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 등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위원들이 청와대 춘추관에 도착해 경호동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청와대 현장조사가 대통령 경호실의 비협조 탓에 개시 1시간여만에 중단됐다. 국조특위는 경호실을 향해 '특단의 대응 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새누리당 소속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은 16일 오후 5시30분쯤 특위 위원들과 청와대를 떠나면서 기자들을 만나 "오늘 현장조사는 대통령 경호실의 적극적인 거부로 사실상 무산됐다"며 "국민의 뜻을 대변하지 못해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국조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오후 3시 30분을 전후해 청와대에 도착한 뒤, 오후 4시를 전후해 박흥렬 경호실장을 상대로 현장조사를 개시했다. 당초 경호실은 '군사비밀 보호'를 빌미로 국정조사를 전면 거부한 바 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이날 경호실은 "회의실을 현장조사장으로 제공할 수 없다"며 국회의원들의 경내 진입을 불허했다. 또 "자료의 제출이나 열람은 검토한 뒤 제한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등의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
특히 "경호 실패가 아닌, '누가 들어왔냐'는 문제로 논란이 된 것을 반성한다"는 의미심장한 입장을 의원들에게 내놨다. 김 위원장은 "(최순실 등) '보안손님'은 우리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이 경호실의 실질적 입장"이라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은 "국조특위는 국회로 돌아가서 앞으로 청와대 대해, 국민들 알권리를 반영하기 위한 구체적인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른 여야 의원들도 경호실의 태도에 대해 분노를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번 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조와 특검의 성역을 분명 쌓아두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라며 "국민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국민의 함성이 내일 또다시 촛불로 모아져 청와대를 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대통령 경호실은 경호실패가 아닌 보안손님은 비서실의 문제란 인식"이라며 "국조특위에서 청와대 청문회를 재차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한정 의원도 "추후 22일 청문회 이후에 다시 청와대 현장조사를 재추진한다는 필요성 대부분 위원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청와대 경내 현장조사 무산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총리가 명확한 수용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청와대 현장조사를 또다시 권한대행이 막아선다면 여야 합의를 통해 합당한 조치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최순실과 함께가 아니면 청와대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네티즌의 문자를 받았는데, 현실이 돼 씁쓸하다"며 "최순실에게는 문을 열고, 국민의 대표에게는 닫는 청와대에 존재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석고대죄해도 모자란 경호실장이 오만방자하게 면회실에서 국정조사를 제한적으로 하겠다, 자료요청도 알아서 판단하겠다는 언행을 일삼았다"며 "이것은 오히려 국민의 분노만 더 살 뿐이다. 청와대가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