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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이 쓰러지자 이정현은 '진짜 에이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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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종이 형,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인삼공사 이정현(가운데)이 7일 오리온과 원정에서 종료 직전 버저비터 위닝샷으로 승리를 이끈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하는 모습.(고양=KBL)

 

안양 KGC인삼공사 이정현(29 · 191cm)의 에이스 기질이 더욱 무르익어가고 있다. 승부처 집중력이 더 무서워진 데다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져 리그를 대표할 만한 에이스로 성장하고 있다.

이정현은 7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원정에서 팀 최다 23점(9도움)을 쏟아붓고, 양 팀 최다 4가로채기를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오리온을 2위로 내린 인삼공사는 격차를 1.5경기 차로 좁혔다.

특히 경기 종료와 함께 버저비터 결승골을 터뜨리며 101-99 짜릿한 재역전승을 이끌었다. 여기에 역전의 발판을 만든 천금의 가로채기와 레이업까지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96-97로 뒤진 종료 17초 전 상대 김동욱의 공을 가로챈 이정현은 역전 레이업을 성공시켰고, 99-99로 맞선 종료 직전 상대 더블팀을 뚫고 위닝샷을 클린으로 꽂았다.

역전승의 발판도 이정현이 마련했다. 이정현은 2쿼터만 10점을 집중시켜 자칫 오리온에게 넘어가려던 분위기를 다잡아 전반 열세를 5점차로 줄였고, 3쿼터는 4득점에 고비마다 절묘한 도움 4개를 올려 76-74 역전을 견인했다. 그러더니 마지막 4쿼터 17초 사이 천금의 4점을 집중시킨 것이다.

경기 후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도 "마지막에 파울 작전보다 뺏는 수비를 택했는데 이정현이 정말 잘 해줬다"고 칭찬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도 "마지막 슛은 이정현이 워낙 잘 넣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지난 3일 삼성과 홈 경기에서 인삼공사 주장 양희종이 왼 발목을 접질려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자료사진=KBL)

 

사실 이날 인삼공사는 국가대표이자 주장 양희종(32 · 194cm)이 빠져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양희종은 지난 3일 서울 삼성과 홈 경기에서 왼 발목을 접질려 인대가 파열돼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수비의 핵심이자 정신적 지주가 빠진 인삼공사는 4쿼터 종료 1분45초 전 기둥 데이비드 사이먼(203cm)마저 5반칙 퇴장을 당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이정현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특히 지난 시즌 1순위 신인 문성곤(195cm)은 4쿼터 승부처에서 6점을을 집중하는 등 이날 데뷔 후 최다 16점(4리바운드)을 올리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팀의 에이스 이정현의 진솔한 조언이 일깨운 활약이었다.

경기 후 이정현은 "희종이 형이 한 달 이상 결장해야 하는데 첫 경기부터 맥없이 지면 안 될 거 같았다"면서 "그래서 후배들을 이끌고 경기한 게 잘 풀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희종이 형 빈 자리를 메우려고 한 발 더 뛴 게 잘 됐고, 나중에 주장이 왔을 때 부담 없게 하려고 열심히 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경기 전날 이정현은 문성곤과 한희원(195cm)을 불렀다. 이들은 지난 시즌 1, 2순위 신인이지만 출전 기회가 적은 데다 성적도 신통치 않은 상황. 이정현은 "후배들에게 희종이 형이 다친 게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했다"면서 "완전히 주장을 대체할 수 없겠지만 너희가 여기서 잘 해야 가치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귀띔했다.

결국 문성곤은 이날 27분여를 뛰며 제몫을 해 승리에 앞장섰다. 한희원도 9분 남짓 뛰었지만 값진 리바운드 2개를 보탰다. 이정현은 "자신있게 하라고 항상 얘기하지만 출전 시간이 들쭉날쭉하고 신인이라 기복이 있다"면서 "그래도 오늘은 정신을 다잡고 열심히 해서 경기력이 좋았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주장의 역할을 대신한 셈이었다.

'승현이 형, 이젠 정현이 형 조언 들어요' 인삼공사 문성곤(왼쪽)이 7일 오리온과 원정에서 고려대 선배 이승현의 수비 속에 드라이브인을 하는 모습.(고양=KBL)

 

이날 경기는 설욕의 의미도 있었다. 지난달 1차전에서 인삼공사는 오리온에 81-91, 홈에서 완패를 안았다. 이정현도 6점 7실책의 부진을 보여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 화끈하게 되갚았다.

이정현은 "지난번에 경기력이 좋지 않아 도움이 되지 못해 홈에서 졌다"면서 "이번에는 고양에서 이긴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잡아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골밑에서 잘 하면 이기겠다 싶었는데 오세근(19점 9리바운드 10도움)과 사이먼(22점 5리바운드)이 잘 해서 이겼다"고 말했다. 지기 싫어하면서도 동료에게 공을 돌리는 성격이 천생 에이스다.

올 시즌 이정현은 평균 17.5점으로 국내 선수 1위다. 2위는 오세근의 14.8점. 3점슛 2위(2.94개)에 가로채기도 3위(2.06개)다. 여전한 기량으로 상대 집중 견제를 받는다. 그러나 득점 1위 타이틀이나 거친 수비에는 초연한다는 자세다.

이정현은 "사실 지난 시즌 오버액션 지적을 많이 받아서 비시즌 동안 고치려고 노력했다"면서 "그래도 워낙 견제가 심하지만 최대한 자중하고 흔들리지 않으려고 하고, 득점 1위보다 실속있는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이정현은 "지난 시즌은 4강에서 멈췄지만 내년에는 자유계약선수(FA)도 많아 함께 뛴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이 멤버로 우승을 한번 더 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프로 2년차였던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맛본 바 있다. '진짜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는 이정현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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