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이 추진했던 국책사업 가운데 정부 부처 내부에서 조차 뜬금없다는 평가를 받은 정책이 ‘할랄식품산업’’과 ‘코리아에이드’ 사업이다.
할랄식품산업 육성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고,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외교부 주도 아래 농식품부와 문화부, 보건복지부 등이 관여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각 부처가 처음부터 기획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과 관련해 갑자기 불거져 나오면서 즉흥적으로 추진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와 외교부 등은 내년에도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관련 예산을 편성하는 무모함을 보였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부분 삭감돼 사업의 정상추진이 어렵게 됐다.
◇ 할랄식품산업 육성사업…정부 91억 편성, 국회에서 20억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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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식품산업 육성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3월 초에 중동 4개국을 방문해서 대 중동 무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본격 추진됐다.
농식품부는 그 이전까지는 이슬람교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할랄식품에 대해 별도의 예산과 인력, 조직을 운영하지 않았다.
할랄식품산업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반면, 이슬람교 율법에 따라 농축산물 생산부터 가공, 판매에 이르기까지 별도의 기준과 제도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생소한 영역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지난해 박 대통령 중동순방 이후 어쩔 수 없이 할랄식품 관련 별도의 인력과 조직을 만들고, 관계 법령을 개정하는 등 올해까지 행정력을 집중했다.
문제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농식품부가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특히, 할랄식품산업의 핵심 시설인 도축장 건립사업이 겉돌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도계장 1개와 소도축장 1개를 건립하기로 하고 사업자 선정 작업을 벌였으나 소도축장은 지금까지 1년이 다 되도록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도계장은 경남 거창에 있는 기존 도계장을 1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리모델링해서 사용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소도축장은 올해 55억 원의 국비를 확보하고 최근 사업자 공모를 실시했으나 1개 업체가 신청해 재공모할 계획이다.
이는 할랄 도축장을 운영하기 위해선 무슬림 도축인력을 별도로 채용해야 하는데다, 도축 방식도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에 동물복지 논란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농식품부는 국내 거주 무슬림 17만 명과 연간 무슬림 관광객 75만 명을 감안할 경우 소 도축 물량이 연간 4400여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정확한 통계와 수익성 전망치가 없다 보니 업체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거주 무슬림과 여행객들이 우리나라에서 닭과 소고기를 어떤 식으로 조달해서 먹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며 “수익성 여부에 대해선 명확하게 말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내년도 할랄식품산업 예산으로 91억 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소도축장 추가 예산 75억 원과 할랄식품지원센터 운영비 16억 원 등이다. 그러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소 도축장 예산 75억 원 가운데 20억 원이 삭감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확보한 예산도 다 쓰지 못하고 이월된 상황에서 내년에 또다시 75억 원을 추가 편성한 것에 대해 국회 상임위원회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결국, 할랄식품산업 육성사업이 사전에 꼼꼼하게 검토되지 않은 채 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갑자기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되면서 탈이 난 모양새다.
◇ 박근혜, 최순실표 코리아에이드, 농식품부 25억 편성…결국 20억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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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에이드 사업 역시, 박 대통령이 올해 5월말에 에티오피아와 케냐, 우간다 등 아프리카 3개국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5월 28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방문 마지막 날 일정으로 '코리아 에이드'(Korea Aid) 사업 출범식이 열렸다.
코리아 에이드는 차량을 활용해 음식(K-Meal), 의료(K-Medic), 문화(K-Culture)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형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다.
이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코리아에이드 출범식의 행사비용으로 3억여원을 편성해 지원했다. 형식은 행사비용이지만 실제는 현지 주민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K-밀 사업에 지원한 것이다.
그런데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공개된 직후부터 급조된 이벤트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나중에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관련된 미르재단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업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미르재단 주도로 진행된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보다 책임 있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자원과 노력을 제공해야하는 국제개발협력사업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무지하고 오만한 사업으로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식품부는 이런 지적과 비판이 제기되자 기존 K-밀 사업 대신 내년도 신규 사업으로 ‘곡물가공식품 기술지원’ 방안을 만들어 25억 원을 편성했다.
에티오피아와 케냐, 우간다 3개국에서 생산되는 밀과 페프(peff) 등 주곡을 이용해서 가공식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전수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사업 예산 25억 원 가운데 20억 원이 삭감되고 5억 원만 확정됐다. 케냐에 배정된 20억 원이 전액 삭감된 것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 사업은 ODA 지원사업으로 추진돼 해당 국가에서 지원요청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케냐가 제대로 서류신청을 하지 않아서 취소됐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계기로 즉흥적으로 추진됐던 ‘코리아에이드 K-밀’ 사업이 논란 끝에 ‘곡물가공식품 기술지원’ 사업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케냐 정부와 제대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국가의 대외 신뢰도마저 떨어트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