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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에 두 번 오른 연극인, 임인자 예술감독

- 블랙리스트로 예술가들에게 하나의 정답만을 강요하는 '무서운 폭력'
- 연극계에서는 2008년부터 블랙리스트 존재 이야기해 왔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자율성 무너지고 기관에 존속돼
- "검열 행위는 범죄"
- 정부가 원하는 예술 아니면 할 수 없는 상황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0)
■ 방송일 : 2016년 10월 20일 (목)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임인자 예술감독

◇ 정관용>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 이번 국정감사에서 심증만 있던 이 리스트의 실체가 공개됐죠. 그러자 문화예술계는 그럴 줄 알았다, 심지어 "이 블랙리스트에 들지 않았다면 부끄러웠을 것이다", 이런 반응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극계에서는 정부의 정치 검열에 저항하기 위해서 지난 6월부터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 이런 제목의 연극제를 하고 있기도 한데요. 지난주에 바로 이 연극제에 본인이 직접 연출 또 연기까지 한 작품을 올렸던 주목받는 젊은 연극인 한 명을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물론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분이고요. 임인자 예술감독이십니다. 임 감독님, 어서 오세요.

◆ 임인자>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블랙리스트에 보니까 세월호 관련 서명, 문재인 지지 서명, 박원순 지지 서명 등 몇 가지 카테고리가 있잖아요? 우리 임 감독님은 뭐예요? 여러 개 다예요?

◆ 임인자> 저는 세월호 시행령을 개정하라고 촉구하는 서명을 했었고 또 박원순 시장을 지지하겠다라는 서명도….

◇ 정관용> 그럼 이중으로 올린 셈이네요.

◆ 임인자> 네, 그렇게 되었네요. 저는 하지만 그게 바로 이유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왜요?

◆ 임인자> 사실 블랙리스트라고 하는 것이 이번에 알려지기는 했지만 연극계에서는 계속 이 블랙리스트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들이 좀 많이 있었고 2013년부터 예술인복지재단이라고 있는데요.

◇ 정관용> 예술인복지재단.

◆ 임인자> 그 재단에서 여러 가지 예술 심의가 있는데 재단인 예술심사위원회 그리고 지원자의 명단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요구하는 상황이 생겼고, 이것들은 사실 엄연히 굉장한 월권행위고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거든요.

◇ 정관용> 예술인복지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설립한 재단이 아니에요?

◆ 임인자> 지금 산하기관으로 있지만 아무리 설립한 재단이라고 해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그렇게 심사위원회에서 엄격히 독립적으로 행해져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 개입할 수 있는 그런 권한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건 굉장히 불법적인 행위이고.

◇ 정관용> 지금 우리 임인자 감독이 보실 때는 언제쯤부터 이런 정부의 부당한 간섭 이런 것들이 연극계에 느껴졌나요?

임인자 예술감독(사진=시사자키 제작팀)

 

◆ 임인자> 2008년도에 촛불시위가 있을 때부터 연극인들이 시국선언 같은 것들을 했었고요. 이후에 예술위원회 같은 경우도 기관장이 바뀌게 되는 상황들도 연출이 되었고 그것이 계속적으로 이어져왔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이명박 정부 때부터. 그리고 그때부터 연극인들이 무슨 지원사업에 신청을 하는데 부당하게 떨어졌다든지 그런 일들이 계속 반복된 겁니까?

◆ 임인자> 문화예술위원회를 특히 말씀을 드린다면 이 기관은 73년도에 문화예술진흥원부터 시작했던 기관이에요.

◇ 정관용> 그렇죠.

◆ 임인자> 그래서 민족문화를 창달하고 문화진흥을 위해서 만들어졌던 기관인데 이제 정권을 지나오면서 너무나도 독임제 형태로 운영이 되다 보니 예술에 대한 본래적인 기능, 자율적으로 지원을 하는 이런 기능들을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참여정부에서 민간 참여를 기조로 해서 2005년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이 됐던 것이거든요.

그래서 좀 더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예술에 대해서 지원을 하라고 이렇게 기관이 설립이 되었는데 그 기관에서 2008년도 이후에 점점 이런 자율적인 자율성이 무너지게 되고 점점 계속 기관에 존속되는 그런 현상들이 발생을 하게 된 거죠.

◇ 정관용> 그러면 2005년에는 민간위원회식으로 정부기구가 아닌 독립으로 이루어졌다는 거죠? 그런데 2008년 이후에 이 조직의 위상이 다시 정부 소속으로 바뀌었나요? 그건 아닌가요? 그냥 아직 민간위원회는 위원회인데 정부의 간섭이 심해졌다는 건가요?

◆ 임인자> 위원회는 민간위원들로 구성이 되어 있어요. 그리고 위원장의 선임은 위원들이 호선을 통해서 위원장을 선임하도록 되어 있죠. 그런데 이후에 지금 정권 같은 경우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렇게 지금은 사실상 승인을 해서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 정관용> 제도가 바뀌었어요?

