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지난 주말 촛불집회에서 서울지역 보수단체 집회 규모가 처음으로 광화문 촛불집회 인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경찰은 일 시점 최대 인원을 기준으로 공정하게 집계했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촛불을 축소했거나, 맞불을 확대한 것 아니냐며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계엄령을 선포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경찰 실무진들, 인원 집계에 "정권 개입 의심"
경찰은 지난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등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 규모를 3만7000명(오후 4시 5분 기준),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 규모는 2만4000명(오후 7시 45분 기준)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보수진영의 태극기 숫자가 처음으로 광화문의 촛불 숫자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경찰 간부들은 공정한 기준을 토대로 인원을 산출했다는 입장이다.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은 전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집회인원 집계는) 경찰병력 운용에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잣대가 (집회 별로) 다르지 않다"면서 "자의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철성 경찰청장 역시 지난해 11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찰은) 일시점 최대인원을 기준으로 집계하는 반면, 집회 주최 측은 일 (누적) 인원을 공개한다"면서 "단지 추산방법의 차이일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 (사진=자료사진)
실제 집회 인원 추산에서 경찰은 공식적으로 '페르미 추정법'을 사용한다. 이는 일정한 면적 안에 있는 사람의 수를 추정한 뒤, 이를 대상 지역의 면적에 비례해서 계산하는 방식이다.
가령, 1평방미터에 50명의 사람이 있다고 추정하면, 100평방미터 면적에 5000명의 사람이 모여 있다고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 실무진들의 의견은 달랐다.
서울의 일선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 경찰관은 "광화문은 강남대로에 비해 골목길과 유동인구가 많아 정확한 인원을 추정하기 쉽지 않다"면서 "기본적으로 주최측 인원이 '적다'고 발표하려는 경찰 측 태도도 문제"라고 말했다.
'보수단체 숫자를 부풀려서 경찰에게 실익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B 경찰관 역시 "현 정권이 경찰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의심이 가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되물었다.
집회인원을 직접 관리하는 정보과의 C 경찰관은 "요즘 경찰도 집회 추산방식에 허점이 매번 노출되다보니 가능한 범위 내에선 직접 인원을 '카운팅(세는)'하는 방식으로 바뀌려는 움직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근 지하철역 이용인구를 통한 집회 참가자 산출 등 과학적인 방식이 많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같은 방식을 애써 외면하면서 스스로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촉구'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문제는 경찰에 대한 '신뢰도 하락'
취재진이 직접 만나본 일선 경찰관들 중 '촛불민심이 타오르는 시국에 경찰이 인원수를 조작하는 무리수를 두겠느냐'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일선 경찰 실무진들 중 인원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일부 언론 역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경찰이 집계인원 추산방식을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곽 교수는 "같은 면적 안에도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한국인이 외국인보다 더 많이 들어갈 수 있다"면서 "외국에서 가져온 추정치를 그대로 가져다가 사용할 것이 아니라, 우리식에 맞게 수정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차를 줄여나가는 과정에 시민단체도 참여시켜 경찰 측정 방식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야한다"고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