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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정 파탄낸 악랄한 사기꾼의 마수…"정말 나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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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언에 실감나는 연기…세 가정 파탄·피해자 자살시도까지

(사진=자료사진)

 

중령으로 군을 예편한 김모(48) 씨는 2014년 9월 예비군 중대장을 끝으로 백수였다.

하지만 그의 현란한 혀 속에서 김 씨는 거제시 부시장, 국가안보실 국장, 대학 교수, 수십억대 건물주 등이 되기도 했다.

그가 사칭한 수많은 직업은 고스란히 주변 인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김 씨로 인해 이혼 등 파탄난 가정은 세 곳, 억대의 피해를 보고 자살을 기도한 이들도 최소 두 명 이상이다.

경찰이 확인한 김 씨의 사기행각은 2013년 말부터 올해 6월까지지만 피해자와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첫 부인과 살면서 김 씨는 우선 초등학교 동창들을 제물로 삼았다.

"청와대 국가안보 실장 덕에 국가안보실 국장으로 가게 됐다."

김 씨는 이같은 허언에 실감나는 연기도 덧붙였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전화가 온 것처럼 주변을 속인 뒤 "VIP님 감사합니다"라는 등 나 홀로 전화로 대통령과 통화하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이런 수법으로 동창 등을 속여 군부대 인근 토지 매입 자금 명목으로 88회에 걸쳐 4억 원을 뜯어냈다.

김 씨의 사기행각은 여자들을 상대했을 때 더 특별했다.

본부인이 있는 상태에서 김 씨는 자영업자 A 씨를 만났다.

"내가 곧 국가안보실 국장 발령이 나는데, 그러면 국장 직권으로 당신으로 국가안보실 8급 행정관으로 취직시켜줄게."

달콤한 거짓말에 넘어간 A 씨는 대출 등을 받아 김 씨에게 돈을 건넸다. 김 씨는 A 씨의 친척 10여 명을 초청한 자리에서도 "아버지가 물려준 땅이 있는데 나중에 1000억 원쯤 될 것이다"고 속여 A 씨 친척들에게도 투자금을 받아 챙겼다. 대부분 보험을 해약하거나 대출받은 돈이었다.

그렇게 A 씨 일가에게 뜯어낸 돈이 4억여 원.

김 씨는 거짓말로 A 씨와 친척들을 이간질해 A 씨를 고립시켰다. 궁박한 처지에 처한 A 씨는 김 씨만 믿고 의존하다 끝내 파산에 이르렀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대학교수인데 아직 솔로에요."

김 씨는 미혼여성 B 씨에게도 마수를 뻗어 돈을 뜯어냈다.

이혼여성인 C 씨에게는 "광주광역시에 20억대 건물이 있는데 검찰조사로 묶여 있다"고 속여 9천만 원을 가로챘다. C 씨는 재산을 다 날렸고, C 씨의 자녀는 등록금이 없어 대학 입학을 포기했다. C 씨 역시 삶을 마감하려 했다.

"모시던 연대장이 돌아가셨는데, 20억대 자산가인 부인이 나를 예쁘게 보고 있어."

김 씨는 동료 예비군 중대장에게도 사기행각을 벌이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 부안경찰서는 12일 사기 혐의로 김 씨를 구속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여러 사기 사건을 취급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정말 나쁜 놈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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