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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대통령 관련된 거면 안 나간다는데 괜찮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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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하락·대내외 비판에도 사측 '묵묵부답'

(사진='뉴스데스크' 캡처)

 

MBC '뉴스데스크'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4%,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와중에도 청와대를 감싸는 보도를 선보여 비판 받고 있는 가운데, 시청률은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으며 주말뉴스 부장과 앵커 모두 보직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30여명의 기자들이 '실명'을 걸고 자사 보도를 반성하고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책임을 묻고 있으나 사측은 '묵묵부답'이다.

◇ 특취팀 해체, 시청률 하락, 시민들은 외면

MBC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와 관련해 타 방송사보다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주요 방송사 중 가장 늦은 편이었던 지난 26일 특별취재팀을 꾸렸으나, 28일 만에 해체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렇다 할 특종은커녕, 박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공소장을 반박하는 리포트를 이틀 내내 보도하는 등 여전히 '청와대'와 '대통령'을 감싸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청률도 주춤하고 있다. 시청률 집계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전국 기준)은 4~5%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3.9%, 24일에는 3.8%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시민들의 항의를 받아 여러 차례 쫓겨났고, 지난 12일 방송에서는 MBC 로고를 떼고 'MBC뉴스 OOO입니다'라는 마무리 멘트도 없이 현장 중계를 하는 '굴욕'을 겪었다.

◇ 주말뉴스 부장·앵커 모두 보직 사의표명

MBC 주말뉴스 앵커를 맡다가 최근 보직 사의표명을 한 박상권, 이정민 앵커 (사진='뉴스데스크' 캡처)

 

MBC '뉴스데스크' 주말뉴스를 담당하던 임영서 부장과 박상권 앵커는 지난 14일 김장겸 보도본부장 및 최기화 보도국장을 찾아가 보직 사의표명을 했다.

박상권 앵커와 주말뉴스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정민 앵커 역시 두 사람의 소식을 듣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한 상태다. 당장 MBC는 내일(29일) 앵커 오디션을 치를 예정이다.

MBC 내부 관계자는 "(임영서 부장과 박상권 앵커는) 대규모 촛불집회 보도가 나간 12일 이후 물러나겠다고 했다. 그동안 MBC뉴스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도, 뉴스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마 그런 상황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는 인식 하에 결정한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박상권 앵커는 2013년 11월 '뉴스데스크' 평일 앵커를 맡다가 2014년 4월부터 이정민 앵커와 주말뉴스를 진행해 왔다.

◇ 기자들 '실명 비판' 나서도 대답 없는 MBC

MBC 기자들은 꾸준히 사내 게시판에 '실명'을 걸고 자사 보도에 대해 뼈저린 반성과 비판 글을 쓰고 있다. 지난 7일 사회1부 데스크 김주만 기자 글에 이어 벌써 31명이 동참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에 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오늘(28일)도 '문제도 답도 명백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보도국 내 '최순실TF'(특취팀)에서 일했던 경제부 이동경 기자는 "대통령이 자리를 내놔야 할 일이 터졌다. 제보하는 사람도 자기 인생을 걸어야 할지 모른다. 그 사람들이 당연히 해온 게 없는 MBC에 제보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우리만의 기사를 발굴하는 일은 더더욱 어려웠다"며 "겨우 찾아온 제보자마저도 'MBC는 대통령과 관련된 거면 안 나간다는 데 괜찮나요?'라고 물었다"고 고백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반박하는 내용을 20일~21일 연이틀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21일 방송된 '뉴스데스크' 보도 (사진='뉴스데스크' 캡처)

 

이 기자는 "이렇게 된 이유는 명백해 보인다. 우리 뉴스는 그동안 대통령과 대통령의 사람들을 성역으로 취급해 왔다. 대통령에게 제기되는 비판을 애써 외면했고 그러다 문제가 커지면 여야 공방으로 떠넘겼으며 그마저도 싫으면 리포트도 안하고 단신 두어줄로 처리했다"며 "정말 비정상이었다"고 혹평했다.

이 기자는 "본부장님 국장님께 묻고 싶다. 후배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자락을 깔아 주시고 거기서 보람을 얻으셔야 할 분들이 어찌 그동안 이토록 보도를 외면하고 통제해 오셨나"라며 "시청률은 이제 3%대로 접어들었다. 시청률 떨어지는 게 마치 중환자실에서 죽어가는 환자의 심장박동 같다. MBC가 시청률 30% 일때 회사 다니셨던 두 분은 이 상황이 원통하지도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금 많이 늦었다. 그래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쫓아낸 기자들을 다시 불러 다가올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를 준비하고 그리고 더 먼, 그러나 아주 가까이에 있는 MBC 뉴스의 미래도 함께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동경 기자의 글 전문.

