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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민실위, 긴급 토론회 개최

15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주최로 '최순실 국정농단과 언론보도'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그때 물었더라면, 그때 취재했더라면…"

요즘 언론사에서 흔히 들을 수 있을 법한 탄식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행태는, 본격적인 첫 보도가 나온 이후 두 달 가까이 지났는데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사실 최 씨의 존재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2007년에도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었다. 빠르게는, 육영재단 분규 전후였던 1990년에 이미 최 씨와 그의 아버지인 최태민 씨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2007년 최태민 일가와 박 대통령의 특수관계가 폭로됐고, 2014년 세계일보 보도로 이른바 '정윤회(최순실 씨 전 남편) 문건'이 보도됐음에도 지금처럼 핫이슈가 되지 못했다. 언론이 큰 관심을 두고 적극적인 추적보도를 계속하지 않았던 탓이다.

'언론에 주어진 마지막 시간'을 발제한 언론노조 이영환 정책실장은 "언론은 왜 최순실을 취재하지 않았던 것일까"라며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긴 재산을 추적했더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뛰어든 1998년에 검증을 시작했더라면, 아니 늦었지만 2007년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을 때라도 제대로 추적했더라면 온 시민이 촛불을 들어야 할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민중총궐기 현장에서 드러났듯 '언론도 공범'이라는 공분으로 번져가고 있다. 시민들의 불신은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시민들의 의식은 곧 정치권으로 번져 '공영언론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연합뉴스처럼 공적 재원의 지원을 받는 부분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노조는 내부 보도투쟁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또 신문, 방송을 떠나 강력한 연대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며 "그 첫 행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전에 '청와대 출입기자 전면 교체 요구'로 모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앞서, 박 대통령이 정국 수습 차원에서 18일쯤 3차 대국민담화를 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토론회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누락하려고 했던 보도 책임자들의 '지시'에 대한 고백이 이어졌다.

◇ "정권에 부담스러운 보도를 안 하는 게 품격인가"

SBS본부 이대욱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은 "JTBC의 태블릿 PC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청와대의 일방적인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쓰는 대변인 역할을 한 청와대 기사에 대해 (노조가) 지속적으로 비판했지만 (보도 책임자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찾아가서 얘기하면 '내 사정 알잖아' 하는 눈빛이었다"며 "요즘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지금처럼 박근혜, 최순실 비판 기사를 보도하는 게 쉬운 시기가 없지 않나. 다만 좀 걱정인 것은, 쏟아지는 보도 속에 혹시나 함량미달인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사라진 보도국의 비판 DNA를 살려야 한다. 그래야 기자들의 자기반성이 시민들에게 인정받지 않을까. 저희는 기자협회 차원에서 백서를 만들려고 한다. 이번 사태 거치면서 무엇을 잘못했고 소홀했는지 철저하게 기록으로 남기자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YTN지부 김도원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최순실 국면'에서 YTN 존재감이 거의 없다는 것에 자괴감이 든다"며 "10월 24일 JTBC 보도 보면서 말로 다할 수 없는 참담함 느꼈고 27일 사원총회를 해 보도국 간부들의 사과 혹은 사퇴, 기자들의 자기검열 탈피, 보도국 민주화 투쟁 등을 결의했다. 당시 보도국장도 참여해 '이슈 선점하지 못하고 쫓아간 것 아쉽다'고 밝혔고, 그 이후 적극적으로 보도를 못하게 막는 사례는 거의 없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보도국 전체의 방향 전환보다 기자 개인의 역량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김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이 체육개혁을 지시했다는 의미있는 보도도 있지만 보도국 기획이 아니라 각개전투로 만들어 낸 보도다. 정권 비판 보도를 막지 않는 것도, 너도 나도 비판하고 있고 국민 여론이 워낙 정권 퇴진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편승한 것이지, 보도국 간부들이 '제대로 비판해 보자' 이런 식으로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노조와 기자협회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적극적인 보도를 요구하면 간부들은 'YTN은 품격을 지켜야 한다. 종편처럼 선정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정권에 부담스러운 보도를 안 하는 게 품격인가.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선동인가. 정권 눈치를 봐야 한다는 말을 에둘러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YTN 일선 기자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보도국 민주화를 이뤄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최소한 저널리즘 교과서 읽은 경영진이라면 이런 뉴스 만들 수 없어"

