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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접시 닦던 소년, K리그 영플레이어상으로 날개 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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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안현범.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맛있는 밥보다 더 맛있는 상을 받아 영광입니다."

3년 전 부평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안현범(22, 제주)은 한 호텔에서 접시를 닦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한창 축구에 몰입해도 모자란 시기였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축구에 전념할 수 없었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통학도 어려웠다. 축구를 떠나 수업에 빠질 수 없었기에 아르바이트를 마치면 찜질방에서 자는 것이 일상생활이었다.

하지만 3년 뒤 안현범은 K리그 클래식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며 날개를 폈다. 28경기 8골 4도움. 영플레이어상에 손색 없는 활약이었다.

안현범은 8일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뒤 "3년 전에 가정 형편이 좀 어려워서 호텔에서 접시를 닦을 때가 엊그제 같다"면서 "그 때 몇 년 뒤에 나도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맛있는 밥보다 더 맛있는 상을 받아 영광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하는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계속 축구를 할 수 있었던 힘은 누나였다.

안현범은 "누나가 자기 꿈을 포기하고 계속 뒷바라지를 해줬다"면서 "엄마 같은 누나다. 그래서 (누나 이야기를 하면서) 많이 울컥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축구 선수 안현범의 커리어는 대학에서 끝날 수도 있었다. 동국대에 진학해서도 맘처럼 풀리지 않았던 탓이다. 공이 무서웠다. 흔히 말하는 슬럼프. 축구에서 마음도 떠났다. 하지만 김종필 감독은 "네 밑에 있는 애들은 어떻겠냐"라면서 안현범을 붙잡았다.

이후 2학년을 마치고 울산에 입단했다. 나름 촉망 받는 루키였다. 18경기에 나서며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시련이 찾아왔다. 트레이드 통보였다. 윤정환 감독은 챌린지 리그 대전의 서명원을 원했다. 조건은 안현범과 김선민이었다. 울산을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후 김인성, 서정진이 울산에 합류하면서 안현범은 클래식 팀으로 이적을 추진했고, 제주의 호출을 받았다.

쉽지는 않았다. 어렵게 기회가 찾아왔지만, 곧 포지션을 바꿨다. 대학 시절까지 측면 공격수였지만, 제주에서는 윙백으로 활약했다. 어려움도 겪었지만, 당시 감독이었던 조성환 수석코치가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안현범은 "내가 받아도 되는 상인지 애매하다"면서 "제주에 와서 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조성환 감독님이 많이 밀어주신 덕분이다. 중간에 연골이 찢어져 수술을 했는데 2개월 만에 복귀시켜줬다. 자신감이 한 몫을 했다"고 말했다.

이제 안현범은 더 큰 무대에 도전한다. 바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제주는 K리그 클래식 3위 자격으로 ACL 출전권을 얻었다. 또 다른 꿈은 바로 태극마크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찾아올 거라 믿고 있다.

안현범은 "챔피언스리그에 나간다. 더 큰 무대에서 경기하다보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어리니까 한 번에 훅 커야겠다는 생각보다 천천히 다듬다보면 대표팀이 너무 영광스럽고 감히 탐낼 수 없는 자리지만, 언젠가 신인상을 받는 것처럼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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