◆ 임인자> 네.

◇ 정관용> 그리고 문화예술위원회의 주된 사업은 각종 기금을 문화예술인들한테 지원하는 것을 신청 받아서 심의하고 결정하고 이런 곳이죠?

◆ 임인자> 네, 그렇죠. 그 근간에는 사실 문화예술진흥기금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요. 그것도 역시 73년도부터 계속 기금을 조성하여 왔지만 이게 일몰법에 의해서 30년이 지난 다음에 폐지가 됐어요. 그러다 보니까 민간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금들이 줄어들게 되다 보니 정부에 대한 어떤 의존도 같은 것들이 계속 높아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기관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만 어떤 이런 통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기재부라든지 이런 정부기관으로부터 계속 통제를 받고 관리를 받는 이런 시스템들로 변화하게 된 거죠. 하지만 예술을 지원한다고 하는 아주 기본 정신은 아주 오래된 말이지만 지원을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이러한 예술지원에 대한 기조들이 계속 통제체제로 이루어져가고 있는 것이고 거기에 더해서 블랙리스트라고 하는 이런 중차대한 문제들이 발생을 하고 있는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임 감독님이 계속적으로 우리 지원 신청했다가 나는 부당하게 떨어졌다든지 대관신청했는데 대관을 못 받았다든지 그런 불이익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까?

◆ 임인자> 저는 사실 블랙리스트를 어떤 불이익 사례로만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리스트 자체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싶은데요. 제가 이번에 했었던 공연이 ‘시민L 낙인과 배제의 개인사’라고 하는 건데요.

◇ 정관용> 제목이 그렇던데요.

◆ 임인자> 여기서 제가 소개하고 있는 것이 제가 2011년도에 아우슈비츠에 갔을 때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우슈비츠로 유대인들을 기차에 싣고 갔을 때 거기에서 아우슈비츠에 도착을 하면 바로 살 사람과 죽을 사람으로 나누어지게 되거든요.

그렇게 리스트라고 하는 그 존재 자체는 삶과 죽음을 바로 나누는 장치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것이 블랙인가 화이트인가, 내가 블랙리스트에 들었는가 아닌가가 지금 사실상 중요한 것이 아니고 국가에서 이러한 리스트를 만들어서 예술을 관리하고 있다라고 하는 것 그 자체가 엄정한 의미에서 굉장히 폭력적인 일이라는 것이죠.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정말 리스트라는 것 자체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거죠.

◆ 임인자> 그렇죠.

◇ 정관용> 거기에 누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고. 알겠습니다. 꼭 불이익을 받아야만 문제가 되는 이런 건 아니라는 거죠. 리스트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런 말씀.

그런데 사실 문화예술인들 또 특히 연극인들 삶이 참 힘들잖아요. 리스트에 올라가면 더 힘들어집니까, 실제로?

◆ 임인자> 무대를 위해서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올라가는 시간들 이외에는 글을 쓴다든지 아니면 다양한 종류의 아르바이트들을 하고 있고 저 역시도 사실은 글을 쓰고 하는 일들을 통해서 좀 아르바이트를 하고 사실은 대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저희 같은 경우는 카드론을 빌린다든지.

◇ 정관용> 다 빚이죠.

◆ 임인자> 그래서 연극제를 하는 기간 동안에는 연극을 하지만 이후에는 계속 아르바이트들을 계속 반복하면서 해 오고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검열 사태가 생기고 블랙리스트에 올라갔다라는 소식을 듣게 되고 이렇게 되면 저희들이 해야 되는 어떤 연극들 또 발언들 이런 것들을 침묵하라, 이런 위협이기 때문에 생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뒤흔드는 너무나도 폭력적인 상황이거든요.

◇ 정관용> 그렇게 살기 어려워도 내가 하고 싶은 거 한다라는 존엄성이라도 있었는데 그것도 없어진다?

◆ 임인자> 맞습니다.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렇게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그렇게 해 나가는 일들이거든요.

◇ 정관용> 실제로 무슨 공연장 대관 신청했는데 안 되고 뭐 기금지원 신청했는데 떨어지고 이런 것들도 주변에 비일비재하죠? 임인자 감독도 그래요?

◆ 임인자> 주변에도 사실 그런 사례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를 한다면, 제가 인권연극제를 조금 도와준 일이 있는데요. 아르코 예술극장 같은 경우는 사실 공공극장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라든지 이런 시설들이 잘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인권연극제 같은 경우는 특히 장애인분들이라든지 다양한 관객들이 오시기 때문에 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고 이런 장점들이 있어요. 대학로 대부분의 민간극장들은 이렇게 시설을 갖춘 곳들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사용을 할 수 있는지 문의를 했었는데 바로 사용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날짜가 비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 정관용> 인권연극제? 이건 안 돼, 이렇게?

◆ 임인자> 그때 당시에는 사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어요. 바로 안 된다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조금 의아했지만, 사실 왜냐하면 가장 공공의 극장에서 해야 하는 행사인데..

