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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범 몰려 필리핀 한달 억류 男 "한국 외교력, 초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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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직접 찾아 무죄 증명하라니
-운 좋아 한 달 만에 나온 것
-변호사비만 1500만원 손해
-현지 대사관, 최선 다했지만 무시당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필리핀에서 강간미수범으로 몰려 억류됐던 시민 (익명)

 

만약 외국에서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리는 일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막막할까요. 게다가 단지 진범과 이름이 같고 몇 가지 인적사항이 겹친다는 이유만으로 연행이 됐다면 정말 황당할 텐데요.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나서 지금 떠들썩합니다. 무려 한 달간이나 필리핀에서 강간미수범으로 몰렸던 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직접 연결을 해 보죠. 익명으로 연결해 보겠습니다. 선생님, 나와계십니까?

◆ 억류 시민>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우선 필리핀에 입국하신 게 언제였죠?

◆ 억류 시민> 지난달 9월 5일이었습니다.

◇ 김현정> 9월 5일. 어디 관광차 가신 거예요, 다른 일이 있었던 거예요?

◆ 억류 시민> 사업 미팅이 있고 해서, 업무 차 필리핀 들어가는 길이었습니다.

◇ 김현정> 업무 차 가신거면 그러면 처음 가신 길은 아니었네요?

◆ 억류 시민> 네.

◇ 김현정> 그런데 공항에서 강간미수범으로 몰렸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 억류 시민> 그러니까 저랑 같은 이름의 한국 남자가 작년 10월에 필리핀에서 현지 여성을 성폭행 하려고 한 혐의로 고소가 된 상태로 수배명단에 올라와 있었고요.

◇ 김현정> 필리핀 수배자 명단에?

◆ 억류 시민> 네. 그리고 저랑 동명이인이고, 출국한 공항도 부산 김해공항으로 동일하고요. 그리고 또 그 강간 미수 사건이 일어난 호텔이, 제가 필리핀에 들어가서 숙박하기로 했던 주소지로 적어놓은 (사건이 일어난 호텔과 제가 숙박 예정이던 호텔과 동일했던) 상태여서 이민국에서는 아마 의심을 하고 저를 연행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면 여권을 내미는 순간에서부터 연행이 바로 되신 거예요?

◆ 억류 시민> 네. 입국 심사대에서 여권을 내자마자 바로 연행이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아니, 나는 그 사람 아니다, 나는 아니다라고 항변하셨을 거 아니에요?

◆ 억류 시민> 네.

◇ 김현정> 강력하게 하셨어요?

◆ 억류 시민> 네. 강력하게 했습니다. 왜 저를 잡느냐, 이런 식으로.

◇ 김현정> 아니, 한국에는 성도 무수히 같은 사람이 많고요. 선생님을 지금 익명으로 연결을 합니다마는 성도 그렇고 저만큼이나 흔한 이름이세요. 같은 이름도 한국에는 무수히 많다는 건 필리핀 경찰도 아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사진이라든지 여권번호라든지 지문이라든지 이런 다른 것을 가지고 파악을 하면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시도가 없이 그냥 연행해 가던가요?

◆ 억류 시민> 이민국에서는 일단 다음에 가서 이제 확인하자라는 식으로 하고 경찰에 인계를 해버린 상황이었습니다.

◇ 김현정> 바로 전산시스템을 돌려서 알아본다든지 이런 시스템은 준비가 안 돼 있던 거고요?

◆ 억류 시민> 아예 전산시스템은 준비가 안 돼 있었습니다.

◇ 김현정> 뭐 저도 필리핀 공항 가봤습니다마는 전산시스템이 굉장히 미비하죠. 그래서 전산시스템이 미비해서 일단 몇 가지가 겹치니까 경찰이 연행을 했다 칩시다. 그러면 그다음에는 동명이인이라는 게 확인이 되고 적어도 하루, 이틀 후에는 풀어졌어야 정상인 건데 어떻게 한 달이나 지난 거죠?

