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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여제' 이상화 "부진하다는 말, 나에게는 큰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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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1등만 할 수는 없잖아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이상화가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털어놨다. (사진=자료사진)

 

"계속해서 상위권에 들었는데… 부진하다는 말에 상처가 컸어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빙속 여제' 이상화(27·스포츠토토)가 마음에 숨겨둔 이야기를 힘들게 꺼냈다. 언제나 최고가 되기 위해, 그리고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스케이트 끈을 조였지만 조금이라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면 어김없이 '부진'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상화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다. 여자 500m 세계 기록(36초36)도 그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2010년 밴쿠버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500m 금메달의 주인공 역시 이상화였다.

물론 올 시즌 행보는 과거에 비해 좋지 못하다. 이상화는 월드컵 1~4차 대회 500m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따냈다. 기대했던 금메달은 없었다. 그러나 이를 부진으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이상화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 탓에 완벽한 몸 상태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2차 대회에서 종아리 근육 미세 파열까지 당했다. 세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무리한 탓에 몸에 이상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상보다 이상화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있었다. 메달 색으로만 그를 판단하는 시선들과 가시 같은 말들이 그의 마음을 병들게 했다.

이상화는 27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43회 스프린트 및 제71회 종합 선수권대회 겸 동계아시안게임 선발전 여자 500m 1차 레이스에서 38초64의 기록으로 우승하면서 이번 레이스 1, 2위 선수에게 주어지는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따냈다.

'빙속 여제' 이상화가 선발전에서 1위를 기록해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500m 출전권을 따냈다. (사진=자료사진)

 

경기를 마친 이상화는 "피곤한 상태로 시합에 임했지만 나름대로 만족한다"고 총평했다.

그리고 힘들게 마음에 담아두었던 얘기도 꺼냈다. 이상화는 "월드컵 `~4차는 완벽하지 않은 레이스였다. 지금까지 쫓겨온 것 같아 부담감이 컸다"면서 "그래도 상위권에 들고 있는데 부진이라는 말에 상처가 컸다"고 털어놨다.

이상화는 이어 "그동안 1등만 한 이미지가 너무 컸나 보다. 은메달, 동메달도 땄는데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고 노메달이라 해서 나도 메달 순위에 없었나 하고 착각하기도 했다"며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무기력한 상태였고 많이 힘들었다. 아직 열심히 하고 있으니 그런 자극적인 말은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어려운 얘기를 털어낸 이상화는 향후 목표도 밝혔다. 그는 "아시안게임보다 먼저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주력할 생각이다. 아시안게임은 재밌게 즐기다 올 생각이다"고 전했다.

각종 대회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상화지만 유독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땄던 이상화는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탐날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상화는 "지금의 나에겐 금메달보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목표다"라는 말로 스스로 부담감을 지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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