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더 케이호텔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한 넥센 히어로즈 유격수 김하성. (사진=넥센 제공)
넥센 히어로즈는 최근 몇 년간 심각한 전력 누수를 입었다. 2014시즌을 마치고 주전 유격수 강정호가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로 떠났다. 그리고 2015시즌 이후에는 중심타자 박병호(미네소타)와 유한준(kt위즈), 든든한 소방수 손승락(롯데)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다.
이같은 선수 이동 때문에 2016시즌을 앞둔 넥센은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리그 중위권에 오르면 그나마 선전한 것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하지만 넥센은 세간의 평가를 뒤집고 당당히 리그 3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리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포스트진출까지 이뤄냈다.
선수들의 탄탄한 조직력과 36세이브(리그 1위)로 손승락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운 김세현의 호투가 빛났다. 하지만 넥센 돌풍을 거론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유격수 김하성이다.
2014년 고졸 신입으로 넥센에 입단한 김하성은 당시 주전 유격수였던 강정호의 백업 선수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정호가 떠난 2015시즌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김하성은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0(511타수 148안타) 19홈런 22도루 73타점을 기록해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급성장했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에 밀려 아쉽게 신인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야구 팬들 머릿속에 김하성이라는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는 데에는 제대로 성공했다.
그리고 김하성은 2016시즌에도 기세를 이어갔다. 144경기를 소화하면서 타율 0.281(526타수 148안타) 20홈런 28도루 8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지난해 홈런 1개 차이로 실패했던 20홈런-20도루 기록도 달성했다. 유격수로는 이종범(은퇴), 강정호에 이어 역대 3번째 나온 대기록이다.
뜨거운 시즌을 보낸 김하성이기에 골든글러브 수상을 예상하는 이도 적잖았다. 두산 베어스의 통합 우승을 견인한 김재호, 잠실을 홈구장으로 쓰는 유격수 중 최초로 20홈런을 돌파한 오지환(LG), SK 와이번스의 내야를 책임진 외국인 선수 헥터 고메즈 등 쟁쟁한 경쟁자가 있었지만 김하성의 이름값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김하성은 결국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13일 서울 더 케이호텔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 유격수 부문에는 김재호가 총 유효득표수 345표 가운데 절반이 넘는 198표를 휩쓸어 '황금장갑'을 차지했다. 김하성은 95표로 그 뒤를 이었다.
김하성은 지난해 신인왕에 이어 골든글러브까지 2위로 고배를 마셨다.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기 때문에 '황금장갑'에 대한 욕심이 더 컸을지 모른다.
그러나 김하성은 덤덤해 했다. 자신의 아쉬움보다 선배를 예우하는 모습을 먼저 보였다. 그는 "편안한 마음으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수상하지 못할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다"면서 "(김)재호 형이 워낙 잘했다. 인정하는 수상자가 나왔다"라고 밝혔다.
이미 지나간 버스를 되돌릴 수는 없다. 김하성도 이내 마음을 다잡고 다가올 시즌에 대비하겠다는 자세다. 그는 "내년 시즌에는 개인 목표를 달성하면 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며 "내년 시즌 준비 잘해서 더 좋은 모습 보이도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팀 선배 서건창은 "(김)하성이는 멘탈이 좋은 선수라 금방 이겨낼 것이다"라며 "좋은 자극제가 돼서 내년에 더 잘됐으면 한다"고 후배를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