◆ 억류 시민> 그쪽에서는 자기들만의 절차대로 진행을 해야 된다고 하면서 그냥 강제로 그 순서대로 진행을 해버린 거죠. 경찰에 갔더니 ‘당신이 강간 미수를 한 적이 있느냐’, (그래서 저는) '나는 한 적이 없다', (하니까) ‘당신이 한 적이 없다는 걸 그러면 경찰서에 가서 증명을 해라’, 그래서 공항경찰에서 다시 일반 경찰서로 이송이 되고, 일반 경찰서에서는 ‘정확하게 이 사람이 동명이인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간다’.

◇ 김현정> 모르겠다, 우리도?

◆ 억류 시민> 네, 그러면서 일단 서류를 줄 테니 판사 앞에 가서 얘기를 하라고 (했습니다).

◇ 김현정> 당신이 알아서 증명하고 판사 앞에 가서 얘기를 해라? 우리도 모르겠다? 아니, 한국대사관이 있잖아요.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거기에다가 연락을 취해 보시죠?

◆ 억류 시민> 처음에 공항경찰에서 일반 경찰로 넘어갈 때는 이제 공항을 나오게 됩니다. (그때) 제가 대사관에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그래서 법원으로 넘어갈 때 법원에 영사님이 직접 나오셨어요.

◇ 김현정>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과정에서 일단 대사관 직원이 나왔군요?

◆ 억류 시민> 네. 대사관에서도 동명이인임이 밝혀지면 될 거고 사건 당일날 필리핀에 없었던 것만 밝히면 되겠구나, 말씀하시면서 대사관에서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발행한 대사관 출입국 서류를 직접 다 떼주시고 그리고 이제 법원에도 보내주시고 그리고 실제로 대사관에서도 동명이인이다라는 것을 공문으로 직접 판사한테 직접 어필도 직접 하셨고 했는데, 전혀 먹히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아니, 대사관이 나서서 이 사람 그 사람 아니라고 하는데도 그게 통하지 않았어요?

◆ 억류 시민> 네.

무죄 확정 판결문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그 뿐만이 아니라 재판정에서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고요. 당신이 직접 무죄를 증명하라고 말한 게 사실입니까?

◆ 억류 시민> 예. 저희가 동명이인에 대한 증거를 다 제시를 했는데도 판사가 (판결을 안 하고) ‘다음 공판에서 봅시다’라는 식으로 자꾸 다음으로 미뤄서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이 재판이 끝날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거든요.

◇ 김현정> 아니, 왜 미뤄요? 재판이 열렸는데, 뭘 다음에 보자는 겁니까?

◆ 억류 시민> 고소했던 여자가 안 나오고 저만 나와서, 뭐 저희가 제시한 증거는 불확실하니 ‘다음 재판정에서 봅시다’ 하고.

◇ 김현정> 아, 고소를 한 그 피해 당사자가 나오지 않았으니 이번에 재판이 어렵겠다, 또 기다려라?

◆ 억류 시민> 네.

◇ 김현정>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 억류 시민> 그럼 저희가 어떻게 해야 되느냐. 그러면 당신이 가서 강간미수 피의자를 직접 찾아서 데려와라.

◇ 김현정> 잡아와라, 가서?

◆ 억류 시민> 네, 저희가 그러면 주소를 달라고 하니 주소를 법원에서 받아서 직접 찾아갔는데 이미 이사하고 없었고요.

◇ 김현정> 그 여성은?

◆ 억류 시민> 네, 그래서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고 실제 진범이었던 사람, 그 운전기사한테 운좋게 연락이 되어서 그 피해 여성 연락처를 알아내서, 이제 피해여성하고, 신고한 여성하고 어렵게 접촉을 할 수 있게 됐죠.

◇ 김현정> 세상에, 경찰 역할까지 다 하신 거네요. 그래서 결국은 그 여성을 법정에 세우고 그 여성이 ‘이 사람은 진범이 아닙니다’라는 얘기를 판사 앞에서 한 후에야 풀려나신 거군요?

