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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서울의 삶은 같을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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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파리 메트로폴리스 서울: 두 도시 여섯 공간의 퍼즐'

 

<메트로폴리스 파리="" 메트로폴리스="" 서울="">은 도시인의 일상을 대표하는 여섯 공간을 통해 파리와 서울을 비교한다.

첫 번째 공간은 집이다. 파리의 고풍스런 풍경을 완성하는 요소는 명작 동화에나 나올 법한 석조 건물이다. 이 건물의 이름은 낭만적인 외관과는 거리가 있는 ‘수익주택’이다. 수익주택의 출현은 프랑스에서 집의 개념과 목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산업혁명의 여파로 농촌을 떠난 사람들이 도시로 밀려들자 파리는 성곽을 허물고 시를 확장하는데, 이때 건설업자와 자본가 들이 새로운 땅에 앞다퉈 지은 건물이 수익주택이다. 주택 부족으로 임대료가 폭등하자 ‘임대 수익’을 노린 새로운 유형의 집이 등장한 것이다.
수익주택은 탄생 배경이 그러하듯 만듦새도 경제 논리를 충실히 따른다. 임대료가 가장 비싼 지면층엔 상가가 자리하고 저층엔 귀족이 중층엔 노동자가 최상층엔 하인 계층이 살았는데,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창이 작아지고 발코니 장식은 소박해진다. 외관이 이러했으니 층에 따른 실내의 변화는 말할 것도 없다. 19세기 후반 파리에서 등장한 수익주택은 한국의 아파트 브랜드만큼이나 거주자의 경제적, 사회적 위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일찍이 집의 상품화와 주거 계층의 분화가 일어난 파리의 현재 주택 상황은 어떠할까? 많은 도시들이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의 핵심은 ‘다양성’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도시에 모여 살기 위해선 저소득층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의 공급이 중요한데, 파리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신축 주택의 절반 이상이 임대주택으로 공급되고 있다. 임대주택을 지을 때 매개 주택(중간 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을 일정 비율로 함께 지어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조화를 꾀하고, 고급 동네로 꼽히는 16구에 임대주택을 지어 도시 내 임대주택을 균등하게 분포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국의 임대주택 비율은 프랑스의 3분의 1 수준으로 임대주택의 질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그러나 1실부터 5실 이상까지 선택의 폭이 넓은 프랑스 임대주택과 달리 한국의 임대주택은 작은 규모에 치중되어 있고(2015년에 공급된 임대주택의 51.9퍼센트가 40제곱미터 이하에 해당) 같은 단지 안에서도 일반 아파트 동과 형태적으로 차이가 나 배척과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초등학생 사이에서 ‘휴거(휴먼시아+거지)’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심각한 상황인 만큼, 임대주택의 질 향상과 인식 개선을 위한 절실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인 서점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개성 있는 동네 서점이 생기고 있지만 서점 하면 교보, 영풍부터 생각나는 게 현실이다. 500평 이상 대형 서점이 전체 서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퍼센트에 불과함에도 이들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전국에서 문을 닫은 영세 서점 수는 171개다. 영세 서점의 평균 면적을 50제곱미터(약 15평)로 잡는다면 8,550제곱미터(약 2,586평)의 서점이 사라진 셈이다. 2009년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입점한 교보문고의 면적은 7,933제곱미터(약 2,400평)로 앞선 수치와 큰 차이가 없다. 서울의 대형 서점 하나를 얻고 전국의 171개 서점을 잃은 것이다. 물론 대형 서점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프랑스에도 프낙(Fnac) 같은 대형 서점이 있다. 다만 파리의 지베르 조제프(Gibert Joseph), 보르도의 몰라(Mollat), 릴의 퓌레 뒤 노르(Furet de Nord)와 뫼라(Meura)처럼 각 도시의 역사와 함께 발달해온 서점이 공존한다는 게 다르다.

파리를 걷다 보면 작은 서점이 자주 눈에 띈다. 반면 서울의 상황은 암울하다. 서울의 인구는 파리의 네댓 배지만 서점 수는 파리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2013년 기준 서울-파리 인구수: 약 1020만-약 223만, 서울-파리 서점 수: 412개-756개) 책을 읽지 않으니 당연히 서점이 줄어드는 거겠지만, 서점을 접하기 어려우니 책을 더 안 읽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 나라의 대형 서점 역시 존재감에 걸맞게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와야 하지 않을까?

집과 서점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같은 기능을 하는 공간이라 해도 각 도시에서 존재하는 모습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똑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고 커피를 마시는 메트로폴리탄의 삶은 얼핏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다양성 영화를 동네 영화관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도시와 평일 오전이나 새벽 시간에 멀티플렉스까지 나가야 하는 도시의 삶이 정말 같을까? 파리와 서울의 여섯 공간을 비교하는 작업은 결국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살피는 과정이었다. <메트로폴리스 파리=""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저자가 독자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파리와 서울의 삶은 같을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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