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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원전보다 무서운 우리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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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스크린 위에 열린 '판도라의 상자'…허구에 그쳐야 할 재난

영화 '판도라' 스틸컷. (사진=NEW 제공)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영화 '판도라'는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뒤, 어떤 재난이 발생하는지 그린 작품이다.

25기의 원전을 보유한 세계 6위의 원전국가인 우리에게는 다소 껄끄러운 영화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 외면하기 힘든 현실이기도 하다.

지진이 나기 전, 평화로운 원전 직원들과 그 가족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원전 근처에서 나고 자란 동네 사람들에게 발전소는 곧 직장이자 삶이다. 그곳에서 기술자로 일하는 주인공 재혁(김남길 분)은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고향에서 탈출하고픈 철없는 아들이다.

영화에는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인물이 있다. 바로 발전소 소장 평섭(정진영 분)이다. 원전 베테랑인 평섭은 노후된 발전소 건물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평섭의 걱정대로 한 차례의 강진 이후, 복구 타이밍을 놓친 발전소는 사람의 힘으로 제어되지 않는 상태에 이른다. 결국 발전소는 폭발하고, 막대한 양의 방사능이 누출된다. 책임자인 평섭은 재혁과 함께 폭발 현장을 떠나지 않은 채, 복구 작업과 인명 구조에 매달린다.

그는 1분 1초를 다투는 급박한 사태 속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는다. 발전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무능한 관료들과 치열하게 맞서 싸우는 인물이기도 하다. 구조대원을 채찍질하고, 대통령과 통화해 작전을 진두지휘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재혁과 재혁의 가족이 집단 공황상태 속에서 진한 가족애를 그려 나간다면, 평섭은 철저하게 대한민국 발전소가 가진 문제점과 위기를 진단해 나간다. 평섭의 입을 통해 나오는 모든 대사들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영화 '판도라' 스틸컷. (사진=NEW 제공)

 

사고를 대하는 정부의 모습은 '무능'보다는 '은폐'에 가깝다. 충분히 능력있는 이들이 존재하지만 그들 간의 이권다툼으로 정보는 차단되고, 적절한 대비책이 가동되지 못한다. 어떻게든 '큰' 사고가 되지 않기 위해 축소에 급급한 모습은 재난을 대하는 우리 정부의 근본적인 문제점과도 닮아 있다.

'판도라'의 현실감은 실감나는 액션이나 CG(컴퓨터그래픽)만이 전부가 아니다. 원전 사고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들이 겹치면서 쉽게 허구로 치부해 버릴 수 없는 무게감을 형성한다.

결국 벼랑까지 몰려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어떤 권력자나 기관이 아닌 힘없는 국민 개개인이다. 그들 모두가 영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목숨을 내놓은 처절한 영웅담은 그리 기쁘지 않다. 일방적이어서 더 괴로운 희생일 뿐이다.

4년 전, 이 영화를 처음 기획할 때만 해도 박정우 감독은 이런 현실이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이웃 나라 일본과 달리 '지진'과 무관한 나라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발생한 몇 차례의 지진은 그런 믿음을 뒤흔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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