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결의한 새누리당 비주류가 출당(黜黨) 등 중징계를 촉구하면서 당 내홍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당 윤리위원회는 이번 주 안에 징계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지만, 친박계 지도부의 동의 없인 박 대통령 제명이 불가능해 갈등이 불가피하다. 당원권 정지와 같은 대안도 부상하고 있다.
비박계는 박 대통령 탈당 여부와 무관하게 이달 중 탄핵을 밀어붙일 태세다. 야권 공조 여부에 따라 당원 자격을 유지한 현직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장면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총리 추천과 동시 퇴진을 공언했던 지도부의 약속 이행 여부도 주목된다.
◇ 非朴 캐스팅보트 행사…“11월 중 탄핵 추진”
비박계의 별도 회의체인 비상시국회의에서 탄핵 결의가 쉽게 합의된 배경엔 검찰의 공소장 공개가 주효했다.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간명하게 적시됐고, 내용도 공범 수준을 뛰어넘는 정황이 담겼기 때문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20일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생각했던 것보다 공소장 내용이 심각한 것 같다”며 “불행하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탄핵 결정의 캐스팅보트는 유승민 의원이 행사했다. 유 의원은 “보통 시민이라면 당연히 구속 기소될 사안”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를 금지한 헌법 84조 때문에 기소가 안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에 대한 출당 추진에 대해서도 “그것도 보통 당원이라면 당연히 당 윤리위원회를 열어 징계 절차에 들어갈 사안”이라며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별히 대우를 받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간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의 탄핵과 탈당 등에 대해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난 뒤 요구하자”며 김 전 대표와 다른 입장을 밝혀 왔다. 이날 유 의원이 찬성하면서 비박계 전체의 총의가 모이는 효과가 발휘됐다.
비박계 재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탄핵 로드맵에 대해 “야권만 동의하면 11월 중 본회의에서 처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재선 의원들은 21일 별도의 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 탄핵과 징계에 대한 초(超) 계파적인 동의를 논의할 계획이다.
◇ 親朴 지도부 동의 없인 ‘朴 제명’ 불가
하지만 비박계가 요구하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한 출당 조치는 친박계 지도부가 반대에 부딪혀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 당규 21조는 징계의 종류를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중 출당에 해당하는 제명에 대해 “당 윤리위원회의 의결 후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확정한다”고 규정한다.
때문에 기소와 동시에 당원 권한을 정지하는 당규 22조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공여 및 수수, 직권남용 등 부정부패 범죄에 적용되는데 박 대통령의 경우 공소장에 직권남용 혐의가 적시됐다.
당원권 정지는 제명과 달리 최고위 추인 과정이 불필요하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진곤 중앙당 윤리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박 대통령이 당적을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당규 22조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21일 징계안이 제출되면 25일쯤 전체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 野 총리 추천→ 朴 탄핵→ 與 지도부 퇴진
비박계의 탄핵 추진 결의는 퇴진 요구에도 버티고 있는 친박계 지도부를 재차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야권과 공조해 탄핵을 의결할 경우 대통령 권한을 대항할 국무총리가 필요하다. 야권 입장에서도 황교안 총리에게 권한대행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탄핵을 추진할 경우 총리 추천이 불가피하다.
야권의 총리 추천은 여당 지도부의 퇴진으로 귀결된다. 그간 이정현 대표는 오는 12월 21일 자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그 전에라도 총리가 추천되면 즉각 물러나겠다고 공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