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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 안도현 "탄핵과 함께 4년 절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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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안도현 (시인)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시, 겨울 하면 떠오르는 시죠. 연탄재 시인,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제가 잠깐 낭송을 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안도현 시인이 지난 2013년 박근혜 정권에 반발하면서 붓을 꺾는 절필 선언을 했다는 거 여러분 알고 계십니까? 그러다가 지난 9일,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던 그날 꼬박 3년 반 만에 복귀를 선언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정말 반가운 목소리 돌아 온 안도현 시인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안도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 안도현> 네, 안녕하세요. 안도현입니다.

◇ 김현정>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 안도현> (웃음) 시를 쓰려고 돌아왔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동안.

◆ 안도현> 저는 대학에 있어서 학교 강의하고… 시를 한 편도 쓰지 않고 한 줄도 메모하지 않고 그렇게 한 4년 보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한 편도 안 쓰셨어요?

◆ 안도현> 시가 떠오르지를 않더라고요. 써야겠다는 마음도 안 들고.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시인이 시를 안 쓰면 그러면 그게 참 굉장히 삶이 삭막했을 것 같은데요?

◆ 안도현> 저는 박근혜 정권이 저한테 시 쓰기에 휴가를 줬다 이렇게 생각하고 잘 보냈습니다.

◇ 김현정> 지금 들으시는 분들이 2013년 7월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 유명한 안도현 시인이 ‘박근혜 대통령 재임 중에는 나는 시 한 편도 쓰지 않겠다며 붓을 꺾었을까.’ 궁금하실것 같은데 뭐였죠, 그때?



◆ 안도현> 제가 2012년 말에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한테 진 후보 캠프의 일을 거들었는데요.

◇ 김현정>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일을 하셨었죠.

◆ 안도현> 그랬는데 선거가 끝나고 그다음 해의 봄이 되니까 제가 선거기간 동안 트위터에 썼던 글들을 검찰에서 문제를 삼아서 기소를 했어요. 공직선거법위반으로.

◇ 김현정> 허위사실유포 이런 거군요.

◆ 안도현> 그렇죠. 허위사실유포, 비방 이런 거였는데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온 나라가 부글부글 끓을 때였어요. 사실 제 건은 기소를 하거나 사건이 될 만한 사안이 아닌데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끓으니까 일종에 그걸 희석시키기 위해서 저는 검찰에서 만든 사건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해서 붓을 꺾고 한 편도 시를 쓰지 않고 있는 그 사이에 문화계에는 블랙리스트 논란이 있었어요.

◆ 안도현> 있었죠.

◇ 김현정> 신기하게도 절필을 하셨는데도 안도현 시인 이름은 빠짐없이 올라가 있더라고요?

◆ 안도현> 저는 그거 보면서, 저도 한 두어 군데 올라가 있는데요. 문화계 쪽에서 박근혜 정권이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던 아주 대표적인 사건이죠. 아직은 밝혀진 게 많지 않지만 문화계 말고도 교육계라든지 곳곳에 저는 그런 것들이 지금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현정> 교육계, 지금 교육계에 몸 담고 계신 분이니까 현장 얘기를 하시는 걸 텐데.

◆ 안도현> 실제로 겪은 일도 있고요.

◇ 김현정> 어떤 걸 겪으셨어요?

◆ 안도현> 대학들이 이제 교육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기획 사업을 올리는 게 있는데요.

◇ 김현정> 프로젝트 같은 거 올리죠, 지원해 주십시오 하고요.

◆ 안도현> 박근혜 정부 초기에 제 이름이 거기에 들어 있으면 안 된다고 아예 신청을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누가요? 교육부에서요?

◆ 안도현> 우선 학교에서 그랬는데, 제가 그걸 또 따져보니까 결국은 교육부였어요. 그런 일들이 주변 분들한테 들은 이야기도 많고요.

◇ 김현정> 그렇군요.

◆ 안도현> 박근혜 정부 4년이 그런 세월이었죠.

시인 안도현

 

◇ 김현정> 그래도 시인이시니까 시상이 어떤 날은 막 꿈틀거려서 괴로울 때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연필을 잡고 싶은 그 순간, 시를 쓰고 싶은 그 순간.

◆ 안도현> 초기에 좀 그런 일이 자주 있었어요. 그럼에도 이거 메모라도 하면 시를 쓰는 일이 될 것 같아서 메모도 하지 않았습니다. (웃음)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다가 복귀를 선언하신 게 지난 9일입니다.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던 바로 그 날, 어디서 그 장면 보셨어요?

◆ 안도현> 학교에서 몇 시간 동안 TV 보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다렸죠.

◇ 김현정> 내가 드디어 시를 쓸 수 있는 날이 오는 건가 이런 생각도 하셨나요?

◆ 안도현> 물론 저는 몇 시간 동안, 이거 시를 쓰는 일이 1년 더 당겨지는 건가? 이 생각하면서 봤습니다.

◇ 김현정> 촛불집회 현장에도 가보셨습니까?

◆ 안도현> 전주에 잠깐 나갔었고 광화문에 한 두어 번 나갔었습니다.

◇ 김현정> 시인이 그 현장을 볼 때는 어떤 생각 드시던가요? 200만의 촛불이 바다 물결처럼 출렁일 때.

◆ 안도현> 저는 제가 원래 낙관주의자이기도 하지만 저는 국민들이 이긴다고 처음부터 생각을 했었습니다.

◇ 김현정> 이제 다시 시를 쓸 생각하니까 어떻게 지금 심경은 어떠세요?

◆ 안도현> 시를... 올 겨울에는 아무 약속도 하지 않고 외부 강의도 잡지 않고 오로지 한 두어 달 시에 매달려 볼 생각인데요. 또 한편으로는 그전보다 잘 못 쓴다는 말을 들으면 안 되잖아요?

◇ 김현정> 녹슬었구나, 쉬는 동안. 이런 소리 들으면 안 되니까 부담스럽기도 하고? (웃음)

◆ 안도현> 저한테는 어떤 설렘하고 긴장 이런 게 사실 같이, 속에 있습니다.

◇ 김현정> 안도현 시인의 그 따뜻한 시를 기다리는 독자들의 마음도 비슷합니다. 굉장히 설렐 거예요, 지금. 안도현 시인 모셨는데 이왕이면 좀 시인의 목소리로 시 한편 낭송해 주시면 좋겠어요.

◆ 안도현> 마지막으로 썼던 시, 아주 짧은 시가 있는데요.

◇ 김현정> 마지막 붓 꺾기 직전에 썼던 그 시. 뭡니까, 그 시.

◆ 안도현> ‘파 꽃’입니다. 먹는 파. 파에도 꽃이 피거든요.

◇ 김현정> 파꽃 알아요.

◆ 안도현> 파꽃이라는 시인데 한번 읽어 볼까요?

◇ 김현정> 그렇게 해 주십시오.

◆ 안도현>

파 꽃

이 세상 가장 서러운 곳에 별똥별 씨앗을 밀어올리느라 다리가 퉁퉁 부은 어머니
마당 안에 흙쥐가 있었으므로
아, 파꽃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나는 그냥 혼자 사무치자
먼 기차대가리야 흰나비 한 마리도 들이받지 말고 천천히 오너라

◇ 김현정> 좋네요. 좋네요. 안도현 시인님. 이제는 정말 붓 꺾을 일 없이 계속 써주셔야 됩니다.

◆ 안도현>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오늘 따뜻한 이야기 고맙습니다.

◆ 안도현> 고맙습니다.

◇ 김현정> 연탄재 시인, 3년 반 만에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안도현 시인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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