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맞붙은 2차 대선후보 TV토론은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었다.
두 후보는 9일(현지시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열린 2차 토론에서 악수 조차 하지 않고 곧바로 난타전에 돌입했다. 서로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 난무하면서 미국 정치 역사상 가장 지저분한 토론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두 후보는 토론이 시작되자 마자 대선판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과거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 파일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9일(현지시간) 미주리주 워싱턴대학에서 열린 2차 TV토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발언하는 것을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
클린턴은 "그 비디오를 들은 사람 누구에게라도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려준다"며 "트럼프는 선거 내내 여성을 공격하고 모욕했다"고 몰아부쳤다.
트럼프는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며 반격을 가했다. 트럼프는 "내가 한 것은 말이지만 빌 클린턴이 한 것은 행동였다"며 "빌 클린턴은 여성들을 학대하고 힐러리는 그 여성들을 악의적으로 공격했다"고 맞받았다.
트럼프는 토론에 나서기 직전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4명과 기자회견을 개최함으로써 이번 토론에서 공격적으로 나올 것임을 예고했다.
두 후보는 이민과 외교 정책, 이메일과 세금, 건강보험 등 모든 사안에서 불꽃 공방을 벌였다. 특히 트럼프는 이메일 스캔들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클린턴을 감옥으로 보내겠다는 발언까지 했다.
트럼프는 "정말 사과해야 할 일은 클린턴이 삭제한 3만3000건의 이메일"이라면서 "이 문제에 대해 클린턴은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법무장관에게 특별검사를 선임하도록 해서 클린턴의 상황을 조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트럼프의 주장은 신뢰할 수 없다"면서 "트럼프와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이 이 나라를 이끌지 않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왜냐하면 당신은 감옥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감옥' 발언은 곧바로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유머라고 주장했지만 대부분의 미국 언론들은 매우 우려스러운 발언이라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공개석상에서 정치적 경쟁자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법치를 거스르는 독재자의 발언이라는 것이다.
이날 토론에서 클린턴은 시종 꼿꼿한 모습였지만 지난 1차 토론 때와 비교해 편안해 보이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중간중간 끼어들고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며 진행자에게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두 후보는 90분간의 진흙탕 싸움을 벌인 뒤에도 인사하거나 악수하지 않고 각자 퇴장했다. CNN은 "역대 대선 토론 가운데 가장 지저분한 싸움였다"고 평가했다.