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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주류인 친박계가 양대 악재인 최순실씨의 ‘비선 실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개인 비리’ 등의 의혹에 대해 분리 대응하고 있다.
최씨에 대해선 검찰 수사를 통해 의혹을 털어내자는 기조가 생겨난 반면, 거의 사퇴 직전까지 몰렸던 우 수석의 경우 일단 '재신임’ 쪽으로 기류가 바뀌는 형국이다.
최씨에게 ‘호가호위(狐假虎威)’ 혐의를 씌워 박근혜 대통령과 무관한 사안으로 정리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레임덕' 문제가 걸려 있는 우 수석에 대해선 여당의 비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崔 의혹, 또 불거지면 朴 대통령 '신변' 위협"
친박계 핵심 의원은 22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최씨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 같다”며 “박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악재를 빨리 털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박 성향의 여권 관계자는 더 높은 수위로 질타했다. 그는 “최씨가 박 대통령을 팔고 다니니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알아서 긴 것 아니냐”며 “그런 사람이 뭐라고 우리가 보호해야 하나, 지난 대선 때 도대체 무엇을 했던 여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기류는 최씨에 대해 ‘대통령의 오장육부’라며 언급조차 꺼려했던 분위기에서 변화된 결과다. 계파를 막론하고 최씨에 대해선 ‘정권에 부담을 줬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박 대통령도 지난 20일 "불법 행위 엄정 처벌"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김도읍 의원이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감사에서 최씨 모녀를 강력 성토하고, 검찰 수사를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의원은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이 취미라고 호가호위하니 딸(정유라)도 그런다”며 딸 정씨가 국제승마연맹 프로필에 정윤회 씨에 대한 잘못된 정보(박 대통령의 현직 보좌관)를 적시한 점을 문제 삼았다.
당 내부에선 최씨 문제를 지금 해결하고 넘어가야지, 자칫 차기 정부에 가서 다시 문제가 되면 그때는 박 대통령이 수사의 대상이 되는 등 신변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국감장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자금 모금 의혹을 받고 있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향해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7개월이 길 것 같으냐. 이번 정권 끝나고 보자”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 “禹 쳐내면 검‧경 장악 안돼, 레임덕”
우병우 민정수석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반면 우 수석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쉬쉬하는 기류가 다시 생겨났다. 친박 의원은 "언급하기 곤란하다"면서도 “이제 (사퇴)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지난주 한때 우 수석 사퇴 가능성이 부상했을 때만 해도 한 친박계 당직자는 청와대의 ‘사퇴 불가’ 기류에 대해 “원래 시점이 임박하면 더 강력하게 부인하는 법”이라며 사퇴를 기정사실화했었다.
이에 대해 다른 여권 관계자는 “최근 동향을 보면 ‘우 수석이 그만두면 검찰과 경찰을 장악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는 취지의 보고가 다수”라며 청와대 내부 기류를 전했다.
때문에 여권에선 “우 수석이 내년 1월 예정된 검사장 인사까지 버티려 한다”라거나 “우 수석 거취에 대해선 박 대통령의 입장이 완강하다” 등의 반응이 흘러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으로선 국회의 출석 요구를 끝내 거부한 우 수석에 대해 야권이 요구한 동행명령권 발부 대신 형량이 낮은 고발조치로 마무리 해 청와대와 보조를 맞췄다.
우 수석 거취에 대한 논란을 중심으로 여권 내 갈등 기류도 확산될 조짐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국감에 안 나온다면 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질타한 바 있다. 범(凡) 친박으로 분류되는 정우택 의원도 “박 대통령이 우순실(우병우+최순실)의 보호자인 듯 비춰지는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 수석 사퇴'를 고수하는 비박계의 반발은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최씨 모녀에게 제기된 이화여대 ‘특혜’ 의혹과 최씨와 우 수석 간 친분설(說) 등 청와대발(發) 악재가 여권 전체에 대한 ‘비호감’으로 이어져 친박계와 도매금으로 묶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