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그동안 무풍지대였던 영남권에서도 발생하는 등 우리나라 전 지역으로 확대됐다.
더구나 본격적인 겨울철이 시작되면서 철새 유입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소독약품의 효력도 크게 떨어져 AI 확산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도 AI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하기로 하는 등 AI 피해확산 방지를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 부산 토종닭 농가 AI 의심신고....영남권 확산 초비상
농림축산식품부는 부산광역시 기장군 소재 토종닭 농가에서 고병원성 AI 의심신고가 접수됐다고 15일 밝혔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해당 농가가 토종닭 24마리를 사육하는 영세 농가로 폐사된 닭은 즉시 매몰처리했다"며 "양성 여부는 19일쯤 나올 예정이지만 지금까지 사례로 봤을 때 고병원성 H5N6형 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영남권은 그동안 창녕의 주남저수지 야생조류 폐사체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나, 사육농장에서 발생한 것은 이 농장이 처음이다.
방역당국이 그동안 영남권 사수를 위해 주요 도로에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영남권 이외지역에서 가금류가 들어가는 것을 차단했지만, 결국 방역망이 뚫린 것이다.
김 실장은 "비록 토종닭 농가가 작은 규모지만, 영남권에서 처음 발생했다는 점에서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차단 방역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AI 위기경보 '심각' 단계, 16일 오전 중 결정.....정부 비상체제 돌입
방역당국은 이번 AI가 갈수록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5일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가축방역심의회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AI 확산 방지를 위해선 비상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현재 AI가 방역대 이외지역에서 발생하는 등 기계적 수평전파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야생철새도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어 리스크가 크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였다"고 전했다.
그는 또, "기온이 떨어지면서 소독여건이 매우 나빠지고 있고, 영남지역에 대한 점검결과 AI 추가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방역심의회는 이에 따라, AI 위기경보를 현재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하고, 관계부처 회의에 정식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에 김경규 실장은 "곧바로 관계부처 협의에 착수해, 이르면 16일 오전 중에 심각 단계로 갈 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 심각 격상시 '대국민담화', 가금류판매시설 폐쇄명령도 가능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구제역과 관련해 '심각' 단계가 발동됐지만, 지난 2003년 AI가 첫 발생한 이후 이번까지 6차례 발생 기간에 AI와 관련해서는 처음 발동되는 것이다.
이는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상향될 경우 전국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먼저, 심각 단계가 발동되면 생닭과 생오리, 계란 등을 판매하는 전국의 모든 전통시장 가금류 판매시설에 대해 강제 폐쇄명령을 내릴 수 있다. 또한, 축산 관련 차량의 이동 통제도 가능하다.
이럴 경우 닭과 오리, 계란 등 축산물 유통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소비자 가격 상승 등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거점소독시설이 지금은 발생지역과 연접지역에 설치됐지만 심각 단계가 되면 전국 모든 주요 도로에 설치돼 일반 차량에 대해서도 소독조치가 이뤄진다.
이와 함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가금류에 대해 AI 백신 접종을 실시하지 않고 있지만, 긴급 백신접종도 가능해 진다.
김 실장은 "가축방역심의회에서 백신접종 여부에 대해서도 격론이 벌어졌지만, 외국의 접종 사례와 백신 수급 상황 등을 검토해서 추후에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심각 단계에서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들의 협조를 요청할 수도 있다"며 "상황이 급하다고 판단하면 대국민 담화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