문제도 답도 명백합니다
지난 한 달간 보도국에서 '최순실TF'에서 일했습니다.

첫 임무는 그림 모으기였습니다.

최순실의 집과 회의 장소, 임시 거쳐로 삼은 오피스텔, 그 일가가 전횡을 저지른 여러 장소들을 찍으러 다녔습니다. jtbc에서 '연설문 특종'이 터진 지 엿새째 되던 날, 저희는 가진 게 하나도 없어서 그림부터 찍었습니다.

몸이 고된 것보다 견디기 힘든 건 사람들의 반응이었습니다.

"MBC는 왜 이제야 와"
"그만 좀 물어봐 대답하기 귀찮아 죽겠어"
"우리 건물에서 찍지마 XX, 발도 들이지 말라고!"

옆 가게 사장은 저뿐만 아니라 부장급 카메라 기자에게도 쌍욕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몇달째 괴롭히면 장사 어떻게 하냐"는 말은 특히 뼈아팠습니다. 언론 취재가 하루이틀이 아니었고 또 우리가 너무 늦었다는 데는 이만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키를 쥔 사람은 모두 숨었습니다. 작정이나 한 것처럼 접촉할 수 없었고, 모두가 입을 닫았습니다. 그래도 매일 어디선가 단독기사는 나왔습니다. 신문 기사라도 받으라는데 싱크 확보가 안돼 제작이 물 건너 간 적도 많았습니다.

대통령이 자리를 내놔야 할 일이 터졌습니다. 제보하는 사람도 자기 인생을 걸어야 할지 모릅니다. 그 사람들이 당연히 해온 게 없는 MBC에 제보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만의 기사를 발굴하는 일은 더더욱 어려웠습니다. 겨우 찾아온 제보자마저도 "MBC는 대통령과 관련된 거면 안 나간다는 데 괜찮나요?"라고 물었습니다.

한 달 동안의 특취팀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명백해 보입니다.

우리 뉴스는 그동안 대통령과 대통령의 사람들을 성역으로 취급해 왔습니다. 대통령에게 제기되는 비판을 애써 외면했고 그러다 문제가 커지면 여야 공방으로 떠넘겼으며 그마저도 싫으면 리포트도 안하고 단신 두어줄로 처리했습니다.

그 빈틈을 메운 건 '생활밀착형' 뉴스였습니다.

정말 비정상이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 땐 앞장서서 유족을 모욕했고, 정윤회 문건 유출 때도 취재다운 취재가 없었습니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공영방송 보도국장을 거칠게 밀어 붙인 사실이 드러났는 데도 제대로 보도조차 안했습니다. 우리 뉴스를 봐서는 이화여대에 무슨 일이 난 건지도 제대로 알기 어려웠습니다.

그 와중에도 시민을 때렸다는 세월호 유족과 국회의원의 소식은 작은 수사 소식마저 빠지지 않고 전달했고, 세월호 특조위가 대통령을 모욕하며 박수를 쳤다는 소식은 기민한 대처를 했다며 상금까지 쥐어 격려했습니다.

이걸 보고도 저처럼 가만히 있던 사람은 남았습니다. 이대로 안된다고 말한 기자는 밖으로 쫓겨났습니다. 이 빈틈 역시 누군가가 메웠습니다.

사람들은 나라에 큰 일이 생겨서 눈과 귀를 TV에 모으고 있는데, 쏟아지는 활자 속에서 쉽고 명료한 방송 뉴스로 사안을 정리하길 원하는데 그런 바람을 우리 뉴스를 통해 해소하지 못한 시간이 너무나 길어졌습니다.

본부장님 국장님께 묻고 싶습니다.

후배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자락을 깔아 주시고 거기서 보람을 얻으셔야 할 분들이 어찌 그동안 이토록 보도를 외면하고 통제해 오셨습니까.

시청률은 이제 3%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시청률 떨어지는 게 마치 중환자실에서 죽어가는 환자의 심장박동 같습니다. MBC가 시청률 30% 일때 회사 다니셨던 두 분은 이 상황이 원통하지도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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