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광장극장 블랙텐트'. 텐트 옆에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의 윗선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 수의를 입고 밧줄로 묶인 흉상이 설치 중이다.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정부의 문화 검열 및 블랙리스트 작성에 항의하는 연극인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뒷편에 ‘광장극장 블랙텐트’를 세웠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퇴진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극장을 운영하며, 박근혜 정부에게 빼앗긴 예술의 공공성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광장극장 블랙텐트' 이해성 극장장.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10일 오후 4시 열린 개관식에서 극장장 이해성(극단 고래 대표) 연출은 “공공성 가치를 잃어버린 공공극장을 대신해 그들이 배제한 작품과 예술인들을 이곳에서 세울 것”이라며 “광장에서 시민과 소통하며 예술이 지녀야할 공공성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한국의 공공극장이 거의 외면했던 세월호 희생자,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각종 국가범죄 피해자들, 해고 노동자를 비롯하여 자본에 박해받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개관식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을 비롯해 연극인과 시민들이 참여해 극장을 가득 채웠다.
10일 진행된 '광장극장 블랙텐트' 개관식 중 비나리(위),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아래).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광장극장 블랙텐트’는 13일 오후 8시 오픈 기념 공연을 연다. 이후 16일부터 ‘빨간시’(극단 고래 / 16~20일), ‘그와 그녀의 옷장’(416가족극단 노란리본 / 23~24일), ‘마임’(25~27일), ‘검열언어의 정치학 : 두 개의 국민’(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 / 31~2월 3일)을 공연한다.
‘빨간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성상납 피해자 연예인의 고통을 함께 다룬 연극이고, ‘그와 그녀의 옷장’은 안산 단원고 희생·생존 학생 어머니들이 세월호 가족들이 시민들을 위로하고자 준비한 연극이다.
이해성 극장장은 “4주 뒤에도 박근혜 정부가 퇴진하지 않으면, 다른 작품으로 4주를 더 운영하고, 그때에도 퇴진하지 않으면 4주를 연장하는 식으로, 박근혜 정부 퇴진 때까지 극장을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