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중징계 위험 무릅쓰고 '반성문' 올린 MBC 막내기자들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MBC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게 비난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달라"

4일 게시된 'MBC 막내기자들의 반성문' 영상 일부 (사진=유튜브 캡처)

 

헌법질서를 유린한 국정농단 사태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언론은 치열한 취재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더 애써야 할 '공영방송'은 이같은 언론의 '활약'에서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보도참사'는 해고와 징계가 '현재진행형'이어서 더욱 삼엄한 MBC 내부마저 흔들고 있다. 지난해 MBC 기자 30여 명이 실명을 걸고 자사 보도와 경영진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실명 피케팅을 진행한 데 이어 이번에는 MBC 막내기자들이 '반성문'을 써 시청자들에게 MBC에 대한 질책과 비판을 부탁했다.

2013년 12월에 입사한 마지막 '신입기자'인 곽동건, 이덕영, 전예지 기자는 'MBC 막내기자의 반성문'이라는 영상을 제작, 4일 유튜브에 게시했다.

◇ "조금이라도 항의하면 일단 쫓아내… MBC 정상화 위해 비난 멈추지 말아 달라"

영상은 지난해 11월 19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 현장에서 MBC 취재진이 시민들로부터 '엠X신'(MBC를 비하해 부르는 말)이라는 항의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날 현장에 있었던 곽동건 기자는 "11월 12일, 87년 6월 항쟁 이후로 100만명이 모였던 2차 촛불집회를 기억하실 것이다. 당시 MBC뉴스는 집회 소식을 8꼭지 보도했다. 같은 날 SBS와 KBS는 특집 편성까지 해가며 각각 34꼭지, 19꼭지를 내보냈다"며 "이날 제가 속한 사회부에서 아침 편집회의에서 발제한 촛불집회 관련 꼭지는 단 하나였다. 현장에 나간 기자는 마이크 태그조차 달지 못했고 실내에 숨어서 중계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 현장에서 저희를 보고 '짖어봐' 하시는 분들도 있고 '부끄럽지 않냐'고 호통을 치시는 분들도 너무 많아서 사실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고백했다.

이덕영 기자는 "최근 MBC는 JTBC가 입수한 태블릿의 출처에 대해 끈질기게 보도하고 있다. 스스로 '최순실 것이 맞다'는 보도를 냈다가 다시 '의심된다'고 수차례 번복하는 모양새도 우습지만 사실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추측의 추측으로 기사화하는 현실에 저희 젊은 기자들은 절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뒤늦게 최순실 특별취재팀을 꾸렸지만 한 달도 안 돼 해체했고 보도본부장은 메인뉴스 시청률이 애국가 시청률이라는 2%대에 접어든 지금도 오히려 우리가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것이라며 간부들을 격려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전예지 기자는 "MBC가 왜 이렇게 됐을까. 황우석 논문 조작의 비밀을 파헤쳤던 MBC, 대법관의 재판 개입을 고발하고 감시했던 MBC, 특권층의 반칙과 편법을 가장 먼저 포착했던 MBC, 정부 정책을 앞서 비판하는 뉴스를 냈던 MBC, 저희 막내기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 여러분들이 사랑했던 MBC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전 기자는 "당시 취재하고 MBC뉴스를 이끌던 기자 선배들, 저희도 정말 못 본 지 오래 됐다. 5명의 기자가 해고됐고 50명이 넘는 기자가 마이크도 잡지 못한 채 취재조차 할 수 없는 부서로 쫓겨나 있다. 회사 전체로 따지면 유능한 PD와 아나운서 등 200여명이 쫓겨나 아직 109명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보도국에선 3년째 신입기자를 뽑고 있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 기자는 "조금이라도 항의하면 일단 쫓아내고 보는 이 상황에서 보도국에 남아 있는 기자 30여명은 실명으로 글을 쓰고 저항하고 있고 매일 피케팅을 하고 집회까지 했지만 회사는 전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고, 전 기자는 "왜 진작 나서서 이 사태를 막지 못했냐고 그 안에서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이제 와서 이러냐고 혼내시고 욕하셔도 좋다. 일선에서 취재한 저희 막내기자를 탓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다만 MBC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욕하고 비난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주십시오. MBC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십시오. 이 안에서 저희 젊은 기자들이 더 절실하게 단호하게 맞설 수 있도록 한 번만 더 힘을 보태주십시오. 저희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막내기자들은 '보도 정상화'를 위해 △김장겸 보도본부장·최기화 보도국장 사퇴 △해직 및 징계 당한 기자 복귀를 요구했다.

