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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외화 '셜록', 더빙·자막 둘 다 하게 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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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분된 시청자 요구 수용 "다양한 서비스 제공 차원"

지난 2일 KBS 1TV를 통해 방송된 영국 BBC 드라마 '셜록' 시즌4 (사진=KBS 제공)

 

KBS 1TV를 통해 지난 2일부터 방송된 외화 '셜록 시즌4'가 더빙판과 자막판을 함께 제공한다. KBS 측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스타일의 방송을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서비스 제공 차원이라고 밝혔다.

국내에도 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외화 '셜록'은 영국 추리작가 코난 도일의 소설 '셜록 홈즈'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한 BBC 드라마로, 전세계적으로 히트해 2010년 시즌1, 2012년 시즌2, 2014년 시즌3, 2016년 시즌4가 제작됐다.

'셜록' 시즌4는 영국 BBC의 신년기획 드라마로 지난 1일 첫 방송을 시작했고, KBS는 시즌4를 기다리고 있을 한국 시청자들을 위해 영국과 하루 시차를 둔 지난 2일 방송을 시작했다. 이번 시즌에도 베네틱트 컴버배치, 마틴 프리먼이 각각 셜록 홈즈와 존 왓슨 역으로 등장해 드라마를 빛내고 있다.

KBS 측은 3일 "외화 방송의 경우 시청자들의 반응은 더빙을 선호하는 쪽과 자막방송을 선호하는 쪽으로 양분돼 있다"며 1TV에서 방송되는 본방송은 더빙판으로, 2TV에서 방송되는 재방송은 자막방송으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방송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을 위해서 1TV 본방송은 더빙제작으로 방송하며, 원작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를 그대로 느끼고 싶은 시청자들을 위해서 2TV 재방송은 자막방송으로 방송해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셜록' 시즌4 본방송은 2일부터 16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 40분 KBS 1TV에서, 재방송은 8일부터 22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11시 40분 KBS 2TV에서 볼 수 있다.

◇ "몰입에 방해되므로 자막 필요" VS "더빙은 더 많은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

KBS 측이 더빙판과 자막판을 둘 다 방송하는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일부 '셜록' 팬들의 강력한 '자막판' 요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KBS 공식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자막판을 원한다고 강조했고, KBS '셜록'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을 통해서도 더빙판에 대한 불만과 자막판의 필요성을 거듭 언급했다.

시청자 황은진 씨는 "셜록 특유의 빠른 목소리가 한국어 더빙으로 더 잘 안 들리게 되고 평소에 봐 오던 목소리와 달라서 몰입에 정말 많이 방해가 된다"며 "성우 분들 실력 좋으신 것 알지만 셜록은 아니다. 셜록은 셜록 특유의 목소리가 꼭 필요하다. 저도 한글을 사랑하는 대한민국 한 시민인데 셜록은 자막이다"라고 말했다.

시청자 김수진 씨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배우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셜록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만나서 큰 케미를 만들어 냈기에 ('셜록'이) 더욱 인기가 많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더빙판은) 평소 셜록을 보며 느껴지던 이미지와 분위기가 너무 달랐기에 집중하기도 어려워서 결국엔 음소거를 하고 자막만 켜고 봤다. 제발 2화부터라도 원어와 자막으로 볼 수 있도록 해 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시청자 윤동기 씨는 "과거 90년대까지 주말의 명화 보던 시절과는 달리 시청자들의 취향도 달라져서 이젠 더빙보다는 원어+자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며 "그런 걸 관계자분들이 모르시는 것도 아닐텐데 많은 팬들이 방영 전부터 그렇게 요청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부리며 더빙으로만 하니 많은 분들이 아쉬움을 적을 수밖에요"라고 말했다.

KBS '셜록' 시즌4 시청자 게시판. 첫 방송 이후 더빙판에 대한 불만을 앞세운 자막판 요청글이 많이 올라왔으나 4일 오후 현재에는 더빙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옹호하는 글도 같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KBS '셜록' 시청자 게시판 캡처)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온 국민을 시청자로 두는 '공영방송'이니만큼 시·청각 장애인, 난독증 환자, 문맹, 아직 글자를 다 익히지 못한 어린이, 노인 등 다양한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더빙판이 꼭 필요한데, 단지 '개인의 취향'을 앞세워 더빙판을 깎아내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시청자 유선영 씨는 "공영방송은 국민들 수신료로 만들어지는 방송이기 때문에 모든 국민을 아우러 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어린시절 한글을 배울 기회가 없던 노인, 너무 어려 아직 글을 떼지 못한 아이, 또는 시각 장애로 자막을 읽지 못하는 분들까지 전부. 내가 먼저 편하고, 내가 먼저 취향껏 즐기겠다고 다른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를 무시하진 말자"며 "특히나 셜록은 다양한 배역에 다양한 성우분들을 기용해 KBS가 공들여 더빙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시청자 이자연 씨는 "KBS는 명화극장을 폐지했고, 자막판을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따른다면서 전쟁과 평화를 자막판 기본으로 방영하고, 셜록 시즌2 재방을 자막방영했으며, 셜록 시즌3는 음성다중으로 방영하고, 이번 시즌은 주말에 자막으로 재방한다. 작년에는 셜록과 닥터후의 새로운 시즌이 없을 때 유일한 더빙 외화 프로그램인 해외걸작드라마는 거의 운영되지도 않았다"며 '셜록' 더빙판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씽', 라디오드라마 '신과 함께', TV 애니메이션 '오소마츠 6쌍둥이'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해 온 KBS 36기 공채 성우 권창욱도 트위터를 통해 더빙판의 의의를 밝혔다. 그는 "'구성원의 절대다수가 한국어를 쓰는 나라에서' '영상매체를 한국어로 더빙해 송출하고 상영하는' 게 뭐 이상해요?"라며 "누군가에게는 우리말 더빙이 취향 문제를 넘어 필수적인 사항이 됩니다. 예를 들자면 TV 화면 식별이 어려운 시각장애인, 자막 따라가기 벅찬 노약자들. 그들에게도 컨텐츠를 즐길 권리는 보장해야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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