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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한 판에 1만원 안팎…"계란이 고기보다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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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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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폭등에 소비자·상인 모두 한숨…품귀 현상 갈수록 심화
소비자 "지갑 열기 무섭다"…상인 "팔 계란이 없다" 아우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AI가 급속히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산란계의 대대적인 살처분으로 양계농장에서 공급하는 계란이 수요를 따라지 못하는 탓이다.

한두 달 전 5천원대에 살 수 있던 계란 한 판이 이제는 1만원을 호가한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도 계란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특란 한 판(30개)의 소비자 가격은 전국 평균 7천510원으로 한달 전(5천410원)보다 38.8% 올랐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체감 계란 가격 상승 폭은 이를 훨씬 웃돈다.

AI 발생 이전에 하루 4천200만개씩 공급되던 계란이 최근에는 3천만개 이하로 줄어든 데다 저렴한 가격대의 계란부터 바닥나면서 실제 시중에 남아 있는 계란값은 한 판당 1만원을 호가하고 한다.

이날 오전 인천시 남동구의 한 마트에서는 계란 한 판을 1만800원에 판매했다.

이곳을 중심으로 인천 지역의 중·소형마트에서 판매되는 계란값은 현재 9천∼1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광주 서구 풍암동 한 마트는 한 달 전 4천980원 하던 계란 한 판을 크기에 따라 6천900∼7천400원에 팔고 있다.

그나마 잘 아는 계란 유통업자가 재고물량을 줘서 상대적으로 가격을 많이 올리지 않고 팔 수 있었다는 게 이 마트 사장의 설명이다.

실제 인근에는 계란 한 판에 9천500원까지 값을 올린 마트도 등장했다.

부산 서구에 있는 한 동네상점은 AI 발생 전 도매상으로부터 한 번에 100판까지 공급받던 계란을 요즘은 최대 10판밖에 받지 못한다.

공급가도 급등해서 한 달 전 5천300원이던 계란 한 판 소매가를 8천800원으로 올렸다.

이 마트 업주는 "부산에 주로 유통되는 계란은 양산 지역에서 공급되는데, 이곳이 AI에 뚫리면서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했다"며 "경남 합천이나 남해 쪽도 AI가 퍼져 계란 한 판 값이 1만원을 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대적으로 계란 수급 사정이 나은 편인 대형마트들도 열흘이 멀다 하고 가격을 올리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는 지난 17일 계란값을 6% 인상한 지 열흘 만인 27일 전국 142개 전 점포에서 판매하는 계란 소비자가를 평균 4.5% 추가 인상했다.

이번 인상으로 기존 30개들이 한 판(대란 기준)에 6천990원이던 계란 소비자가는 7천290원으로 오른다.

홈플러스의 계란값 인상은 이달 들어서만 4번째다.

지난 8일 계란값을 평균 5% 인상한 데 이어 15일 5%, 17일 6% 인상했으며 이번에 또 가격을 올려 이달 들어서만 20%가 급등했다.

롯데마트도 계란값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 중이어서 대형마트의 계란값 인상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무섭게 치솟는 계란값에 주부들은 지갑 열기가 무섭다고 입을 모은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 사는 주부 A(29)씨는 "8천원이 넘는 돈을 주고 계란 한 판을 사 먹자니 웬만한 고깃값이랑 비슷해 망설이게 된다"며 "두 살짜리 아이가 계란부침을 좋아하지만 AI 때문에 찜찜하기도 하고 당분간 식단에서 계란은 빼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서구의 한 마트 업주는 "일반 소비자들은 계란 구매를 아예 끊은 것 같고, 간혹 비싼 돈을 주고 사 가는 사람들도 얘기를 들어보면 계란이 꼭 필요한 나름의 이유가 있더라"고 전했다.

물량 확보가 어려워진 상인들도 고충이 크다.

매대를 채울 계란을 구하기 위해 치열한 주문 경쟁을 벌여야 한다.

충북 청주의 농협물류센터는 지난 22일 이후 고급 유정란을 제외한 일반 계란을 팔지 못하고 있다.

농협물류센터 관계자는 "AI 사태 이후 전국적으로 계란 공급량이 줄더니 이제는 주문해도 물량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농가에서 주거래처 위주로 챙기다 보니 뒷순위로 밀리면 공급 시기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동네 슈퍼마켓들은 사정이 더욱 어렵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에서 24시간 슈퍼를 운영하는 B(58)씨는 "치솟는 계란값보다 더 큰 문제는 물량"이라며 "대형마트들은 1인 1판으로 제한한다는데 우리는 아예 제한할 물량마저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는 농가와 직거래를 통해 자체 물량을 확보하기 때문에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우리 같은 소매점은 도매상에서 물건을 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용인의 한 계란 매매 전문점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물량이 달려서 소매 거래는 중단하고, 주거래처에 도매거래만 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생업에 계란이 꼭 필요한 곳에 먼저 공급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AI 여파로 계란값이 치솟는 위기 상황을 틈타 가격을 필요 이상으로 올리는 '얌체' 유통 및 제빵업체가 있는지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계란 수요량의 20% 정도가 가공품 등 업체 수요인데, 계란이 부족하다고 해서 가격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있어 수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26일 서울과 경기 지역 8개 유통업체를 점검한 결과 '사재기' 등 위법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형 마트의 가격 상승 폭이 대형마트 등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파악됐다.

김 장관은 "현재도 연간 계란 가공품 2천100t 정도가 수입되고 있어 이걸 이용하면 빵을 제조할 수 있는데도 계란 가격이 올라갔다는 핑계로 제품 가격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 봐야 한다"며 "계란뿐만 아니라 모든 농산물이 그렇듯이 모자란다고 하면 2~3배로 가격이 뛰는 등 올라갈 요인이 있으면 잽싸게 올리고, 내려갈 요인이 있음에도 천천히 내리는 구조가 굳어져 있어 이 부분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수급 문제와 별도로 이번에 AI 바이러스 확산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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