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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작가 16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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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나는 아이 없이 살기로 했다'

 

<나는 아이="" 없이="" 살기로="" 했다="">는 끊임없이 “왜 아이를 갖지 않는가?”라고 묻는 사회와 주변 사람들,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 주는 대답이다. 제프 다이어 등 16인의 작가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았다. 처음부터 아이를 좋아한 적이 없었거나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때는 아이를 원했지만 이제는 아이 없는 삶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은 사람도 있고, 자신이 아이를 원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진정한 바람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사람도 있다. 이들은 저마다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재치 있게, 하지만 모든 순간 솔직하게 자신이 어떤 과정을 통해 아이를 갖지 않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이 책의 필자 중 13인은 여성, 3인은 남성이다. 엮은이 메건 다움은 머리말에서 “이 이슈는 지나칠 정도로 자주 여성의 문제로만 국한되어왔다”라며, 이 책에 꼭 남성 필자의 글을 넣고 싶었다고 말한다. 다움은 이 숫자가 사실상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머니가 되는 일에 대해 생각하도록 주입받는 여성과, 아버지가 되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남성의 비율과 비례한다고 여긴다. 실제로 이들의 에세이를 읽어보면 아이 문제에 대해 때로는 방어적으로, 때로는 통렬하게 이야기하는 여성 필자들에 비해 남성 필자들은 다소 거리를 두고 냉철하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짙다. 제프 다이어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스스럼없이 고백하고, 팀 크라이더 또한 “사람들이 아이를 갖는 이유는 하나다. 그렇게 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폴 리시키는 게이로서 이 문제에 있어 이성애자에 비해서는 한발 물러서 있다. 그럼에도 아이를 가지려 하지 않는 남성들 역시 배우자에게 진심으로 헌신할 마음이 없어서라거나, 영원히 소년에 머물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거나, 제 짝을 만나자마자 가정적으로 변할 거라는 오해들에 시달리곤 한다.

울프도 어쩔 수 없이 여성으로서 자신의 부족한 모습에 초조해했고, 때때로 스스로를 마구 때리기도 했다. 의사들은 그녀의 정신장애 병력을 이유로 아이를 갖지 말라고 강력하게 충고했고, 그녀와 남편 역시 이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삶을 되돌아보면 작가로서 성취한 그 모든 성공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신의 삶이 실패작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을 피할 수는 없었다.(본문 128쪽)

이토록 여성을 옭아매는 모성이란 무엇일까? 로라 키프니스는 모성 본능이 “산업혁명 무렵에 만들어진 개념”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이전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집에서 일했던 반면, 산업혁명을 거치며 남성은 일터에 나가고 여성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성적 분업이 합의되었다. 이후 이러한 성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또 이 시기에는 농업사회와 달리 아이들의 노동력이 쓸모없는 것이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이렇게 아이들의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면서, 이들이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히 귀중한 작은 보물’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 시기에 출산율이 극적으로 떨어진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이들이 가족 경제에 기여하는 것보다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커지자 아이를 낳기 위한 이유가 필요하게 되었고, 아이들이 주는 정서적 충족감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필자들이 언젠가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이에 대해 팀 크라이더는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이나 하지 못한 모든 일들을 이미 후회하고 있는 마당에 이 결정이라고 예외가 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담담하게 자신의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기다린다. 그들은 자신의 결정이 100퍼센트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 역시 확신할 수 없는 길을 가지만, 뒷날 생길지도 모를 후회 때문에, 혹은 주위의 압박 때문에 지금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며, 모든 선택에는 후회와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작가들의 경험은 아이 없는 삶을 고려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며, 이미 아이를 갖거나 갖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 역시 이 책에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나는 낙태를 결정한 선택에 괴로워하거나 후회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기꺼이 고려해볼 의사가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 다른 엄마들의 집단에 끌려 들어가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 이를 방해했다. 놀이터와 어린이집, 그리고 오늘날 중상류층 가정에서 양육에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여겨지는 끝도 없는 사교 활동과 친목 모임 등 모든 것들이 두려웠다. 우선 나는 소소한 대화나 여성들의 관습에 언제나 익숙해지질 못했다. 또 내가 만난 엄마들은 이상하고 그다지 부러울 게 없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받곤 했다. 정신없이 분주하고, 자유가 없고, 불만에 차 있었다. 어쩌다 실수로라도 이들과 한 무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본문 25쪽)

나는 오래전에 아기를 가지고 싶었던 맹목적이고 과열된 욕구를 선명하게 기억한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 그때의 내 감정은 호르몬의 영향을 받은 생물학적인 충동이었고, 적절한 순간이 왔을 때 요청받았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저 완성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과제 같은 것이었다. 내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들을 낳았다면 만족스럽지 못한 외로운 결혼 생활을 유지하거나 이혼한 후 전남편과 공동 양육권을 가지고 오랜 세월 가족들의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는 삶 중에서 선택해야 했을 것이다. (본문 49~50쪽)

누가 알겠는가. 만약 내가 먼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가졌다면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에게 일어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을지 모른다. 나는 글쓰기를 애써 멀리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르고, 아기가 글쓰기를 대신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상상이 불가능한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훨씬 더 쉽게 그려지는 그림은 한 손으로는 타자기를 두드리고 한 손으로는 아기를 밀어내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 놓였다면 나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답은 분명하다. 분함과 좌절감, 아이와 아이의 아버지를 향한 타오르는 분노였을 것이다. 자기혐오로 가득 차고, 내 아이를 내 일의 적으로 만든 상황에 죄책감을 느끼며 고통스러워했을 것이다. 세상에 나를 파괴할 수 있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런 갈등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본문 134~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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