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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초원의 유혹 '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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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칭기즈칸 나라에서 만나는 몽골인의 소박함도 매력

몽골 유목민의 전통집인 '게르(Ger)' (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몽골 유목민의 시력은 보통 4.8입니다. 6.0까지 나오는 분도 있고요"

한 몽골인 가이드에게서 몽골인 시력에 관한 설명을 듣고 '무슨 농담을 저렇게 진지하게 할까'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단 나흘만의 여정으로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 휴양지가 지루해진 여행객이라면… 몽골로!

초고층 빌딩에 가로막힌 도심 생활에서 벗어나 지친 눈의 피로함을 덜고 싶다면, 그런데 획일적인 화려한 리조트 여행이 지루해진 여행객이라면 몽골만큼 제격인 여행지가 있을까 싶다.

특히 부산에서는 몽골로 바로 갈 수 있는 하늘길이 열렸다.

에어부산이 올해 국적항공사로는 최초로 부산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잇는 항공편을 매주 두 차례 정기 운항하고 있다.

지친 눈을 드넓은 초원의 힘으로 치유해볼 심사로 무작정 몽골을 향했다.

3시30분여 비행 끝에 도착한 울란바토르에서 첫발을 디딘 곳은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의 '칭기즈칸 공항'.

세계 절반을 정복한 칭기즈칸의 업적에 상반되게 공항은 아담하고 투박했다.

광활함을 기대한 곳에서 만난 뜻밖의 소박함을 보여주는 칭기즈칸 공항은 앞으로 만날 몽골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초원을 질주하는 몽골에서의 승마체험. (사진= 몽골인 가이드 어유나씨 제공)

 

◇ '나도 유목민처럼…'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에서 말타기

한국인보다 더 한국어를 정확하게 구사하는 몽골인 가이드 어유나(30.여)씨의 손에 이끌려 울란바토르에서 동북쪽으로 약 60km,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테를지 국립공원을 찾았다.

몽골에 왔으면 반드시 체험하고 가야한다는 승마와 유목민의 전통 집인 '게르(Ger)'를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테를지 국립공원은 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할 만큼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과 기암괴석, 숲, 초원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승마체험이라니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승마를 위한 사전교육이 미덥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승마 뒤 걸어보는 자작나무 숲길(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가이드로부터 "말의 왼쪽에서 오르고 내려야 한다", "뒷발 차기로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으니 말 뒤에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무시무시한 주의사항을 말로 몇 가지 전해 듣고, 곧바로 말에 올라탔다.

소리를 지르며 20분여 말과 씨름하다 보니 어느새 개울가를 건너고, 광활한 초원 위로 내리쬐는 태양 빛과 단풍이 든 나무의 가을 풍경을 달리고 있는 말 위에서 감상하고 있었다.

지레 겁먹은 것보다 말타기는 훨씬 수월했다.

개보다 흔한 것이 말인 나라 몽골에서 승마 자체를 내 멋대로 거창하게만 여기고, 몽골인들의 승마교육이 세련되지 못하고 허술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 부끄러워졌다.

칭기즈칸 공항에서 광활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만난 뜻밖의 소박함은 이처럼 여행 내내 이어졌다.

승마를 끝내니 몽골 여행의 하이라이트, 게르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 잠깐. 게르로 이동하는 사이 잠시 테를지 공원 내 자작나무 숲에 내려 노랗게 물든 낙엽길을 사뿐히 거닐어 보자.

말타기로 잔뜩 힘이 들어가 뻐근해진 허벅지가 자작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풀려 있을 것이다.

게르 주변에서 말과 야크 등이 풀을 뜯어 먹고 있다. (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 게르에서 별과 하룻밤…양고기는 덤

숙소 얘기로 다시 돌아가 게르는 유목민들이 초원을 떠돌며 나무로 엮은 둥근 타원형 틀에 양털 가죽으로 덮어 씌워 만든 이동 가옥이다.

중앙에 화덕이 놓여있는데, 실내에서 장작을 태워 온기를 만들어내는 전통 방식에 도심에 사는 현지 청소년들도 수학여행을 올만큼 이색 문화 탐방의 대표적인 여행지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게르 주변에서 말과 야크 등 가축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은 마치 동화속의 한 장면이 툭 튀어나온 것 처럼 인상적이다.

'허르헉'은 양고기와 채소를 달군 돌과 함께 냄비에 넣어 쪄낸 몽골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이다. (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여행에서 먹거리 얘기가 빠질 수 없다.

유목민이 귀한 손님이 방문할 때 대접하는 '허르헉'을 게르 캠핑 중에 맛볼 수 있다.

양을 통째로 잡아서 해체한 다음 커다란 냄비에 고기와 채소, 미리 뜨겁게 달군 돌을 번갈아 올린 뒤 1~2시간 익히면 완성되는 허르헉을 맛보았다면 몽골 음식 문화의 절반은 이해했으리라 본다.

양고기로 배를 채우고, 게르에 몸을 뉘어 천장으로 쏟아질 듯 반짝반짝 빛을 내는 별을 헤아리다 보면 어느새 새벽 동이 튼다.

◇ 세계 최대 규모 칭기즈칸 마동상에서 사진 '찰칵'

아쉬움을 달래고 테를지 공원을 빠져나와 울란바토르로 돌아가는 길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칭기즈칸 동상을 감상할 수 있다.

몽골제국 8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칭기즈칸 마동상은 무려 높이만 40m, 무게는 250t에 달하는 스케일을 자랑한다.

칭기즈칸 동상 (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36명의 왕을 상징하는 36개의 기둥 위에 칭기즈칸이 말을 타고 대초원을 바라보는 동상에서 동서양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한 그의 위용이 느껴진다.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예상치 못한 몽골인의 마음 씀씀이 접할 수 있다.

마동상 내부로 들어서면 입구에 목이 긴 장화 모양의 고탈이라는 몽골 전통신발이 커다랗게 세워져 있다.

고탈은 버선코처럼 생긴 신발의 앞부분이 땅바닥에 닿지 않도록 들려져 있는데, 자연을 아끼는 몽골인들이 걸을 때마다 땅이 신발에 파이지 않게 하려고 신발을 이 같은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 몽골인에게서 부산 향기가 난다

몽골에 가면 꼭 현지인들에게 말을 걸어보기를 권유한다.

무뚝뚝한 표정의 그들에게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겠지만, 몇 마디 인사를 건네면, 이내 계산 없는 환한 미소를 보여준다.

그들의 웃음에서 다소 거칠지만 정이 많은 부산 사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기자만의 착각일까.

대자연의 기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나라, 인위적인 친절함보다 투박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몽골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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