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계를 대표하는 최경환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친박 실세로 꼽히는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연루된 굵직한 사건 때마다 검찰이 하나같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봐주기 수사', '특혜 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의 정권 눈치보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최 의원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하던 인턴 직원을 2013년 하반기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채용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추가 수사 중이다.
지난달 21일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이 당초 검찰에서 "외압이 없었다"는 취지로 했던 진술을 뒤집고 법정에서 최 의원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박 전 이사장은 2013년 8월 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최 의원을 독대한 상황과 함께 "(인턴) 황모씨가 2차까지 올라왔는데 외부위원이 강하게 반발했다. 여러가지 검토했지만 불합격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으나, 최 의원은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인데 그냥 해(합격시켜). 성실하고 괜찮은 아이니깐 믿고 써 봐'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당초 검찰은 최 의원에 대한 소환 없이 서면조사만 진행한 뒤, 올 1월 권태형 전 중진공 운영지원실장 등 4명만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고 최 의원은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청년유니온 등 시민단체는 "검찰이 꼬리자르기 수사를 하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지만, 검찰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결국 검찰이 친박 실세 중의 실세로 꼽히는 최 의원의 채용 특혜 정황을 여럿 발견하고서도 은근슬쩍 무혐의 처분한 가운데, 박 전 이사장이 예상치 않게 외압을 폭로하면서 검찰이 마지못해 재수사에 나서게 된 상황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정황을 종합하면 황씨는 최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 지역사무소 인턴으로 일하다 중진공 하반기 채용에 지원했으나 서류 전형에서 탈락 범위에 들었다. 중진공 직원들이 점수를 올렸는데도 불구하고 합격권에 들지 못하자, 중진공은 채용 정원을 늘려 황씨를 합격시킨 다음 인적성 검사 결과를 조작했다.
그러나 최종 면접에서도 황씨가 최하위 점수를 받아 최종 불합격처리됐고, 박 전 이사장이 최 의원을 독대한 뒤 황씨를 합격자로 발표해 특혜 의혹이 일었다.
'공천개입' 사건에서 최 의원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도 비슷하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성규 부장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최 의원과 같은당 윤상현 의원,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친박 핵심인 이들은 4.13 총선을 앞둔 1월 말 친박계 맏형으로 불리는 서청원 의원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 지역 예비후보인 김성회 전 의원에게 잇달아 전화를 걸어 다른 지역구로 옮길 것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 내용은 녹취록으로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윤 의원이 "형이 (지역구를 변경) 안하면 사달 난다니까. 형 내가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 형에 대해서"라고 말하며 김 전 의원을 압박하는 정황이 포함됐다.
최 의원도 "사람이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 "그건 보장하겠다는 것 아니냐", "감이 그렇게 떨어져서 어떻게 정치를 하느냐. 그렇게 하면 우리가 도와드릴게"라고 했다.
현 수석도 비슷한 취지로 김 전 의원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김 전 의원은 결국 화성갑 지역구를 포기하고 화성병으로 옮겼지만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검찰은 그러나 김 전 의원에게 이들이 건 전화나 '대통령 의중으로 안다'는 등의 내용 모두 협박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냈다.
검찰 관계자는 "같은 지역구에서 새누리당 후보자끼리 경쟁하지 않도록 조언하는 취지였다"며 "서로간의 친분과 김 전 의원도 전혀 협박이라고 느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에 대해 무더기로 기소한 상황에서 검찰의 정치 편향성 논란은 쉽게 가라 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