줄 필요가 있다 하는 그런 소명을 말하는 거죠. 만약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을 한다면 국민들 중에 그런 요청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하는 생각에서 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만약 그렇게 시대적 소명으로 삼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면 오준 전 대사는 잘한 선택이라고 보시겠어요, 잘못한 선택이라고 보시겠어요.

◆ 오준> 그건 제가 판단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선언을 한다면 우리 이 시대의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는 정치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 사람들이, 저분이 왜 나오셨을까 하는 그런 정치인보다는 우리 시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지도자, 그런 정치인, 그런 선택의 대안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정관용> 바람의 문제가 아니라 평가를 해 보신다면. 지금의 이 시대를 나름 읽고 계신 게 있을 것이고 특히나 지금 대통령 탄핵, 혼란한 정국 아니겠습니까? 아마 조기 대선이 될 가능성이 좀 높아 보이는 이런 상황에서 아, 이 시대 다음 번 지도자로 반기문 괜찮다 이런 판단이신지 그걸 여쭙는 거예요.

◆ 오준> 평가라는 건 저는 외교관 반기문, UN사무총장 반기문에 대해서는 평가할 수 있지만 정치인 반기문은 제가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제가 그걸 평가한다는 거는 그건 예단이 될 것이고요. 평가는 국민들이 하셔야죠.

◇ 정관용> 물론 그렇습니다. 그래도 한 국민의 일원으로 의견이 있으실 거 아니겠어요.

◆ 오준> 반 총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하고 그 다음에 무슨 정책을 가지고 나와서 어떤 얘기를 하시는지 본 후에 제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정관용> 너무 신중하신 거 아니에요, 10년이나 함께 근무하신 선배의 대선 출마에 대해서?

◆ 오준> 외교관으로는, UN사무총장으로는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좋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우리나라 정치인으로서 우리 국내적인 지도자로서 연결이 되느냐 여부는 우리가 지켜봐야 되겠죠.

◇ 정관용> 지금 다른 대선주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분들에 대해서도 또 개인적인 평가가 있으실 거고요. 여러 대선주자들 가운데는 그래도 제일 낫다, 이런 생각은 드세요, 안 드세요?

◆ 오준>글쎄요. 그걸 제가 아직 그렇게 비교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고요. 또 저 자신이 6년 반 만에 귀국을 했거든요. 귀국한 지 1개월 됐습니다. 그래서 저도 투표해야 되니까 다른 대선주자들은 어떤 생각과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지 앞으로 잘 보겠습니다.

 

◇ 한일합의문에 '소녀상철거' 명시 돼 있지 않다면 일본의 소녀상 철거 요구는 부당…우리 외교부의 더 강력한 항의가 필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제가 열심히 캐도 좀 뾰족한 말씀을 안 하실 것 같네요. 외교 현안 두 가지 이건 꼭 빼놓을 수가 없어서요. 소녀상 문제, 해법이 있을까요?

◆ 오준> 소녀상 문제는 재작년 12월 28일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간 합의로 돌아가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 합의를 우리 정부가 일본과 한일 간의 외교 현안으로써 위안부 문제를 정리를 하고 관계를 정상화하고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또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이 평균 연령이 90세가 되셨는데 살아계실 때, 더 많이 돌아가시기 전에 보다 큰 혜택을 받도록 하자 하는 뜻에서 그 합의를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합의가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으로 해결하는 건 아닙니다. UN이라든지 이런 국제적 차원에서 해결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한일 간에 합의로써 그것이 존중돼야 된다 하는 데는 저는 외교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동의합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에는 그 합의 내용 중에 소녀상에 관한 부분은 없고 소녀상에 관한 문제를 가지고 일본 정부가 시비를 건다면 합의 이행 자체를 문제 삼는다면 그건 잘못된 처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럼 우리 외교부는 지금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부산 소녀상 나오자마자 아베 총리가 직접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일본이 도덕적 우위에 있다'라는 말까지 하고 각종 불이익 조치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외교부는.

◆ 오준> 저는 소녀상 문제가 12월 28일 합의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우리가 분명히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우리 외교장관이, 윤병세 장관이 당시에 언급한 내용이 있지 않습니까? 그 문제에 대한 일본의 생각 이런 걸 존중하고 관련 단체와 협의해서 어떻게 노력한다라는 표현 있잖아요. 외교적으로 그 표현은 소녀상 이전해 줄게라는 약속인 거예요, 아닌 거예요?

◆ 오준> 외교적으로는 합의의 모든 내용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그것을 불필요하게 해석하거나 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거기에 소녀상이란 말이, 소녀상을 철거한다는 말이 써 있지 않으면 철거한다는 그런 것이 약속이 될 수 없는 거죠.