◆ 억류 시민> 네.

◇ 김현정> 그게 정확히 한 달이 걸린 겁니까?

◆ 억류 시민> 네.

◇ 김현정> 지금 우리 인터뷰하시는 분이야 피해 여성을 어떻게 어떻게 찾아내서 다행이지만 그럴 능력이 없는 사람 같은 경우에는 이거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냥 계속 잡혀 있어야 되는 겁니까?

◆ 억류 시민> 사실 거기에 있으면서 저는 많이 운이 좋았던 편입니다. 일반인이었으면 경찰에 잡혀서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는 거죠.

◇ 김현정> 돈이 없으면 변호사를 살 수도 없는 거고. 사람을 풀어서 그런 조사를 할 수도 없는 거고. 지금 이게 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나선 거지 직접 나서서 하신 게 아니잖아요?

◆ 억류 시민> 결국은 그 변호사 사무실에서 다 일을 해 주신 거죠.

◇ 김현정> 한 달을 이렇게 보내셨으면 이거는 물심양면으로 피해가 어마어마하셨겠어요?

◆ 억류 시민> 이제 뭐 일단 변호사비부터 해서 전체적으로 들었던 돈이 한 1500만 원 정도 이렇게 들었고요. 지금 제가 또 한국에 못 들어왔으니까 일도 못했고. 특히 저희 가족들하고 친척들 걱정 이런 것들이 많이 심했지요.

◇ 김현정> 물론이죠, 물론이죠. 그렇게 한 달 동안 필리핀에 억류돼 계시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드셨을 것 같은데요?

◆ 억류 시민> 사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고, 그런데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게 그래도 매주 재판이 있었습니다. 제가 총 재판을 3번을 받고 마지막 재판에서 (무죄를 받고) 나왔는데 그렇다 보니까 재판이 매주 있다 보니까 정신도 없었고, 매주 재판 준비하고 오히려 저희 집사람, 와이프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제 전화를 받고 나서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니 혹시 진짜 죄를 짓고 못 들어오는 거 아니냐고 의심할 정도로.

◇ 김현정> (웃음) 너무 황당한 일이니까 ‘당신 진짜 죄 지은 거 아니야?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 그러셨어요?

◆ 억류 시민> 네. ‘당신이 말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라고 이렇게 얘기를 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 김현정> 필리핀 당국도 황당합니다마는 우리 대사관의 무능력함도 황당합니다. 그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는데 대사관이 해 줄 수 있는 일이 그렇게 없었을까요?

◆ 억류 시민> 제가 봤을 때 대사관에서 할 수 있던 건 다 했던 것 같은데, 더 의문스러운 것은 뭐냐면 대사관에서 영사가 한 국민의 재판정에 직접 나와서 따라다닐 정도면 사실은 정말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 김현정> 재판마다 따라다니고 계속 신경을 써주기는 했군요?

◆ 억류 시민> 네.

◇ 김현정> 그러면 더 이상하네요. 그 정도로 해 줬는데 그럼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겁니까?

◆ 억류 시민> 제가 봐도 거기서 느꼈던 게 뭐냐하면 필리핀이 한국을 무시하는 수준이, 이게 좀 외교적인 느낌이 전혀 안 들고 오히려 자국민들보다 더 심하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우리나라 외교부가 도대체,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가 필리핀보다 선진국인데 이런 후진국조차도 우리나라를 참 쉽게 생각할 정도로 외교력을 발휘를 하지 못하느냐. 옆에서 고생하는 영사님은 불쌍해 보이고 그냥 우리나라 외교 능력이 너무 화가 나고 그랬습니다.

◇ 김현정> 우리나라의 초라한 외교력에 화가 나신 거군요.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응책을 이번 기회에 좀 철저히 마련해 주기를 당부합니다. 오늘 어려운 상황에서 인터뷰 고맙습니다.

◆ 억류 시민> 네.

◇ 김현정> 필리핀에서 강간미수범으로 몰렸던 한 분, 익명으로 연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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