◇ "MBC뉴스를 되살릴 수 있다는 확신 얻어… 막내들아 고맙다"

4일 게시된 'MBC 막내기자들의 반성문' 영상 일부 (사진=유튜브 캡처)

 

막내기자들도 밝혔듯, MBC 기자들은 MBC 보도 개선을 촉구하는 움직임을 지속해 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는 민실위 보고서를 통해 MBC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도 정상화'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지난달 28일에는 80여 명의 기자들이 '중단! 청와대방송', '사퇴! 김장겸 최기화', '누가 MBC뉴스를 보는가' 등의 현수막을 펼치고 피케팅을 했다.

이처럼 MBC 보도와 관련된 문제가 누적되고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막내기자들의 이번 '반성문'이 탄생했다. MBC의 한 기자는 "'뭔가 더 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하고 고민했던 막내기자들이 (영상을) 만들었다"면서 "(징계받을 위험성도) 감수하고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MBC기자협회 김희웅 협회장 역시 "(현 시점에서 기자들이) 끓어오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막내기자들이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채 MBC 상황을 전하고 보도를 정면 비판한 것 때문에, 내부에서는 혹시나 중징계 등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과거 MBC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엠X신 피디입니다'라는 글로 참담한 MBC 상황을 공유하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촉구한 권성민 예능 PD에게 정직 6개월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사측의 부당전보로 비제작부서로 간 권 PD가 예능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담은 '예능국 이야기' 웹툰을 그렸다는 이유로 '해고'하기도 했다(권 PD는 해고무효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현재 복직한 상태다).

2012년 김재철 사장 퇴진 및 공정방송 쟁취 170일 파업 당시 해고된 박성제 해직기자는 이 영상을 "자신들이 계속 싸울 수 있도록 엠X신을 더 욕하고 꾸짖어달라는 막내 기자들의 반성문"이라고 소개하며 "아마 이 동영상을 만든 세 후배들은 중징계를 받겠죠. 하지만 이 동영상을 보고 저는 MBC뉴스를 되살릴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막내들아, 고맙다"고 전했다.

최승호 해직PD도 "촛불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의 '엠X신'이라는 질타를 한 몸에 받은 MBC 기자 기억하시나요? '안광한 사장과 김장겸 보도본부장 등 수뇌부의 잘못으로 젊은 기자가 상처를 받는구나'하는 안타까움을 느꼈는데, 바로 그 기자가 동영상으로 시청자들께 반성문을 보냈다. 알고보니 MBC의 막내기자였다. 지금 MBC 안에서는 안광한, 김장겸 등 박근혜 순장조와 젊은 기자, 피디들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의 손을 잡아주십시오"라고 관심을 당부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뭐라고 해 줄 말이 없다. 힘없는 말단 직원들이 딱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이해해 줄 수만도 없다", "엠XX은 망할 일만 남았다. 막내기자라는 분들만 안타까울 뿐"이라며 MBC를 비판했고, "이런 게 용기!", "힘내세요 기자님들", "MBC 꼭 되찾아와야죠", "표정과 눈빛에서 결연한 정의를 볼 수 있어 희망을 느낀다. MBC를 통해 세상을 보던 때가 다시 올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을 본다"며 기자들을 격려했다.

2일 방송된 대구MBC '깨어나 일어나' 일부 (사진='깨어나 일어나' 캡처)

 

MBC 구성원들의 '자기반성'은 프로그램에서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11월 5일 1차 촛불집회부터 시작된 대구의 '저항'을 담은 대구MBC 신년특집 다큐멘터리 '깨어나 일어나'(2일 방송)에서, 촛불집회 참석 시민은 박 대통령 담화와 관련해 질문하는 MBC 취재진에게 "여기 MBC에요 방송국? MBC 개쓰레기 아니가 이것들! MBC 제일 싫어한다. 대통령 지지율이나 여(MBC) 지지율이나 똑같다"고 일침한다. 이 영상은 MBC를 향한 생생한 대구 민심을 편집 없이 그대로 전달해 온라인 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