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경기에서 허수봉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현대캐피탈 제공)
현대캐피탈의 막내 허수봉이 꿈에 그리던 V-리그의 코트를 밟았다.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어린 선수지만 그가 남긴 인상은 강렬했다.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은 1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NH농협 2016~2017 V-리그 2라운드에서 맞붙었다. 경기는 대한항공이 세트 스코어 3-1(20-25 25-21 25-21 25-21)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진정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이날 데뷔전을 치른 허수봉이었다.
허수봉은 2016~2017시즌 V-리그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교졸업예정 선수 최초로 1라운드에 지명돼 화제를 모았다. 대한항공의 지명을 받아 프로 선수가 된 허수봉은 이후 3년차 센터 진성태와 트레이드로 인해 현대캐피탈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은 아직 데뷔전도 치르지 않은 어린 선수를 가능성만 믿고 데려온 것이다. 그러나 최 감독의 이런 선택은 전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음을 허수봉이 증명했다.
허수봉은 새로운 기록도 세웠다. 대한항공의 정지석(223개월 23일)이 세웠던 V-리그 최연소 경기 출전을 223개월 4일로 경신했다.
허수봉은 1세트 막판 코트를 밟았다. 23-16으로 여유있게 앞서있는 상황에서 최태웅 감독은 허수봉을 원포인트 서버로 투입했다. 데뷔전이 준 긴장감 때문인지 그의 손을 떠난 공은 그대로 코트를 벗어났다. 하지만 최 감독은 허수봉을 빼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이름을 부르며 박수로 격려했다.
허수봉은 16-20으로 끌려가던 2세트 후반에도 교체로 코트에 들어섰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뽐냈다. 첫 공격이 코트 밖으로 날아가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자신감은 충만해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강력한 백어택으로 자신의 V-리그 첫 득점을 신고했다. 허수봉은 19-23 상황에서 대한항공 코트에 한 차례 더 백어택을 꽂아 넣으며 존재감을 뽐냈다. 대한항공은 허수봉을 막기 위해 3명이 뛰어올랐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허수봉은 8-8으로 팽팽한 승부를 펼치던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에이스 밋차 가스파리니의 공격을 홀로 뛰어올라 막아내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비록 현대캐피탈은 패했지만 허수봉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