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부겸 의원(왼쪽부터)과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비상시국 정치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추진 논의를 야 3당과 국회에 요청했다(사진=이희진 기자)
검찰의 최순실 씨 국정농단 사건 수사결과 발표로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추진이 본격화면서 실제 탄핵 성사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공모 관계'라는 20일 검찰 수사결과 발표 이후 탄핵에 소극적이던 야당 태도가 급변했다.
수사결과 발표 직후 국회에 모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 대선주자 6명은 한목소리로 '탄핵 추진'을 야 3당에 요청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적극적인 탄핵 추진 의지를 밝히고 있다.
야권이 이처럼 탄핵 추진에 적극적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검찰 수사로 탄핵소추 요건이 분명하게 갖춰졌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민조사위원회' 연석회의에서 "검찰이 현직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공소장에 적은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대표는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도저히 덮을 수 없을 만큼 범죄 행위가 중대하고 심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새누리당 비주류 가세로 국회 통과 가능성은 높아져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탄핵에 가장 소극적이던 문재인 전 대표도 "검찰 수사를 통해 법적인 탄핵 사유가 충분하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새누리당 비박계 등 비주류의 가세로 탄핵안 가결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
야당이 탄핵안 발의에 소극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탄핵안을 발의해도 가결될 가능성을 자신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20대 국회는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을 포함해도 야권 의원 숫자가 171명에 그쳐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2/3 즉, 200명에 29명이 모자란다.
여당에서 최소 29명의 이탈표가 확보되지 않으면 탄핵소추가 1차 관문인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20일 여당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에서 확인된 탄핵 찬성 의원 수는 32명이나 됐다.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황영철 의원은 앞으로 탄핵 찬성 여당 의원 숫자를 40명 선으로 전망했다.
새누리당에서 40명 정도 찬성표가 나온다면 탄핵소추 의결정족수 200명 이상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해도 탄핵이 실제 성사되려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넘어야 한다.
◇ 2차 관문 헌재 탄핵심판은 재판관 성향·임기 등 변수헌재 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총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이 결정된다.
재판관 대부분이 이명박 정부와 현 정부에서 임명돼 보수 성향이 짙다는 점은 탄핵 결정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한 법조계 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나 역사적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재판관 성향으로 탄핵 결정 여부를 예상하는 건 무리"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어떤 입장이었는지가 평생 꼬리표가 될 텐데 재판관이 법리와 사실관계를 제쳐두고 개인 성향에 근거해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 임기가 각각 내년 1월과 3월에 끝나는 점도 변수다.
탄핵 결정은 재직 중인 재판관 숫자에 관계없이 무조건 6명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결정이 내년 3월 이후로 미뤄지면 남은 7명 재판관 가운데 단 2명만 반대해도 탄핵은 기각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탄핵 결정 여부가 언제 나올지도 중대 관심사다.
◇ "노무현 대통령 때보다는 헌재 결론 늦어질 것"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사건이 접수된 지 64일 만에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이를 근거로 만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헌재에 접수되면 이르면 내년 초에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앞서의 법조계 인사는 이번 사건과 노무현 대통령 사건은 다르다고 지적한다.
이 인사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 경우는 선거법 위반 논란이 된 자신의 발언 등 사실관계를 본인이 인정했기 때문에 결론이 빨리 내려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가 허구'라고까지 주장하는 박 대통령의 경우 분명한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야 헌재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인사는 강조했다.
따라서 최소한 최순실 씨 등의 1심 재판 결과를 통해 검찰이 최 씨 등과 공모 관계로 적시한 박 대통령의 위법 여부 등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보다 헌재의 결론이 훨씬 늦게 내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헌재의 결정이 최장 180일 걸릴 경우 야권으로선 적잖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 기간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긴 하지만 헌재결정이 내려질 즈음이면 박 대통령은 사실상 임기 종료를 눈앞에 두게 된다. 또 정치권은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들어가면서 박 대통령의 탄핵 여부보다는 차기 주자들의 경쟁이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청와대가 이날 검찰수사를 거부하면서 사실상 국회에 탄핵을 추진하라며 정면 승부를 걸고 나선 것도 야권이 '탄핵 함수'를 풀기가 수월치 않다는 점을 겨냥한 노림수 측면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