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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인 2300여명 시국선언 "국민의 소리 못 듣는 자는 내려와야"

8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가수 권진원 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항의하는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번에는 음악인들이 뜻을 모았다. 이번 시국선언을 통해 2300여 명이 넘는 음악인들이 '박근혜 대통령직 중단 및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엄중 수사'를 촉구했다.

8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음악인 시국선언 발표 기자회견'은 일반적인 기자회견과는 분위기부터 사뭇 달랐다.

'블랙리스트보다는 신청곡 리스트를', '최순실의 딸만 행복한 대한민국', '온우주가 명령한다 박근혜는 물러가라', '세금인 줄 알았는데 복채였네', '내가 이러려고 음악했나 자괴감이 든다' 등 재기발랄한 피켓들이 우선 시선을 끌었다. 여기에 '참가자들의 발언 이어가기'를 넘어, 음악과 공연이 어우러지는 멋진 무대가 등장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사회를 맡은 가수 손병휘 씨는 기타를 치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같은 노래를 스윙, 락앤롤 등 다양하게 변주해 가며 흥을 돋웠다.

가수 권진원 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음악인으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또 음악하는 후배들에게 이런 불행한 나라를 물려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오늘 음악인들이 이렇게 마음을 모아 힘을 모아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며 "문화예술과 전혀 관련 없는 자들에게 우리가 농락당했다. 이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유명한 야마가타 트윅스터 씨는 하고 싶은 말을 공연을 통해 표출했다. "예술가들은 블랙리스트에 들어갔네 / 졸라리 기분 좋은 시국일세 / 박근혜 박근혜 끝내 박근혜 대통령을 끝내자" "돈만 아는 순실이 / 돈만 아는 저질 저질 저질 근혜정부 저질 / 돈만 아는 저질 근혜정부 반드시 뒤엎읍시다"

세월호 관련 행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던 가야그머 정민아 씨는 "그동안 사회 현상, 정치적인 논쟁, 약자들에 무관심한 사람이었는데 제가 어느 순간 눈을 뜨게 된 이후부터는 다시는 눈을 감을 수 없게 됐다"며 '지나가는 사람'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 "국민의 소리 듣지 못하는 자, 내려와야"

전통음악 예술가 원일 씨는 "이렇게 많은 포토라인 앞에 서 보는 건 처음이다. 그만큼 제 양심이 여기 나오지 않으면 안 되게끔 이끌었다"며 "(이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엿 같이 생각하거나 개돼지로 생각했다. 소리를 못 듣는 자는 내려와야 한다. 소리를 못 듣는 자는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원일 씨는 "예술인들의 혼을 검열하고 자기 취향에 안 맞는 사람들을 분류하고… 이런 나라에 사는 국민들이 얼마나 불행하게 살고 있는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며 "예술의 가장 중요한 힘은 삶을 변화시키는 거다. 우리가 자유를 얻음으로써 여러분들께 (삶의 변화를) 드릴 수 있다. 행동해야 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노예가 된다. 저희들과 함께 행동해 이 나라를 새로운 나라로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테너 이재욱 씨는 "내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나쁜 나라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며 "어떤 분들은 깨끗한 사람이 어딨느냐. 이런 걸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느냐고 반문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요구하는 거다. 나보다 여러 면에서 나은 사람이 앞에서 나라와 사회를 이끌어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더 이상 윗물이 썩어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브로콜리너마저 윤덕원, 소리꾼 현미, 기타리스트 신대철 씨가 시국선언문을 읽고 있는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참가자들은 '나의 노래'를 합창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직 사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자 엄중 처벌 △박근혜·최순실·새누리당 정부에서 벌어진 민주주의 및 민생 유린 진상규명 △문화행정 비리와 예술 표현의 자유 억압 사건 관련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한편, 음악인들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이후 이번이 처음인데, 그때에 비해 3배나 늘어난 것이다. 대중음악 의견가 서정민갑, 국악인 최용석, 대중음악인 이광석, 손병휘, 신대철, 정민아, 황경하, 작곡가 신동일, 황호준 등의 음악인들이 시국선언 진행을 주도했고, 지난 2일 오후 1시 30분부터 서명을 받았다.

이번 음악인 시국선언에는 대중음악·한국 전통음악·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작사가·작곡가·연주가·랩퍼·보컬리스트·싱어송라이터·밴드·교수·제작자·기획자·평론가·엔지니어 등 모든 분야의 음악인들이 고르게 참여했다.

(음악인 시국선언에 참여한 2249명 전체 명단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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