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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단체 회원 가정에서 성장한 클레어 코너의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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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그것은 정말 애국이었을까- 나의 극우 가정사'

 

'그것은 정말 애국이었을까'는 극우단체 존 버치 협회의 열성 회원 가정에서 성장한 클레어 코너의 회고록이다.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극우의 민낯을 폭로하는 생생한 기록물이자 그 광기에서 벗어난 한 여성의 감동적인 성장기인 동시에, 매카시즘에서 케네디 암살, 오클라호마시티 폭탄테러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귀중한 사료다. 세계 각국에서 극우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 요즈음, 이 책은 극단의 정치적 신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심리를 살펴 볼 수 있는 특별한 체험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1958년 설립된 극우단체 존 버치 협회는 현대 미국의 정치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1960~80년대 미국을 극우의 광기로 물들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공산주의의 위험으로부터 조국을 지키겠다는 대의를 내세운 존 버치 협회는 외교, 교과서, 인종, 종교, 낙태, 사회복지, 노동조합, 이민자, 성소수자, 총기 규제, 심지어 수돗물 불소처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안건에서 ‘빨갱이들의 음모’를 주장해 왔다. 저자 클레어 코너는 부모의 강권에 따라 불과 열 세 살의 어린 나이에 정식 존 버치 협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책 속으로

7학년 때 내가 보던 교과서는 틀린 게 아니었다. 대학에 진학한 뒤 나는 1930년 기준으로 스웨덴은 50퍼센트 이상의 농장에 전기가 들어온 반면, 미국의 경우는 전기 보급률이 중서부가 13퍼센트, 남부가 3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는 차츰 부모님이 눈앞에 사실을 들이밀어도 고집을 피우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부모님 관점에서 지나치게 관료주의적이며 자유기업 체제에 반대하는 사회주의 유럽은 어떤 면에서도 미국을 앞지를 수 없었다. 사회주의자들의 농장이 미국 농장보다 먼저 선진화되었다는 것은 부모님의 이치에 맞지 않았다. 그게 다였다. 사실 따위는 엿 바꿔 먹은 것이다.
- p59, ‘제4장 교과서 전쟁’ 중에서

나는 아버지에게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가스실로 보내진 유대인에 대해 묻지 않았다. 나는 당시 찍힌 사진들과 수용소를 해방시킨 미군들의 보고서에 대해서도, 생존자들의 증언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올리버 박사 탓에 이미 제정신을 잃었음을 알고 있었으므로.
나는 아버지가 올리버 박사처럼 끔찍한 사람과 사귀는 것을 보고 깊이 실망했다. 그처럼 악독하고 비열한 인간에게서 아버지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 p89, ‘제6장 왜곡’ 중에서

흐릿한 흑백 사진 한 장이 부연설명 없이 실려 있었다. 건물 앞에 버티고 선 공민권 시위자 세 명의 사진이었다. 몸에 착 달라붙은 젖은 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남자 하나가 소방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로부터 옆의 여자를 보호하고 있었다. 다른 사진에서는 경찰견이 달아나려는 청년들의 옷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황소’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버밍엄 경찰국장 코너의 발언이 함께 실렸다. “개들이 일을 잘하는 군요. 저 검둥이들 도망가는 것 좀 보십시오.”
- p193, ‘제13장 공민권 행진’ 중에서

생명권 옹호론자들은 미국에서 매년 거의 130만 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낙태를 택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수많은 여성들이 어쩔 수 없이, 괴로운 마음으로 낙태를 택한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언급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부모나 아기의 아버지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고 홀로 낙태를 행한다. 나는 마침내 낙태를 하는 여성들이 악
하거나 멍청하거나 게을러서 그런 선택을 내린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성들은 겁에 질려 있었으며, 많은 이유로 출산이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 p317 ‘제20장 한 여자의 마음’ 중에서

클레어 코너 지음 | 박다솜 옮김 | 갈마바람 | 424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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