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ube 영상보기] [무료 구독하기] [nocutV 바로가기] "폭력으로 탄압하던 군사정권과 뭐가 다른가" "블랙리스트를 만든 박근혜 정권은 퇴진하라"'블랙리스트'에 뿔난 문화예술인들의 외침이 광화문광장 하늘로 울려 퍼졌다.
1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규명 예술행동 및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예술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노컷뉴스)
최근 언론에 공개돼 파문을 일으킨 '블랙리스트'. 야당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세월호 지상규명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명단에 오른 작가·시인·화가·만화인·연출·가수·배우 등 문화예술인 100여 명이 18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 개최 및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원로예술인 자격으로 참여한 시인 백기완은 "'블랙리스트'는 우리말로 하면 '학살 예비자 명단'이다"고 강조하며, "구라파에서는 히틀러, 동양에서 일본제국주의, 한반도에서는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 때나 있을 법한 일이 일어났다"고 한탄했다.
가수 손병휘는 과거 민간인 학살사건인 '보도연맹'에 빗댔다. 그는 "백기완 선생 말대로 '학살예비자명단'일지 모른다"며 "보도연맹은 그저 할당량을 채우려고 아무 이름이나 적었는데, 유사시에 그들을 학살하는 명단이 됐다. 이번 블랙리스트는 그 자체로 허술하지만, 그것을 쥐고 있는 사람이 나쁜 생각을 했을 때 비극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규명 예술행동 및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예술가들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노컷뉴스)
블랙리스트가 허술하다는 풍자도 쏟아졌다.
만화가 박재동은 "많은 후배들이 억울해한다. 나는 블랙리스트 명단에 왜 빠졌냐는 것이다.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를 위해 광화문에 상주하고, 서명도 했었는데 이름조차 못 올렸다며 불만을 터트린다. 정부는 일을 똑바로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사진작가 노순택도 "무슨 명단에 올랐다기에 좋은 일인 줄 알았다가 '블랙리스트'라는 것을 알고 슬펐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기쁘기도 했다"며, "'블랙리스트 1만 명은 축소 발표이다. 블랙리스트에 오를 문화예술인이 1만 명밖에 안 될 리가 없다"고 비아냥댔다.
이어 "박근혜 정권이 우리의 이름을 수집했다면, 사진가들은 이 정권이 벌인 어처구니 없는 일을 수집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문화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 자체를 규탄하는 것을 넘어, 문화예술을 학살하려 한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시인 송경동은 "정부는 문화예술인들이 졸라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었겠지만, 우리는 졸지 않는다"며 향후 더 강력한 저항을 예고했다.
송 시인은 ▲SNS 등을 통해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박근혜 정부 퇴진하라'는 한 줄 선언 운동 ▲칼럼·기획기사 등 규탄 릴레이 기고 ▲예술검열 반대 2차 만민공동회 ▲블랙리스트 예술가 시상식(블랙어워드) ▲포럼 또는 아카이브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1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규명 예술행동 및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예술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노컷뉴스)
이날 연대사를 한 4.16연대 김혜진 공동위원장은 "어떤 문화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실이 영광이고 훈장이라 말한다. 하지만 불의한 정권의 훈장을 넘어 이게 비수가 돼 불의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시초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새 사회를 만드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고 문화예술인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활동해주기를 바랐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약 1시간 전부터 광화문 광장 곳곳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의 '예술검열 반대, 블랙리스트 사태 규탄'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박근혜 정부 근조 퍼포먼스, 풍자 그림 전시, 깃발 넋전춤, 피켓시위 등이 진행돼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또 같은 시간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앞과 나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앞에서 문화예술인들의 항의 피켓시위와 규탄 기자회견이 각각 진행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