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권희동 (사진=NC 제공)
"4번 타자가 아닌 네 번째 타자입니다."
NC 다이노스의 권희동은 덤덤했다. 4번 타자라는 중책을 맡았지만 그의 모습에서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을 줬다.
NC는 2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LG 트윈스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플레이오프(PO) 1차전을 치른다. NC로서는 지난 9일 kt위즈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 후 무려 12일 만에 나서는 실전 무대다.
5전 3승제의 단기전에서 초반 기선제압은 중요하다. 첫 경기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도 좌우된다. 경기 전 만난 NC 김경문 감독 역시 "홈에서 잘 해야 한다"며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1차전 승리를 위해 다소 파격적인 라인업을 꺼내 들었다. 바로 나성범의 2번 타자 기용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바로 4번 타자로 나서는 권희동이 그 주인공이다.
NC의 4번 타자하면 에릭 테임즈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테임즈는 PO 1차전에 나설 수 없다. 테임즈는 지난달 24일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돼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탓이다. 징계는 PO 1차전까지 적용된다.
김 감독은 권희동을 4번에 배치한 이유에 대해 "이호준의 뒤를 이어 팀의 중심이 될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그만한 자질이 있는 선수다"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선택을 받은 권희동은 "아침에 타격 코치를 통해 전해 들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다"라면서도 "4번 타자가 아니라 팀의 네 번째 타자입니다"라고 침착함을 보였다.
권희동의 4번 타자 기용은 도박이 아니다. 그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권희동은 "상무를 제대하고 웨이트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준비했다"며 "상무에서 많은 시합을 치르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투수 상대법도 알게 됐다"는 말로 자신이 성장했음을 알렸다.
특히 LG전은 권희동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는 "군대 가기 전 준플레이오프에서 LG에 졌다. 이제 이겨서 올라가도록 팀에 보탬이 되겠다"며 "LG에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테임즈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권희동. 그가 4번 타자의 위용을 보여줄지, 아니면 단순히 네 번째 타자로 기억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