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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 없는 가스파리니, 달라진 대한항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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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의 통역 없이 선수단이 직접 대화를 하며 친밀감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과감한 시도에 나섰다.(사진=대한항공 점보스 제공)

 

한국 프로스포츠는 종목을 막론하고 외국인 선수에 최대한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는 외국인 선수 사이에 널리 알려진 통념이다. 외국인 선수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담 통역과 숙소는 물론, 가족의 방문을 돕고 좋은 성적을 거둘 경우 알찬 보너스까지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2016~2017시즌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은 선수 통역에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선수 미차 가스파리니의 전담 통역을 두지 않은 것이다. 가스파리니는 코트 안팎에서 코칭스태프, 선수와 직접 대화한다.

공식적으로도 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를 두는 팀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했던 통역담당 스태프가 없다. 필요에 따라 팀 매니저가 가끔 대화를 돕는다.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경우에는 사무국 직원을 대동해 통역 업무를 맡도록 했다.

◇ “통역 없어도 대화가 통해요”

올 시즌 대한항공이 통역 없이 가스파리니와 생활하기로 한 것은 박기원 감독의 결정이다. 박기원 감독은 21일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부러 가스파리니의 통역을 두지 않기로 했다"면서 “가장 큰 이유는 선수들과 더 빨리 가까워지고 한국 문화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외국에서 오랜 시간 선수와 지도자로 활동한 경험을 가진 박 감독은 과거 이탈리아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탈리아어를 할 줄 몰랐던 외국인 선수가 한 시즌이 끝날 때쯤 이탈리아어를 습득해 자유롭게 동료들과 대화를 하는 모습을 지켜본 박 감독은 올 시즌 대한항공의 지휘봉을 잡고 가스파리니의 통역을 두지 않기로 했다.

박기원 감독은 “통역을 두면 외국인 선수가 문화를 습득하기가 쉽지 않다. 한 시즌을 같이 해도 겉도는 경우가 많다”면서 “통역이 없는 이탈리아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말을 배우게 되니 문화를 더 빨리 받아들이는 모습을 봤다. 팀에 더 빨리 녹아들고 집중할 수 있도록 올 시즌 통역을 최소한으로 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슬로베니아 출신의 가스파리니는 박기원 감독, 네덜란드 출신 위도 괴르첸 코치와 이탈리아어로 소통한다. 선수들과는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가스파리니가 여러 외국어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한항공 선수단에서는 다양한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영원한 우승후보' 대한항공이 올 시즌 목표로 하는 우승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성적, 그 이상을 바라본 과감한 노력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과감한 선택이었지만 일단 출발은 성공적이다. 박기원 감독은 “예상대로 통역이 없으니 우리 선수들이나 가스파리니가 서로의 말을 이해하려고 하면서 서로가 말 한마디라도 더 하게 되고 빨리 친해지는 효과가 있다. 코트에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에 앞서 대한항공이 도입한 특별한 프로그램도 선수들이 가스파리니와 큰 문제 없이 소통하는 데 한몫했다. 대한항공 자체적으로 비시즌에 훈련하는 동안 외국어(영어)를 공부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대한항공은 사내 전 직원이 활용할 수 있는 어학 교육 프로그램을 배구단 선수들에게도 도입했다. 지난 시즌 두 명의 브라질 출신 코치와 생활한 데 이어 올 시즌도 위도 코치가 함께하고, 가스파리니 역시 통역 없이 생활하는 만큼 선수들에게 경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외국어 교육에 나섰다.

박기원 감독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훈련이 끝난 뒤 외국어 공부를 시켰다. 지금은 시즌이 시작돼 중단했지만 비시즌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어를 습득하도록 했다”면서 “외국어는 선수 생활이 끝난 뒤 지도자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하더라도 필요한 만큼 교육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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