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 주례2구역에서 재개발을 둘러싼 주민들 간 법적다툼이 철거 갈등과 석면 공포를 야기하고 있다.(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부산의 한 재개발 지역 철거과정에서 불법적으로 석면 건물을 해체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6. 12. 21 사상구 석면해체 허위보고 받은 것으로 드러나) 재개발을 둘러싼 이곳 주민들 간의 갈등이 이 같은 상황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철거가 한창인 부산 사상구 주례2구역 재개발 지역.
대개 재개발 지역의 경우 70%이상의 주민이 이주를 마친 뒤에야 석면 해체 등 철거작업에 들어가는데, 이곳은 아직 미이주세대가 전체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무리한 철거 작업이라는 내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주민 박순자(69)씨는 "버젓이 바로 옆집에 사람이 살고 있는데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게다가 철거과정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잔해물이 곳곳에서 발견돼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조차 무섭다"고 토로했다.
철거업체가 사상구청에 제출한 철거계획서에 따르면, 미이주세대가 있을 경우 한집 건너 철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남아있는 주민들이 많다 보니 이 원칙이 현장에서 지켜지기 힘들어 주례 2구역은 비산 석면으로 인한 건강위협뿐 아니라 안전사고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 법적 다툼으로 재개발 찬·반 주민들 간 팽팽한 힘 겨루기그렇다면 왜 이런 철거작업이 이뤄지는 것일까?
해당 지역은 지난 2014년부터 주례2구역의 '관리처분계획'을 둘러싸고 주민들 간 의견이 둘로 나뉘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관리처분계획이란 재개발 정비 이후 주민들에게 분양되는 대지나 건축시설에 대한 배분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례2구역 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제기한 소송에 법원은 지난해 8월 '주례2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의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한 결의를 무효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당시 조합에서는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1심 판결이 확정판결로 결론 났다.
비대위는 이 판결에 따라 재개발이 원점에서 분양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조합이 부산지방법원의 판결이 나기 3개월 전, 기존의 분양계획을 버리고 재분양절차에 들어가면서 최근 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 승인까지 받아냈다는 점이다.
비대위는 이에 대해 판결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이 다시 진행한 분양절차는 원천적으로 잘못됐다며, 이번에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승인이 무효라는 소송을 다시 벌이고 있다.
정경필 비대위원장은 "주례2구역에 있는 토지소유자 중 조합원 수보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수가 더 많다"며 "지난해 8월 판결 당시 법원은 비대위가 조합원 지위를 획득했다고 했는데, 조합은 판결 이후 한 번도 비대위에 조합원의 지위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합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경규 주례2구역 조합장은 "처음 실시한 분양에는 감정평가의 시점 문제 등에서 위법사실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재분양 절차에서 법적 위반 사항이 없고, 그 과정에서 비대위에도 조합원 지위를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에 대해 "조합원 지위를 주겠다는 제안은 판결이 나기 전이었다"며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어 비대위는 결과를 기다리자고 했지만 조합이 일방적으로 재분양절차를 진행했고, 판결 이후에는 조합에 들어오라고 하지 않았다"고 받아쳤다.
주례2구역 주민들 간 다툼에 사상구청은 난감한 입장이다.
구청 건축과 담당자는 "절차에 따라 관리처분계획 인가승인을 내주었지만, 조합 측에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어 재분양 절차를 판결 이후에 진행하자고 수차례 제안했다"며 "하지만 구청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재소송으로까지 번졌고, 당시 재분양절차가 지금 조합의 철거 작업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사업 진행을 위해 철거를 서두르는 조합과 이를 저지하는 비대위 사이의 갈등이 석면 공포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