◇ 정관용> 그렇다면 부산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을 근거로 하는 일본 정부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항의해야 되는 게 맞는 거죠?

◆ 오준> 저는 우리 외교부가 항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아직 공식 항의가 없는데요.

◆ 오준> 글쎄요. 공식적으로 어떤 입장이 나올지는 조금 봐야 되겠지만 우리 외교부 차원에서 일본이 그런 긴장을 높이는 그런 조치들을 취한 건 당연히 항의하고 있을 걸로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리고 지금 미진하다면 더 해야 한다?

◆ 오준> 그렇죠.

사드에 대한 중국의 보복행위, 한국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수준으론 가지 않을 것

◇ 정관용> 사드 문제 말이죠. 한미 그다음에 한중 복잡합니다. 이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오준> 사드 문제는 또 이거랑은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요. 미국도 곧 행정부가 바뀌지 않습니까. 우리하고 미국은 동맹 관계이고 또 안보 차원에서 서로가 필요해서 합의한 것인데. 그 문제를 우리가 정치화하는 건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사드에 관한 합의가 어떤 제고할 부분이 있다, 이런 것이 우리의 국민적 합의가 있고 또 우리나라에서 새정부가 출범해서 그럴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물론 협의를 할 수 있죠. 법적으로 절차적으로 협의를 다시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국가와 국가 간에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한 번 한 약속은 특별한 어떤 사정이 없는 한은 지켜야 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걸 계기로 해서 중국 측이 다양한 형태의 일종의 제재를 가하고 있지 않습니까? 오늘 같은 경우는 우리 화장품 수입도 통관 저지시켰더라고요. 중국 정부 당국자들을 만난 민주당 의원들이 이거를 항의성으로 따지니까 중국 정부는 그건 정부 차원에서 취한 조치는 아니다라는 식으로 발뺌을 하고요. 그러나 누가 봐도 정부가 관여도 하고 있다는 건 보인단 말이죠.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 외교부는. 중국을 향해서.

◆ 오준> 결국은 좀 더 대국적으로 보는 것이 현명하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우리하고 중국은 굉장히 상호의존적이거든요. 경제, 무역 모든 분야에서 상호의존적인데. 그러한 상호의존적인 양국관계를 해치면서까지.. 이것을 해친다는 건 중국에게도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요. 해치면서까지 이 문제를 가지고 지금 말씀하신 그런 보복성으로 보이는 행동들을 취할 거라고는 저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 정관용> 지금 이미 현실화되고 있거든요. 여러 가지 보복 조치들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 오준> 그런 부분들이 보이고 있다고 하죠. 그런데 이제 제가 말씀드리는 건 그런 것들이 이건 양국 관계가 완전히 결정적인 어떤 손해를 또는 피해를 보는 그런 상황으로까지 중국도 그것을 몰고 가지는 않을 거다. 저는 그렇게 보는 겁니다.

◇ 정관용> 더 악화시키지는 않을 거다라고 보는 얘기 아니시겠습니까? 그런데 누가 봐도 우리 경제 또 우리 문화계에 미치는 피해가 막심하거든요. 그건 가만히 있어야 합니까?

◆ 오준> 가만히 있을 수 없죠. 물론 우리 정부에서도 그런 대응책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요. 그 대응책이라는 게 맞불을 놓는 게 대응책이냐, 아니면 중국과 대화를 통해서 설득을 하는 게 대응책이냐 이런 걸 생각해야 되는데. 저는 그런 부분에서 대국적으로 봐야 된다 이렇게 보는 겁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한중 관계 전체의 미래를 바라보면서 대응해야 한다. 그럼 맞불은 위험하다?

◆ 오준> 맞불은 위험하다는 것보다도 맞불은 결국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죠.

◇ 정관용> 그런데 대화해서 설득하려고 하는데 중국이 설득이 안 되면요?

◆ 오준> 그것이 외교의 어려운 점이죠. 어려운 점인데 인내심을 갖고 해야죠. 인내심을 갖고 해야 되는 것이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상대방도 말하자면 원하는 것을 갖게 해 주고 우리도 원하는 것을 갖고 모든 것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지 말고 윈윈이 가능한 부분이 없는지 항상 찾는 것이 저는 외교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냥 거기까지? 아까 제가 반기문 전 총장 기름장어 별명 이런 얘기했는데 외교관들은 다 좀 장어스러우신 데가 있는 것 같네요.

◆ 오준> 외교는 말로 하는 거죠. 외교는 주먹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말을 선택해서 해야 되고. 그렇지만 말을 선택하되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오늘 좋은 말씀 잘 들었고요. 앞으로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 오준> 감사합니다.

◇ 정관용> 고맙습니다. 오준 전 UN대사 함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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