◇ 정관용> 해야 하는 연극제인데?

◆ 임인자>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사실 넘겼어요. 그리고 또 예술경영지원센터 같은 경우는 인력지원사업이 있는데요. 굉장히 오랫동안 이어졌던 신진기획자들을 양성하는 사업이기도 해요. 민간의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를 하는데요. 이런 사업들 같은 경우에는 변방연극제가 작년에 참가를 했었는데 올해 같은 경우는 사업 자체가 아예 폐지가 되었다는 안내를 받게 되었어요.

◇ 정관용> 인력지원사업 자체가 폐지됐다?

◆ 임인자> 네, 그리고 이제 민간들이 하는 사업 자체들이 이렇게 다양하게 폐지가 된 경우가 많아요. 소극장에서도 이렇게 지원사업 같은 것들도 있었는데 대부분이 국가가 직접하는 사업들만 남아 있고 민간이 할 수 있는 자율적인 사업들은 대부분 지금 폐지가 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국가가 주도하는 예술만 지금 살아남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렇다면 국가가 원하는 예술이 아니면 할 수 없다라고 하는 얘기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 정관용> 하지 마라, 그런 거죠. 어떤 언론 인터뷰에서 침묵하면 결국 공범이다, 이런 말씀을 하셨던데요. 어떤 뜻이죠?

◆ 임인자> 저는 사실 2008년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에 길들여지는 현장들을 좀 목격했던 것 같아요. 당시 직원들이 좌천이 되고 또 그만두게 되고 이런 일들이 있었는데 저는 예술가로서 당시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느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실 굉장히 젊었기 때문에 어른들 이른바 어른들이 이야기를 하실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당시에 침묵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벌어지는 사태들을 보니 저의 침묵 때문에 계속 이러한 일들이 더 거대하게 발생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특히 작년의 검열 사태가 공론화 되었을 때 한 심사위원의 내부고발을 통해서 이 사건이 알려졌고 이 내부고발을 통해서 알려진 이 사건이 만약에 다시 한 번 침묵 상태로 이루어진다면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낙인을 찍고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당연시 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반드시 말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지난 16일날은 연극계에서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요구하는 성명서도 냈고 또 18일날은 예술행동위원회가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이런 제목으로 긴급행동 기자회견을 가졌고 지금 정부에 요구하시는 게 연극계나 예술계에서는 핵심적으로 어떤 것들을 요구하시는 겁니까?

◆ 임인자> 우선은 제일 큰 건 이 블랙리스트 사건 또 정치 검열 사건에 대한 국가의 사과 그리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는 청문회를 실시하는 걸 요구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진상조사를 위한 청문회?

◆ 임인자> 네, 이 청문회는 사실 지금 현직에 있는 분들 뿐만이 아니라 전현직 모두를 대상으로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 정관용> 그렇죠.

◆ 임인자> 국정감사 기간 동안에 사실 회의록을 삭제하고 이런 일련의 일들을 통해서 그냥 막연하게 말해져 왔던 윗선의 존재 그리고 블랙리스트의 존재 이런 것들이 밝혀지게 되었잖아요. 그것을 밝히기 위한 청문회가 반드시 국회를 통해서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예술지원 기관으로서의 위상이 저는 분명히 크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관의 어떤 독립적인 어떤 기금의 문제라든지 이런 문제가 아니라 예술의 어떤 정신을 가장 핵심적으로 담보하고 있어야 되는 기관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것들을 완벽하게 무너뜨리고 예술에 대한 어떤 철학적인 부분에서부터 뒤흔들고 있기 때문에 위원장을 비롯해서 관련 책임자들은 이번 사건을 책임지고 사퇴를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사퇴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 책임자들도 사과하고 처벌해야 한다.

◆ 임인자> 네, 저는 검열행위는 범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박근혜 정부도 문화융성을 국정의 주요 지표로 내세우면서 문화예술에 관심을 많이 갖지 않습니까? 마지막 질문이 될 텐데 박근혜 정부가 생각하는 문화예술과 임인자 감독이 생각하는 문화예술 어떤 차이가 있나요?

◆ 임인자> 창조경제 문화융성이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하나의 방향성을 지닌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예술의 목소리들을 담아서 그것이 실제로 어떤 진정한 의미의 융성을 할 수 있는 그런 과정과 태도를 중요시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마치 7, 80년대 독재시대에 어떤 하나를 향해서 우리 모두가 목적을 향해서 가는 방향처럼 문화라는 것은 그런 하나의 방향으로 갈 수 없는 것이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임인자> 그런데 이 정부의 창조경제 문화융성은 하나의 정답을 원하는, 그렇기 때문에 저희 예술가들에게는 너무나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섭게 다가오는 폭력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게 일방향으로 가서는 사실 글자 그대로의 융성도 불가능한 거 아닙니까?

◆ 임인자> 맞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예술감독 임인자 감독을 함께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 임인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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