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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순실 딸 특혜로 얼룩진 이화여대의 '眞·善·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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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이화여자대학교 ECC 이삼봉홀에서 학생들이 최순실 씨 딸 입학 및 학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대학인 이화여대의 명예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 딸의 이대 입학과정과 학사관리에서 납득할 수 없는 특혜 의혹들이 사전에 짜맞춘 듯 이곳 저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제는 참다못한 교수들까지 들고 일어나 시위에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대 교수협의회가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본관 앞에서 최경희 총장 해임을 촉구하는 시위에 동참할 예정이다.

미래라이프대학 사태로 촉발돼 석 달째로 접어든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에 이어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서게 된 것이다.

설립 이듬해인 1887년 고종황제가 하사한 교명 '이화(梨花)'는 배꽃같이 순결하고 아름다우며 향기로운 열매를 맺으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또 이화여대의 교훈은 '참되고 착하고 아름답게'를 뜻하는 '진(眞)·선(善)·미(美)'다.

그러나 최순실씨 딸 문제와 관련해 '특혜도 없고 총장 사퇴도 없다'며 옹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학교 측의 행태는 결코 참되지도 착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배꽃 향기 가득해야 할 이화의 상아탑에 권력의 음습한 비린내가 스멀거리고 있는 것이다.

대학입시와 학사관리의 생명은 공정성과 투명성에 있다.

최경희 이대 총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관 이삼봉홀에서 최순실 딸의 부정입학 및 특혜에 관련해 간담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학생들을 피해 황급히 자리를 떠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최순실씨 딸의 입학과 학점 취득 과정 등에서의 편파 특혜는 너무도 불공정하고 불투명하다.

한 사람을 위해 학칙과 내규가 수차례 바뀌고 출석하지 않아도 F학점이 B학점으로 둔갑하고, 교수는 수준 이하의 리포트에 극존칭의 이메일을 보내고, 사과를 요구하는 대자보는 뜯겨지고…

과연 양심이 있느냐고 이화여대 측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지금 이화여대에는 상식이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2014년 9월 이화여대 수시전형에서 체육특기생 입학 대상 종목이 기존 11개에서 승마를 포함해 23개로 늘어났는데 당시 합격된 학생은 최순실씨 딸이 유일했다.

또 원서접수 마감일 이전의 수상 경력만 유효하다는 모집 요강에도 불구하고 마감일 이후에 획득한 인천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 금메달이 인정됐고, 면접을 볼 때에는 승마선수복 차림이었다.

입학 이후에는 승마 훈련을 이유로 수업에 거의 불참하다시피했지만 제적을 당하지 않았다.

실기 우수 학생의 성적을 최소 B학점 이상으로 하는 내규가 만들어지고, 국제대회 참가 증빙서류만으로 수업 출석을 인정해주는 것으로 학칙이 개정됐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한 학기를 소급 적용해 학사경고를 피하게 해주었다.

수업 출석을 대체하는 리포트에는 비속어와 욕설, 맞춤법이 틀린 표현이 등장하고 블로거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베껴 제출했는데도 해당 교수는 "잘 하셨어요", "늘 건강하시고 더욱 행복한 승마가 되시기를 바랍니다"라는 극존칭의 황당한 이메일을 보냈다.

최순실씨와 그녀의 딸이 130년 명문 사학의 자존심과 명예를 한순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었는데도 대학을 책임지고 있는 총장 마저 나몰라라 식으로 버티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최경희 총장과 학교 측의 빠른 이성 회복, 그리고 진실한 양심 선언을 촉구한다. 왜곡된 이성과 침묵하는 양심으로는 상아탑의 진리를 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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