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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전과 12건 운전사가 어떻게 관광버스를…제도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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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1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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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처우로 버스기사 품귀현상이 '묻지마 채용' 부추겨전과는 자격 여부 기준 안 돼…정부, 대형사고 이후 법 개정 추진

 

관광버스 사고와 화재로 승객 10명이 숨지는 참사와 관련, 전세버스 운전사의 자격 요건을 놓고 불거진 논란이 뜨겁다.

사고 버스를 몰았던 이모(48)씨에게 총 12건의 교통 관련 전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런 사람이 어떻게 전세버스를 몰았나'하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씨는 운전면허를 취득한 1988년 이후 음주·무면허 등 총 9건의 도로교통법 위반과 3건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전과가 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은 일반적으로 사람이 다치는 교통사고를 낸 것을 말한다.

그러나 총 12건의 전과 중 이씨가 전세버스 운전사로 일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에 저지른 범죄가 몇 건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경찰은 "이씨의 과거 피의사실까지 밝힐 수는 없다"며 구체적인 위법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씨가 전세버스를 몰던 시기에 교통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면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교통전과가 수두룩한 이씨가 전세버스 업체에 운전사로 고용됐다는 사실이다.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운전대를 자격이 부족한 이씨가 어떻게 잡을 수 있었을까.

우선 제도적 구멍이 분명하다.

정부는 2012년 8월부터 시내·시외·고속·전세버스 등 사업용 버스를 운전하려는 사람을 대상으로 '버스운전자격시험'을 신설했다.

교통 관련 법령, 사고유형, 자동차 관리 요령, 안전운행, 운송서비스 등을 시험해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다만 2012년 2월 당시 해당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자격시험 면제대상자로 분류됐다.

당시 전세버스를 몰았던 이씨 역시 면제 혜택을 받았다.

무엇보다 심각한 허점은 현재까지도 교통 관련 전과가 버스 운전사 자격에 아무런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음주나 무면허 운전 전력이 있어도, 대형 인명사고를 냈더라도 버스를 운전하는 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셈이다.

올해 7월 강원도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관광버스로 연쇄 추돌사고를 내 41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사도 2014년 음주운전 3회로 면허가 취소됐다가 올해 3월 대형 운전면허를 재취득, 관광버스 회사에 입사해 근무했다.

정부는 봉평터널 추돌사고와 이번 울산 버스 화재사고를 계기로 운수종사자 자격취득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여객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음주 운전자, 대형 교통사고 유발 운전자, 무면허 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 등의 자격취득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제도가 강화되면 버스 관련 안전이나 서비스 향상이 기대되지만, '버스기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는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버스 업체는 크게 2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업체가 전체 버스를 소유하고 기사를 고용하는 직영제, 버스를 실제 소유한 기사들이 회사에 소유권을 빌려주고 영업하는 지입제 등이다.

지입제는 불법이지만, 전세버스 업계의 약 4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일반적인 형태다.

실제로 직영업체 운전사들은 경력을 쌓아 자신의 버스를 마련, '지입차주'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일도 많다.

직영업체 소속 운전사의 처우가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이번에 사고를 낸 관광버스 업체인 태화관광 운전사들은 주로 이른 아침이나 저녁 통근버스를 주로 운행하고, 낮 동안 각종 단체의 여행 등의 수요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간이나 휴일 근무도 잦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보수는 넉넉한 편이 아니라고 종사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다 보니 업체마다 운전사가 부족하고, 결국 채용할 때 관련 전과 등 자격을 따질 형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업계 종사자는 "그동안 업체들은 운전사의 전과 등 전력을 일일이 챙기지 않았다"면서 "처우가 열악한 현실에서 자격 요건이 강화되면 버스기사 품귀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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