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시국으로 목회자를 비롯한 일선 교계 인사들이 개인 SNS 등을 통해 안타까운 심정을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교계 인사별 다소 엇갈린 입장 표명이 눈에 띈다.
◇ 유기성 목사 "이런 때일수록 더 기도해야"‘영성일기’로 잘 알려진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는 지난 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우리가 할 일은 더욱 주님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하며, "국가적인 문제에 그리스도인들이 이런저런 주장으로 사분오열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목사의 글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2천 6백여 명의 공감을 얻은 이 글에 동감하며 “이럴 때 선동과 포퓰리즘에 합류하여 감성적 자극으로 인기몰이 할 수 있었을 텐데 진리와 우선순위를 명확히 제시해주어 고맙다” 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영성일기는 교인을 묶어두게 되니 균형을 가지고 지도해 주셔야 할 것 같다”, “주님을 바라보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무얼 하기를 원하시는가에 집중해야 할 때인데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냐”며 유 목사의 글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논란이 일자 유기성 목사는 며칠 뒤인 지난 1일 해명의 글을 올렸다.
유 목사는 “이런 때일수록 주님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에 늘 해 왔듯이 주님이 주신 생각을 정리해 올린 글이었다”고 밝힌 후, “박 대통령이 대단히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그 잘못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시국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또 “촛불집회를 열고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의 입장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찬성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하며, “반드시 동족의 문제를 끌어안고 나아가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월 28일 유기성 목사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사진=유기성 목사 페이스북 갈무리)
◇ 김요한 대표 "실천하는 현장의 영성가들이 필요한 때"새물결플러스의 김요한 대표는 유기성 목사와는 다소 다른 차원에서의 의견을 설파했다.
김 대표는 지난 달 31일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런 시국에 하늘만 바라보고 기도하고 자중하라고 설파하는 종교 지도자들, 벽을 바라보고 개인 수양에 더욱 힘쓰라고 말하는 자들은 그가 어느 종교에 속했든지 마약 장사치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오히려 지금은 구약의 예언자들처럼 거리로 나아가 옷을 벌거벗고서라도 신적인 퍼포먼스를 실천하는 현장의 영성가들이 필요한 때”라고 피력했다.
지금은 국민이 한 목소리로 정의가 실현된 나라에 살고 싶다고 외쳐야 할 때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지난 2일에 올린 글에는 “무능하고 사악한 정부를 위해서 기도하지 말고, 하루 속히 못된 정부가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사라지고, 국민을 귀하게 알고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정부가 구성될 수 있도록 기도하라”며, “하늘이 버린 자를 인간이 억지로 붙들려 하는 것도 죄”라고 말하기도 했다.
◇ 김동호 목사 "박 대통령은 불쌍한 사람.. 죄송하지만 하야 하셔야"높은뜻연합선교회 김동호 목사는 지난 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 대통령은 도덕적으로 흠이 있거나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지 않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은 후 최태민이라는 영적 사기꾼에 넘어간 불쌍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김 목사의 이런 표현은 박 대통령을 아무런 잘못 없이 단지 사기꾼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처럼 옹호하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어 김 목사는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며, “죄송하지만 박 대통령은 자기 행위의 결과를 판단할 능력이 없으신 금치산자 같아 보이니 하야 하시면 좋겠다”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공손히 권하며 글을 마쳤다.
김 목사의 이런 글에는 “하야를 바라는 것은 동의하지만 '불쌍한 박대통령' 이라는 표현은 현 시점에서 위험한 요소가 있다”, “목사님의 글에서 진심이 느껴지고 감사한 생각이 든다” 등의 의견으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김동호 목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대한 엇갈리는 댓글 반응. (사진=김동호 목사 페이스북 갈무리)
◇ 양희송 대표 "기독교인부터 항의·저항·비판·분노해야"청어람 아카데미 양희송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참담한 심정을 표현했다. 그는 지난 1일 “한국 사회의 질풍노도 같은 시간 속에 그리스도인들도 상당한 감정의 풍파를 겪었다”고 시작한 글에서 “사이비 종교의 전횡이 청와대와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전적으로 통제한 것에서 말할 수 없는 자괴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그는 “교계 지도자들이 영적으로 전혀 민감성이 없음이 드러났고, 한기총류의 교계 인사들은 그 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려먹었다”고 말했다.
지금의 교계 인사들 역시 “구국선교단을 만들어서 하려던 짓의 새로운 버전에 불과했다”고 표현했다.
또한 “권력자를 향해서만 손가락질을 할 것이 아니라 개신교인으로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우리의 죄 된 과거를 부여잡고 기도와 비판을 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양 대표는 "항의하고, 저항하고, 비판해야 하고, 분노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이 시절을 중하게 맞아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되살리다보면 “그 너머에 어슴푸레 아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주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