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 로마서 12장 15절영화 '순종'(감독 김동민·이주훈, 제작·배급 CBS)은 레바논과 우간다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치·사회적으로 불안한 두 나라에서 이뤄진 1년 6개월 간의 제작 과정은 험난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제작진은 먼 땅에서 헌신하는 두 선교사의 감동적인 여정을 보다 사실적으로 담아내고자 애썼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40도 폭염 속에서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지고고, 하루 15시간 이상의 고된 촬영 스케줄을 소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앞서 본격적인 촬영 전 20편에 달하는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를 섬세히 모니터하고 4, 5시간에 걸친 촬영 구성 회의를 수없이 거듭하며 사전 촬영 준비를 철저히 해나간 제작진이었다.
그렇게 우간다 오지 딩기디 마을과 시리아 난민촌에 도착한 제작진은 시리아 난민들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현지 선교사들의 삶과 그들이 낯선 땅에서 겪고 있는 다양한 갈등과 화해의 상황 등을 자연스럽게 담기 위해 24시간 밀착 취재를 벌이기도 했다. 고된 스케줄로 인해 손목과 팔뚝에 염증이 생기기도 했다.
CBS 측은 "영화의 배경인 레바논 중부 자흘레 난민촌에는 난민으로 위장한 IS 대원들도 간혹 있어 안전이 담보되지 못했다"며 "제작진은 촬영기간 내내 경계를 늦출 수 없었고, 밤만되면 들려오는 총성과 포성에 극심한 공포를 느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 타국으로 떠난 선교사들의 헌신…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 천국
영화 '순종' 스틸컷(사진=CBS 제공)
이렇듯 강렬한 인상을 남긴 촬영이었던 만큼, 그 험난한 여정은 오롯이 영화적 완성도로 연결됐다. 촬영을 마친 뒤 6개월 동안 편집을 하면서 그 완성도는 더욱 빛을 발했다. 이러한 노력의 보상일까, '순종'은 지난 1일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가 선정한 베스트 촬영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순종'은 전작 '프리덤' '레터스 투 갓' '불의 전차'를 선보여 온 CBS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영화다.
영화는 선교사였던 아버지의 삶을 이어받은 딸, 시리아 난민촌에서 수많은 이들의 아픈 영혼을 달래주는 선교사의 일상을 따라간다.
우간다 내전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딩기디 마을. 부모가 반군에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던 아이들은 트라우마로 심한 발작을 일으킨다. 김은혜 선교사는 온 힘을 다해 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하지만 그는 생전 가족들을 가난의 굴레에 던져둔 채 딩기디 마을 사람들을 보살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한편 중동 테러단체 IS의 주민학살 등 온갖 만행을 견디다 못해 레바논으로 탈출한 알리는, 세상과의 문을 닫고 헤어진 엄마를 그리워하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상처받은 난민 친구들과 함께 모여 살던 알리는 한국의 김영화 선교사를 만난 뒤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CBS 측은 "낯선 타국에서 희생하는 영화 속 한국인 선교사들의 모습을 통해 평소 잊고 있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닫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17일 개봉, 전체 관람가, 88분 상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