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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카와가 펼치는' 마르크스의 재미, 배움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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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마르크스의 사상에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책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이 출간되었다. 저자 이시카와 야스히로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마르크스의 재미', 나아가 '배움의 재미'다. 따라서 이 책은 상품이나 화폐, 이윤 등 마르크스의 복잡한 학문을 주입하는 대신 '마르크스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했나'에 초점을 맞춰 대화하듯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 책에 서술된 마르크스의 생애, 주로 젊은 시절의 삶을 통해 그의 사상이 어떤 환경과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 엿볼 수 있다. 마르크스는 17세에 이미 '나 자신의 완성은 물론 인류의 행복을 염두에 두고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썼는데, 저자는 나의 행복을 모두의 행복에 합치시키는 인생관으로서 이를 중요한 삶의 방식으로 다룬다. 이어 '라인신문' 편집장, 파리에서의 연구, 엥겔스와의 만남, 프랑스 혁명으로부터의 교훈, 사상가로서의 업적, 역동적인 실천 등 마르크스의 생애 및 문제의식의 흐름을 서술했다. 마르크스의 철학과 세계관, 즉 관념적인 청년헤겔파에 대한 비판과 세계가 계속해서 변화 발전한다는 것, 사회의 토대가 경제에 있다는 점도 쉬운 언어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과거의 경험을 되살려 대학생, 청년의 ‘공부’에 관해 세세히 조언한다. ‘수업에서 배울 수 없는 공부를 스스로 하라’고 권하는 한편, 읽을 책의 양이나 목표, 읽는 방법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동아리나 학습회 활동, 독서 모임이나 강연회 참가, 정치활동의 경험 등 스스로 공부의 주제를 찾다 보면 계속해서 연장선상의 주제가 나타나고 읽어야 할 책도 한없이 늘어나는데, 이런 흐름을 타는 즐거움을 꼭 느껴 보라는 것이다. 젊은 시절의 막막함,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혹은 불합리한 사회 현실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면서, 이와 관련한 삶의 모색이 곧 사회과학 공부라는 답을 내놓는다. 특히 마르크스 공부는 '자본론'만 해도 철학, 경제학, 역사학, 정치학, 농학, 인간론, 노동론, 환경론, 기계론, 가족론 등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온갖 학문적 시각과 성과가 동원되어 있기 때문에 넓은 시야를 갖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성장하고 도약하기 위한 배움으로 저자는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사회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기 위해 사회 자체를 알아야 한다. 나쁜 점은 무엇이고, 그 나쁜 점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까지 파악하는 것이다. 둘째, 사회와 나와의 관계를 공부하는 것이다. '좀 더 풍족하게 살고 싶다, 즐겁게 살고 싶다'는 바람은 곧 현실과 맞닥뜨리고 결국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세 번째로는 스스로의 역량에 대한 명확한 자신과 전망을 갖기 위한 공부다. 이를 인식하는 것은 나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결국, 젊은이들의 공부는 최적의 제재인 마르크스 사상이 필요한 이유이자 학습의 결과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마르크스 공부를 위한 커리큘럼 만들기, 독서 토론의 필요성, 구체적인 학습 목표량 정하기, 모든 것을 의심하는 자세, 빈곤 문제나 국가 정책 등 현실의 관련 주제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 등을 주문한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마르크스주의 입문을 돕는 관련 도서를 여럿 소개하고 있는데, 국내에 번역 소개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임을 고려해 한국어판에는 특별히 국내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추천한 마르크스주의 관련 도서 목록을 부록으로 실었다. 6명의 마르크스주의자(고정갑희, 김공회, 김성구, 김현우, 노중기, 장석준)가 입문, 심화, 확장 편으로 나누어 마르크스주의 공부에 유용한 책들을 소개하고 추천 코멘트를 덧붙였다.

