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왼쪽)과 현 정권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자료사진=윤창원, 황진환 기자)
대한체육회가 공공스포츠클럽인 'K스포츠클럽'의 명칭 변경을 목하 고심 중이다. 국정 농단의 주범 최순실 씨의 이미지를 걷어내야 할지, 이번 사태와 관계 없이 추진하던 일인 만큼 개의치 않고 밀어붙일지 고민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26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체육회 출입 기자단 간담회에서 "최근 K스포츠클럽이 최 씨가 실소유주로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아낸 K스포츠재단과 혼동이 될 우려가 있어 명칭을 바꿀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우려 때문에 체육회에서도 K스포츠클럽 이름을 변경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스포츠클럽 명칭을 그대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다. 당초 K스포츠클럽 사업은 최 씨의 국정 농단과는 별개로 2013년부터 추진됐던 사업이다. 사업 착수 당시에는 '종합형 스포츠클럽'이라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비슷한 사업과 이름이 같다는 지적이 나와 K스포츠클럽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연령과 계층에 관계 없이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스포츠를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체육시설에 기반을 둔 공공스포츠클럽이라는 취지는 변화가 없었다.
이 회장은 "사실 한국형 스포츠클럽이라는 뜻에서 'K스포츠클럽'만큼 좋은 이름도 없다"면서 "더군다나 어느 정도 사업이 추진돼 이름도 널리 알려졌는데 중간에 바꾸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명칭을 바꾸면 간판 교체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최 씨의 국정 농단이 나라 전체를 뒤흔들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만큼 이를 연상시키는 부분은 완전히 쳐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받는다. 특히 최 씨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함께 K스포츠클럽 사업 이권을 K스포츠재단으로 몰아주려고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때문에 실제로 최 씨의 의도대로 이권 개입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K스포츠클럽에 대한 의심어린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K스포츠클럽 회원들이 탈퇴하는가 하면 기부금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현재 전국 37개소, 내년 80개소로 확대되는 K스포츠클럽은 향후 239개까지 늘려갈 계획"이라면서 "명칭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체육회는 오는 28일 서울 올림픽회관에서 스포츠클럽육성위원회를 열어 K스포츠클럽 명칭 변경 여부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