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차에서 내려 국회의사당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오른쪽은 허원제 정무수석. 윤창원기자
정부가 8일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의 운영 및 예산 책임을 사실상 시도 교육청에 떠넘기는 내용의 개정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교육청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초등돌봄교실 예산 역시 누리과정과 마찬가지로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이날 오전 황교안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방과후학교 등의 운영 근거를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의결됐다며, 조만간 국회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각급 학교가 정규 수업 종료 이후나 휴업일에 방과후학교와 초등 돌봄교실을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방과후학교는 지난 1995년 김영삼 대통령 시절 발표된 '5·31 교육개혁방안'으로 처음 도입됐다. 교육부측은 "방과후학교에 대한 법적 근거가 21년 만에 마련됐다"며 이번 시행령 개정에 의미를 부여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초등 돌봄교실'도 끼워넣었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시도 교육감이 행·재정적 지원 계획을 매년 수립해 시행하도록 못박고, 교육부 장관이 정한 기준을 따르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교육청들은 내국세의 20.27%와 교육세로 구성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초등 돌봄교실 예산 역시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한다.
초등 돌봄교실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집에 '1번 타자'로 실린 중앙정부의 핵심사업이지만, 누리과정과 마찬가지로 관련 예산을 교육청에 모두 부담시켜 그동안 반발을 사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누리과정과 방과후학교, 초등돌봄교실 등에만 사용하도록 못박은 '지방재정교부금 특별회계'로 5조1천990억 원을 미리 편성해놓고,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길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야당과 교육청들은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할 예산을 교육청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어, '여소야대' 국회에서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가 편성한 예산 전액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누리과정과 마찬가지로 중앙정부의 사업 예산 부담을 지역 교육청에 전가하는 행태"라며 "방과후학교와 달리 돌봄교실은 '교육'보다는 '보육' 영역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교육 전문가와 시민들의 모임인 '교육재정확대국민운동본부'도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제정도 안된 특별회계법에 근거해 편법적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이준식 교육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국회가 의결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