책 속으로

여기서 ‘지위’라는 것은 각자가 원하는 ‘직업’을 의미하는데, 이에 대해 소년 마르크스는 ‘인류의 행복’과 ‘우리 자신의 완성’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 겁니다. 아울러 ‘인간의 본성이란 오직 그가 동시대 사람들의 완성을 위해, 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일할 때에만 달성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나 하나만 괜찮다면’이라는 편협한 개인주의가 끼어들 틈이 없죠. ‘자기’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일할 때에만 ‘완성’된다는 것은 결국 ‘나’의 행복을 ‘모두’의 행복에 합치시키는 삶의 방식이거든요. 저는 이 소년 마르크스의 인간관에 모든 사람이 자신 있는 ‘삶의 방식’을 찾는 데 무척 중요한 문제 제기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삶의 방식을 그 자신이 좌우하게 된다는 의미니까요. 37-38p

자본주의의 종말은 곧 인류가 멸망해 버리거나 사회가 일대 혼란에 빠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미래의 인류가 자본주의보다 나은, 좀 더 살기 좋은 다음 단계의 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마르크스 경제학에는 가치론이나 잉여가치론 같은 독창적 성과가 잔뜩 있죠. 특히 중요한 것은 마르크스 경제학이 이러한 성과들을 통해 밝혀진 자본주의의 ‘운동 법칙’을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적어도 《자본론》의 제1권을 끝까지 통독할 필요가 있습니다. 52p

여기서 특징적인 것은 ‘공동의 생산 수단’을 사용한다는 것인데요. 그러한 가운데 자신들의 노동력을 다 같이 모두의 생활을 위해, 누구로부터 강제당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발성에 기초해 발휘하는 자유로운 인간들의 ‘연합체’, 그것이 공산주의 사회라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경제 활동의 목적을 ‘자본가의 돈벌이’에서 ‘모두의 생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생산 수단을 모두(사회)의 것으로 만들어야겠죠. 이러한 변혁을 마르크스는 ‘생산 수단의 사회화’라고 불렀습니다. 그런 사회가 정말 가능하냐고요?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예컨대 일본의 에도 시대와 현대가 많이 다르잖아요. 인간 사회는 노예제에서 봉건제로,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사회 발전의 단계가 달라질 때마다 그 모습 또한 크게 달라진답니다. 63p

확인해 두고 싶은 점은, 마르크스를 읽는 목적이 ‘우와, 마르크스 짱!’하며 마르크스에게 감동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럼 21세기인 오늘, 굳이 19세기의 마르크스를 읽는 것의 의의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것이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투쟁했던 당시의 사회에서 변혁을 꿈꾼 마르크스의 진지한 삶의 방식을 피부로 느끼고, 그가 절실한 마음으로 탐구한 학문적 깊이를 제대로 배움으로써 21세기의 현실에서 변혁을 추구하는 기개를 이어받아, 그는 볼 수 없었던 오늘날의 세계를 우리 스스로 분석하기 위한 이론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67-68p

다른 한편으로, 배움이라는 건 꼭 책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적인 체험이 중요해요. 특히 중요한 것은 사회를 개혁하는 일에 직접 참여해 보는 일입니다. 밖에서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사회의 구조나 움직임을 직접 목도할 수가 있거든요. 그 과정에서 마르크스가 이런 일들을 어떻게 분석했을지 생각해 본다면 책상 앞에서 한 공부와 상호 작용이 일어날 겁니다. 또한 아무쪼록 책은 ‘읽을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읽고 싶은 것’을 늘 주변에 놓아두시기 바랍니다. 그런 마음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성장에 크나큰 도움이 되거든요. 71p

마르크스의 학문에서 우선 중점을 둘 것은, 사회 변혁을 위해 무엇보다 그 사회 구조를 객관적으로 연구해 밝혀야 한다고 본 마르크스의 입장입니다. 마르크스는 ‘이런 사회여야 한다’는 식으로 자신의 이상을 사회에 강요한 사람이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회는 오직 그 자신의 논리에 따라 변화할 뿐이다, 그러므로 사회를 과학적으로 구명하지 않는 혁명가는 혁명가일 수 없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정신입니다. 마르크스의 체계는 마르크스의 사상만으로 이루어진 ‘닫힌’ 구조가 아닙니다. 이는 마르크스가 자신의 사상을 단련시킨 방법을 살펴보더라도 잘 나타납니다. 마르크스가 경제학 연구를 시작하면서 맨 처음 한 일이 마르크스 이전의 경제학자들에 대한 검토였거든요. 111-1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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