서울신문지부 최재헌 민실위원은 서울신문의 지분 구조가 정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짚었다. 최재헌 위원은 "민영지이기는 하지만 정부 지분이 높아 정부 여당 논조의 보도를 하라는 무언 혹은 간접적 지시가 있었고 그게 지면에서 많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 위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기사는 9월 23일 처음 나왔는데 미르 재단 얘기는 없고, '비방과 확인 안 된 폭로는 안 된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1면에 나갔다. 국감 때나 야당에서 제기하는 모든 의혹들을 공방 벌였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 후 1면에 나온 건 '누구든 불법행위를 했다면 엄벌하겠다'는 박 대통령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은 JTBC의 태블릿 PC 보도가 지면에는 실리지 않고 온라인에만 들어간 점을 들어 "전 일간지에서 다 나온 기사를 서울신문만 뭉갰다는 이유로 언론노조 성명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지분 구조상 있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고, 기자들도 타성에 젖어서 이런 식으로 보도가 감춰져 왔던 게 아닌가 하는 주장이 계속돼 왔다"고 지적했다.

MBC본부 이호찬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는 "SBS에서는 저항과 비판을 하면 변화하는 모습을 말씀하셨는데 저희는 저항과 비판을 하면 경영진이 더 엇나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거둘 수가 없다. 최소한 저널리즘 교과서를 읽은 기자들이라면, 경영진이라면 이런 뉴스를 만들 수가 없다"고 질타했다.

이 간사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MBC뉴스에 내기가 힘들었는데 지금 나가는 걸 보면 부끄럽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정권 비판·감시 능력을 계속 약화시키고 없애 왔던, 뉴스를 망쳤던 그 보도국 간부들이 보도 지휘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데에 구성원들 신뢰가 없다"면서 "국정농단이 드러나고 있는 이 상황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성역이다. (간부들은) 어떻게 하면 최대한 박 대통령과 이후 보수정권에 짐이 되지 않게 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간사는 공영방송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내부에서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싸우고 저항하면 조금씩 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공영방송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지금 상황에서 역할을 하도 못하니까 시민들이 혼내고 화내는 것이지만 공영방송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들이 애정을 놓는다면 변화는 더 요원해질 테니, MBC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말아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KBS본부 정수영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가 전한 KBS 내부 사정도 MBC와 유사했다. 청와대는 성역으로 남고 최순실 씨에게만 화살을 돌린다는 것이다. 정 간사는 "11월 9일 '뉴스9' 리포트를 보면 '국정 공백 장기화에 따른 야권의 책임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누가 그런 목소리를 내고 있나. KBS 보도 책임자들이 낸 소리"라고 꼬집었다.

정 간사는 "촛불집회 보도는 꼭지수는 어느 정도 나왔다. '박근혜 퇴진' 구호가 나온 것, 3주 연속 목소리가 나온 것을 전하긴 했지만, 그와중에도 분노한 민심을 최 씨에게만 국한시켜서 꼬리자르기하려는 행태도 엿보였다. 앵커가 현장 연결해 멘트를 하는데 '최순실 게이트'에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묻더라. 현장에 저도 있었지만 '박근혜 퇴진'이라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정 간사는 "내부에서의 싸움이 필요하고 그로 인해 성과 나는 것도 굉장히 고무적인 일인데, 보도와 방송 문제제기를 하면 경영진이 반대로 행동을 취하는 것이 문제다. 싸우지 말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방송을 만드는 것은 평기자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장이 본부장, 국장, 본부장을 뽑는데 그 사장을 선임하는 이사회 구성이 청와대와 여당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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