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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기자들 "공정한 기사 쓸 수 있게 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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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민주화 개선·부당해고 및 보복전보 취소 등 6가지 요구

연합뉴스의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 기자들 일동은 21일 성명을 내어 경영진에 "공정한 기사를 쓸 수 있게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홈페이지 캡처)

 

2008년 이후 입사한 연합뉴스 기자 97명이 공동 성명을 내어 사측에 "공정한 기사를 쓸 수 있게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의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 기자들 일동'은 21일 '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인가—공정언론·공정인사를 회복하라' 성명을 내어 "우리 젊은 기자들은 출근길이 두렵고 퇴근길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사를 데스크가 난도질해도 △국정교과서를 '단일교과서'라고 쓰라는 지시가 내려와도 △관변단체를 1대 1로 다루는 기사가 나가도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고 자조했다.

또한 △'영문 피처 기사는 우리나라에 좋은 것만 쓰라'는 편집 방향이 세워져도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데스크가 말해도 △청와대가 구매해 논란이 된 유사 프로포폴을 이명박 정부 때도 샀다고 기사 제목이 '물타기' 돼도 끝까지 싸우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그러는 사이 국가기간통신사가 아니라 국가기관통신사가 아니냐는 바깥의 야유에도 우리는 제대로 분개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며 "심지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언론사에 광고를 미끼로 부당한 압력을 가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던 바로 그 당일에도 삼성 관련 기사 두 건의 제목이 '톤 다운'된 데 이르면 우리 젊은 기자들은 분노가 아니라 치욕으로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들은 "경영진도 편집국 간부도 그 어느 누구도 '바른 언론 빠른 통신'국가기간통신사의 얼굴에 먹칠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이는 없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후배들의 오해다', '일선 기자의 취재가 부족한 탓이다'. 끝없는 변명 그 사이에서 우리의 소중한 바이라인은 갈가리 찢겼다"며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으로 정권에 기대 불공정을 일삼는 것은 결국 회사의 미래를 갉아먹는 해사행위라는 것을 경영진은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알고도 고집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불공정보도가 불공정인사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여기 아무도 없다"며 "공정보도를 기치로 파업을 성공적·평화적으로 이끈 노조위원장과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다른 선배는 원래의 일터에서 먼 지역으로 '보복성' 전보됐다.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한 기자들은 승진에서 누락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연합뉴스는 3년간 '공포정치'로 권력을 휘두르는 경영진의 것이 아니다. 연합뉴스는 부당한 취재 지시로 공정성을 저해한 간부들의 것도 아니다. 연합뉴스는 우리 젊은 기자들의 것이며, 독자들의 것이며, 시민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보장할 것 △공포정치를 거두고 낙제점을 받은 사내민주화를 개선할 것 △기준도 알 수 없는 인사평가를 거두고 성과급제 방침을 철회할 것 △부당해고와 보복성 전보를 지금이라도 취소할 것 △회사 미래를 위해 수습기자 공채를 재개할 것 △비정상적인 편집국장 직무대행 체제를 끝내고 기자들의 신뢰를 받는 새 편집국장을 임명해 편집국을 정상화할 것 6가지를 요구했다.

◇ 박노황 사장 취임 이후 보도 공정성 나빠졌다는 평가

지난해 3월 취임한 연합뉴스 박노황 사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3월 박노황 사장이 취임한 이후 연합뉴스 내부에서는 보도 공정성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젊은 기자들의 성명서는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연합뉴스지부가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노조 규약에 따라 실시한 경영진 중간평가(조합원 533명 중 374명 참석, 70.1%)에 따르면, 박 사장 체제 출범 후 연합뉴스 보도 공정성이 나빠졌다고 한 응답은 82.3%(매우 나빠졌다 49.7%, 나빠졌다 32.6%)에 달했다.

취임사에서부터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첫 손에 꼽은 박 사장은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간부들을 동원해 국기게양식 및 애국가 제창을 하는 등 '나라사랑'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박 사장은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의 공정보도 파업 이후, '편집과 경영의 분리 원칙' 아래 생긴 '편집총국장제'를 무력화해 사내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편집총국장제는 기자직 사원 모두가 공유하는 '편집권'을 대표하고 책임지는 편집총국장을 두는 것으로, 연합뉴스 기자들 2/3 이상이 참여한 투표에서 유효투표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임명될 수 있고 면직 시에도 구성원들의 동의가 필요한 제도다.

박 사장은 2012년 파업을 이끌었던 공병설 전 지부장과 2010년 연합뉴스지부 공정보도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이주영 기자를 비롯해, 파업 때 노조와 뜻을 함께 한 다수 시니어급 기자들을 돌연 지역으로 발령내 '보복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권고사직에 응하지 않은 김태식 기자를 해고하고,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김성진 전 지부장에게 감봉 조치를 했다.

사내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억압하고 보도 공정성을 저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박노황 사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선정한 '언론부역자 10인'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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