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 측이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대통령에게 국가의 무한 책임을 인정하려는 국민적 정서에만 기댄 무리한 주장”이라고 헌법재판소에 답변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어겼다는 국회의 주장에 대해선 대통령 직무 수행의 성실성은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을 위해 대통령으로서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기대한 주권자 국민의 의사에 맞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 朴측 “목포해경서장도 책임 없는데”
19일 박 대통령 측이 헌재에 낸 답변서에 따르면, 박 대통령 측은 세월호 피해자 구조 책임이 현장에 출동한 해경에 대해서만 인정됐고, 상급자인 목포해경 서장과 해경청장 등에서는 인정되기 않았다며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 “헌재가 대통령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 탄핵 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는 것도 방패로 꺼내들었다.
반면,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는 최초 사고 접수 7시간쯤 뒤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나 '구명조끼를 학생들이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던 박 대통령의 발언을 볼 때 “전혀 상황파악을 못했다”고 맞선다.
“온 국민이 가슴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그 순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최고결정권자로서 세월호 참사의 경위나 피해상황, 피해규모, 구조진행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최순실은 ‘키친 캐비닛’…의견 청취였을 뿐”
최순실 씨 (사진=이한형 기자)
박 대통령은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씨를 ‘키친 캐비닛’이라고 표현했다.
키친 캐비닛은 대통령의 식사에 초청받을 정도로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들을 말한다.
청와대 문건 사전 유출 의혹 등에 대해 “주변 의견 청취에 불과하다”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반박한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달 4일 대국민 담화에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든다"는 발언조차도 뒤집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다. 돌이켜 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했다.
그러나 헌재 답변서에서는 최씨를 자문그룹(키친 캐비닛) 중의 한명이라고 아예 못박고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은 “통상 정치인들은 연설문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너무 딱딱하게 들리는지, 현실과 맞지 않은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 주변의 자문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은 “연설문 외에는 최씨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하지 않아 구체적인 유출 경로를 알지 못한다”고도 모르쇠 전략도 폈다.
확인한 문건만 180건으로, 외교안보 기밀 등이 포함됐다는 검찰 수사 결과와도 배치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른바 ‘정호성 녹음파일’ 236개를 확보해 박 대통령과 최씨 등의 3자 대화 사실 등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최씨의 측근 차은택씨 은사인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에 대해선 “대통령이 주변에 믿을 만한 지인을 포함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인사에 참고할 수 있다”고 박 대통령 측은 주장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절차적 문제도 없다고 답변서에 적었다.
박 대통령 측은 이를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일이라며 ‘백악관 버블(White House Bubble)’이란 표현도 썼다.
백악관 버블은 미국 대통령들이 백악관에서 고립돼 대중의 일상생활로부터 멀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에 맞서 국회는 “박 대통령은 각종 정책 및 인사 문건을 청와대 직원을 시켜 최씨에게 전달해 누설해 비선실세가 각종 국가 정책과 고위 공직 인사를 좌지우지하도록 했다”고 탄핵 이유를 적었다.
재단 강제 모금 의혹 등을 포함해 국가의 권력과 정책을 최씨 등의 ‘사익추구 도구’로 전락하게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